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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반군 사우디에 휴전 첫 제안…UN 환영, 사우디는 유보

중앙일보 2019.09.22 16:16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수도 사나 탈환 5주년을 기념해 집회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수도 사나 탈환 5주년을 기념해 집회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을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고 자처한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군사 행동 중단을 제안했다. 예멘 내전이 본격화한 이후 1만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예멘에서 반군 지도부가 휴전을 먼저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유럽이 중재했던 휴전 협상이 무산된 적이 있어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사우디 측은 일단 반군 측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사 행동 중단하자" 이란과 조율한 듯
예멘 내전 사망자만 1만명…인류 최악 참사
UN 특사 "전쟁 끝낼 의지 담긴 강한 메시지"
예멘 공습해온 사우디는 "반군 행동 보겠다"
군사 충돌 배제한 미국, 사우디와 조율할까

예멘 반군 지도조직 최고정치위원회(SPC)의 마흐디 알마샤트 의장은 20일(현지시간)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우리는 사우디 영토에 대한 드론, 미사일 등 모든 종류의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사우디가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호응하기를 기다리겠다"며 사우디 연합군이 예멘 영토에 대한 공습을 멈추라고 요청했다. 알마샤트 의장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포괄적인 국가 타협안을 도출하기 위해 예멘 전쟁의 모든 당사자가 진지한 협상에 참여해 달라”라고도 촉구했다.
예멘 내전으로 인구의 4분의 3이 터전을 잃는 등 인도주의적 참사가 빚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예멘 내전으로 인구의 4분의 3이 터전을 잃는 등 인도주의적 참사가 빚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와 이란이 후원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의 갈등으로 예멘 내전은 2014년 발발했다. 2015년 3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축출됐는데,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은 이 대통령을 지원했다. 반군은 사우디의 인구 밀집 지역에 로켓이나 드론 공격을 시도했고, 사우디 연합군은 반군 근거지를 초토화하는 공습을 해왔다. 그 결과 예멘에선 1만 명가량의 사망자 외에 수십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전 인구의 4분의 3에 달하는 22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예멘 내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난으로 꼽히고 있다.
 
유엔 측은 반군의 휴전 제안을 즉각 환영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파견 예멘 특사는 성명에서 “반군 측의 발표는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가 담긴 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군사적 긴장 고조와 도움이 되지 않는 언사, 폭력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오른쪽). 사우디 수도에 머물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사우디가 지원하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오른쪽). 사우디 수도에 머물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담당 장관은 최근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란의 책임이라며 “동맹국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며, 수사가 끝나는 대로 결과에 따라 단호하게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은 사우디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려고 추가 파병을 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에 대해 최고 수준의 제재를 추가하면서도, 군사적 충돌은 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예멘 반군이 휴전을 제안한 것에 대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하지 말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그들이 그런 일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그들이 (휴전 제의를) 하게 만들었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이 이란과 무력 충돌을 하는 구상을 배제하면서 사우디 석유 시설 공습 사건은 유엔 총회 무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에 휴전 제안을 하면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요청이 무시되면 (사우디에) 엄청난 고통을 안기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란의 영토를 누구도 침범하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침략하는 나라는 곧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발언이지만 이란 측이 미국의 유화적 태도를 보고 무력 충돌을 억제하는 쪽으로 후티 반군 측과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드론 공격으로 무서진 사우디 석유 시설 [AP=연합뉴스]

드론 공격으로 무서진 사우디 석유 시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이란 언론을 인용해 이란과 중국, 러시아 3국 해군이 오만해와 북인도양 공해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합참 관계자는 “참가국들 사이에 공통적인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훈련을 하기도 한다”며 “조만간 국방장관, 합참의장, 사령관급 인사들이 이란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을 흔드는 무력 출동일 발생한 데에는 사우디가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예멘 반군 근거지를 공습해온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사우디는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방어망으로 막아오면서, 유럽 국가 등의 무력 사용 자제 권고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로는 미국 등에 협조를 구하고 있어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스웨덴에서 유럽의 중재로 예멘 정부와 반군이 합의한 휴전안은 흐지부지됐다.
예멘 반군 추종자들이 지난 10일 드론 모형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예멘 반군 추종자들이 지난 10일 드론 모형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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