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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카, WFM 직원에 준 저서엔 "주식 개장전 음악 감상"

중앙일보 2019.09.22 17:21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지난 1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지난 1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조국(54)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씨가 더블유에프엠(WFM)의 회사 자금으로 포르쉐와 같은 고급 외제차나 고가의 스피커를 구입했다는 횡령 의혹을 검찰이 포착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전직 임직원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들을 연일 소환하며 투자한 회사에 자금을 횡령한 혐의는 없는지,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회사 매출을 부풀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적은 없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지난 20일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상훈(40) 코링크PE 대표는 취재진에 “그만 따라왔으면 좋겠다”며 “힘들게 조사받고 나왔는데 가는 길 편하게 가게 해 달라”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왼쪽)가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기업과의 6000억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중국 측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왼쪽)가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기업과의 6000억원대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중국 측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실]

 
 이 대표는 코링크PE가 경영권을 가져와 인수한 더블유에프엠(WFM)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검찰은 코링크PE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조범동씨가 WFM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WFM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들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 대표가 직원들과 저녁 자리에서 고급 스피커 얘기를 했다”며 “이 대표를 비롯해 조범동씨, 김모 대표가 대부분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녔는데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임원들이 회사를 장악한 이후 재무 담당 직원이 ‘지급결의서로 (회삿돈) 1000만원을 뺐다’는 얘기를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며 “회사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직원들이 일한 대가를 임원들이 사적으로 유용한 증거가 있다면 검찰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점가에서 팔리고 있는 조범동씨 저서. 증권 관련 서적에 배치돼 있다. 김민상 기자

서점가에서 팔리고 있는 조범동씨 저서. 증권 관련 서적에 배치돼 있다. 김민상 기자

 WFM의 또 다른 전직 직원은 사내에서 조범동씨를 봤다는 증언을 전했다. 영어 교육 업체였던 WFM은 인수 뒤 사명을 바꾸고 2차 전지 배터리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해당 직원은 “조씨가 자신을 주식 전문가로 표현하며 사내 사무실에서 저서 2권을 선물로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다른 임원과 달리 외부로 자기가 드러나는 걸 싫어했다”며 “군산 공장 개소식에도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WFM은 2018년 2월 전북 군산에 배터리 소재 생산 공장을 지어 가동식 때 전북도청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배터리 학계 교수 등을 초청했다. 
  
 조씨의 저서는 2012년과 2015년 각각 발간한 『원칙대로 손절하고 차트대로 홀딩하라』, 『지금 당장 주식투자에 선물옵션을 더하라』 등 2권이다. 현재에도 서점가에서 팔리고 있는 책이다. 해당 출판사 관계자는 “취재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조국 장관과 연관성을 물어보는데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조범동씨의 2015년 저서에 추천사를 써준 연세대 비전임교수. 연세대 측은 "비전임교수는 강의는 하지 않고 학교 사업과 관련된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홈페이지]

조범동씨의 2015년 저서에 추천사를 써준 연세대 비전임교수. 연세대 측은 "비전임교수는 강의는 하지 않고 학교 사업과 관련된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홈페이지]

 『지금 당장 주식투자에 선물옵션을 더하라』저서에는 “아침에 일어나 빈속에 커피 한 잔 마신 후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잠시 듣고 미국 증시 마감을 확인한 후 야간 선물지수를 확인한다”는 식의 주식 투자가의 라이프 패턴도 소개 돼 있다. 저서 추천사에는 코링크PE 부사장을 지낸 성모 전 K투자증권 상무를 비롯해 현직 연세대 비전임 교수로 활동하는 한 사모펀드 운용사 상무도 등장한다. 연세대 교수는 이달 내 열리는 서울시 창업관련 행사에 사모펀드 운용사 상무 직함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시를 통해 연세대 비전임 교수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범동씨와 이상훈씨 등 코링크PE와 WFM 관계자들이 회사 자금을 얼마나 유용했고, 여기에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 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WFM으로부터 영문학자로서 어학 사업 관련 자문료를 받았을 뿐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WFM 전직 직원은 “새로운 임원들은 영어 교육보다 주식이나 배터리와 같은 새로운 투자처에 관심이 많고, 교육 담당 직원들은 정 교수를 모른다”며 “정 교수가 어학 자문을 해주기보다 새로운 사업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 보고를 받았다는 사업 담당 직원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이가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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