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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경도 인지장애 대처 잘해야 노년기 행복한 삶 누립니다

중앙일보 2019.09.23 00:02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살아간다는 것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대한 기억의 연속이다. 그런데 치매로 말을 잊고, 기억을 잊고, 자기 자신마저 잊으면 어떻게 될까. 기억을 잊으면 인생을 잃는다. 좋은 기억과 함께 늙어야 행복하다. 지난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이다.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근본적으로 치매를 치료하지 못한다. 그저 진행 속도를 늦춰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뿐이다. 뇌 인지 기능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경도 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예방적 관리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최근 경도 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뇌 노화를 늦춰주는 활동이 실제로도 치매 발생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사회의 숙제 치매 예방]
65세 이상 경도 인지장애
연 10~15%가 치매 진행
노인 10명 중 1명은 환자

 

늙으면 뇌 위축돼 인지 기능 저하

 
경도 인지장애는 뇌에서 보내는 경고다.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뇌 인지 기능 감퇴 속도가 빠른 상태다. 아직은 독립적인 판단·생활이 가능해 치매처럼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뇌 인지 기능을 유지·활용하는 범위가 달라진다. 65세 이상 경도 인지장애가 있는 노인 가운데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 정상 노인의 매년 치매 진행 비율은 1∼2% 수준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이진산 교수는 “경도 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은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10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일종의 치매 고위험군인 셈이다.
 
치매는 늙을수록 발병 위험이 커진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크기가 줄어든다. 뇌의 신경세포가 소멸하고 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감소한다. 노년기에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뇌 위축이 진행된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는 “뇌의 퇴행성 변화나 구조적 손상으로 뇌 위축이 나타나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도 인지장애가 있다면 이런 속도가 빨라진다. 뇌의 병적인 노화를 동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혼자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기간이 짧아진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치매로 발전하면 뇌가 소리 없이 망가져 삶이 파괴된다”고 말했다. 혼자 식사를 챙겨 먹거나 옷을 갈아입고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져 누군가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 경도 인지장애를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경도 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할까. 우선 뇌 여러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을 때다. 예컨대 약속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잘 알던 길을 헤매고, 행동이 굼떠지는 식이다.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김기웅·한지원 교수 연구팀은 경도 인지장애와 치매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기억력·집중력·주의력·시공간 지각 능력, 실행 능력 등 다양한 뇌 영역의 인지 기능을 정밀 평가한 다음 평균 18개월이 지난 후 동일하게 재평가했다. 그 결과 같은 경도 인지장애라도 뇌 영역의 여러 부분이 손상됐다면 한 영역만 인지 기능이 떨어졌을 때보다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세 배 이상 높았다.
 
 

만성질환·스트레스도 치매 원인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혈관성 치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혈압·혈당이 높으면 혈관 곳곳을 떠도는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 인지 기능이 나빠진다. 갑작스럽게 단계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치매로 진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실행 기능이 떨어져 행동이 느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울·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로 뇌 손상이 생기면 치매 위험이 커진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 연구팀은 경도 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심리 검사에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시공간 지각 능력은 13.4%, 실행 능력은 26.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치매로 진단받는 사람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약 75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 65세 이상 노인(약 739만 명)으로 따지면 10명 중 한 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증가세다. 매년 빠르게 치매 환자가 늘어 2025년에는 100만 명, 2040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의 치매 치료는 증상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증상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치매로 망가진 뇌세포는 회복하기 어렵다. 발견이 늦을수록 중증인 경우가 많아 간병 부담도 커진다. 혈액검사로 빠르게 치매를 진단하고 뇌 속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 등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한 치료약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장 치료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뇌 인지 기능이 최대한 유지하는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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