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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네오의 석달 수익률 9.7%, 골드만삭스 앞섰다"…신한AI가 열 '무인 자산운용사' 시대

중앙일보 2019.09.23 11:19
불공정 거래에 가담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펀드를 예금처럼 판매한 프라이빗뱅커(PB). 때로는 전문가조차 신뢰할 수 없는 곳이 투자의 세계다. 그래서 투자는 늘 어렵다.
 

배진수 신한AI 대표 인터뷰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은 어떨까. 더 믿을 만하지 않을까. 그냥 AI가 아니다. 30년 어치의 비정형 데이터 1800만개, 정형 데이터 43만개를 가지고 딥러닝을 거쳐 시장 예측에 도전하는 AI. 이름은 ‘네오’다.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네오는 IBM의 ‘왓슨’이 적용됐지만 국적은 엄연한 한국, 소속사는 지난 3일 출범한 신한금융그룹 자회사 신한AI이다. 전통 금융회사가 AI를, 그것도 별도 회사를 만들면서까지 공들여 키우는 건 왜일까.  
 
배진수 대표가 18일 신한AI 사무실에서 인공지능 플랫폼 '네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칠판을 빼곡히 메운 공식은 회사 개발자들이 회의를 하며 써둔 것이다. 한애란 기자

배진수 대표가 18일 신한AI 사무실에서 인공지능 플랫폼 '네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칠판을 빼곡히 메운 공식은 회사 개발자들이 회의를 하며 써둔 것이다. 한애란 기자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신한AI 사무실에서 배진수 대표를 만났다. 신한은행 외환딜러 출신인 배 대표는 네오의 성적표를 공개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3년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해 말 네오의 예측률이 종합적으로 87%까지 올라왔다”며 “이 정도면 시작해도 좋다고 판단해 신한AI 설립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채권보다는 주식을 잘 맞추는 네오 

예측률 87%의 의미는?
“주식·채권·금, 세 자산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그 가격 구간이 얼마일지를 87%의 확률로 맞췄다는 뜻이다. 최초에는 데이터를 넣으면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무수히 많이 나왔다. 네오가 학습을 통해 예측률을 끌어올렸다.”
 
네오는 어떻게 예측하나.
“예를 들어 금융통화위원회의 성명이 나오면 과거 유사한 국면을 찾아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하나 있다. 이런 식으로 총 6개의 각기 다른 알고리즘의 예측 결과를 합쳐서 주가지수 등의 향후 추이를 네오가 예측해낸다.”
 
실력이 어떤가. 잘 맞추나.
“15개 시장을 예측하는데,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같은 주식은 잘 맞추는 데 채권은 잘 못 맞추더라. 채권금리는 정책 변수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두세달 전부터 예측변수를 조정하며 정교화 작업 중이다.”
 
제 아무리 네오가 뛰어난 AI라고 해도 신이 아닌 한 시장을 100% 맞추진 못할 터.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정교화해야 하는 걸까. 배 대표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전광판에 ‘신한AI가 예측하는 내일의 주가지수’를 띄울 겁니다. 기상청 일기예보도 간혹 틀리지만 의미가 있잖아요. 신한AI도 시장에 그런 의미를 줄 수 있게 될 겁니다.”
 
AI 기반 ETF(상장지수펀드)를 미국에 상장시킨 국내 AI업체도 이미 나왔다.
“해당 상품은 변수 10여 개를 가지고 시장예측을 한다더라. 그건 예측을 흉내내는 거다. 로보어드바이저와 네오는 체급이 다르다.”
 
지난 3일 열린 신한AI 출범식. 왼쪽부터 신한생명 성대규 사장,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 신한AI 배진수 사장,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 신한은행 진옥동 은행장, 신한금융투자 김병철 사장, 신한BNPP자산운용 이창구 사장. [신한금융그룹]

지난 3일 열린 신한AI 출범식. 왼쪽부터 신한생명 성대규 사장,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 신한AI 배진수 사장,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 신한은행 진옥동 은행장, 신한금융투자 김병철 사장, 신한BNPP자산운용 이창구 사장. [신한금융그룹]

26만개 글로벌 펀드 중 5개 골라내 

이어 배 대표는 “인공지능은 사람 생각이 들어가면 의미가 없다. 네오는 스스로 학습하는 AI”라고 강조했다. “네오가 S&P500지수를 예측하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이터를 변수로 쓰더라고요. 사람이 개입하면 이걸 배제시키겠죠. 우리는 그렇게 안 합니다. 나중에 딥러닝 과정에 오류가 있느냐만 분석하죠. 알고리즘 스스로 학습하지 않고 전문가 생각이 들어가면 인공지능이 사람과 차이가 없어집니다.”
 
신한AI는 투자자문업으로 인가를 받았다. 네오가 시장예측을 바탕으로 글로벌 26만개 펀드상품을 분석해서 짠 투자상품 포트폴리오를 고객들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배 대표가 “이건 외부에 보여준 적 없는데”라면서 프린트물을 꺼내왔다. 네오가 글로벌 펀드 26만개 중 고른 5개 주식형펀드로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5월 30일 이후 성과표였다. 
 
9월 16일까지 3개월 반 동안 수익률이 9.79%. 그는 “골드만삭스의 AI 펀드인 ‘GS글로벌코어에쿼티’의 수익률(5.22%)을 앞선다”며 뿌듯해했다. GS글로벌코어에쿼티는 펀드 규모가 55억 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AI펀드다. 네오의 가장 큰 라이벌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월부터 고유자산운용(GMS) 자금 중 200억원의 운용을 실제 네오에 맡기고 있다. 네오의 능력을 다양하게 시험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 고객들에게도 선보이는 건 언제쯤일까. 배 대표는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실적을 검증해보고 내년 중 고객들에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급하게 가지 않고 제대로 갖춰놓고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투자자문업 개시…"국민연금도 고객 될 것"

투자자문업은 신한AI의 시작일 뿐이다. 신한AI의 3~5년 중기 목표는 ‘AI 무인 자산운용사’이다. 지금은 자격증을 갖춘 운용역이 있어야 자산운용사를 할 수 있지만, 신한AI는 자산운용사 무인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역시 글로벌이다. 배 대표는 “지금은 미국·중국·캐나다 업체가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 톱티어(선두권) AI 회사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중엔 국민연금·공무원연금을 운용역의 직관에 따라 투자한다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시대가 온다”며 “연기금이나 다른 자산운용사도 모두 우리 모델을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원 수 16명 신생업체가 그리는 미래는 컸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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