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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외교스캔들···우크라 대통령에 "바이든 뒷조사를"

중앙일보 2019.09.22 13: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부인 멜라니아와 백악관을 국빈 방문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부부의 국빈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당시 "조 바이든 부자와 관련한 뒷조사를 해달라"고 청탁했다는 백악관 근무 정보요원의 내부 고발 사건에 휘말렸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부인 멜라니아와 백악관을 국빈 방문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부부의 국빈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당시 "조 바이든 부자와 관련한 뒷조사를 해달라"고 청탁했다는 백악관 근무 정보요원의 내부 고발 사건에 휘말렸다.[로이터=연합뉴스]

바람 잘 날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 고비를 넘기면 또 한 고비다. 이번엔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뒷조사를 요구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는 “부적절한 대화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하원 3개 상임위원회가 통화록 제출을 요구하고 백악관은 대통령의 행정 비밀 특권을 내세워 버티는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에서 벗어난 지 6개월 만에 외국 정상에 내년 대선 경쟁자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빠졌다.

7월 젤렌스키 대통령 통화, 바이든父子 수사 요구
"바이든 부통령때 아들 임원 재직 기업 수사 무마"
개인 고문 줄리아니 젤렌스키 보좌관 만나 협의
백악관 정보 관리, 국가정보국 감찰실 내부 고발
바이든 "엄청난 권력남용, 외국정상 협박 조사를"
트럼프 "민주당원이 대통령 염탐, 바이든 스캔들"


 
문제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5월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 25일 첫 정상 통화였다. 비밀로 관리되는 정상 통화 스캔들이 문제로 불거진 건 백악관에 재직중인 미 정보기관 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 부적절한 요구와 약속을 했다”며 지난달 12일 국가정보국(ODNI) 감찰실에 내부 고발을 접수하면서부터다. 
마이클 앳킨슨 감찰관은 “긴급한 우려가 제기된 사안”이라며 정식 감찰에 착수했고, 워싱턴포스트가 한 달여만인 18일 처음으로 이를 공개했다.
  
트럼프, 외국 정상 통화 어떻게 이뤄지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트럼프, 외국 정상 통화 어떻게 이뤄지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1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다짜고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우크라이나 최대 가스회사 임원이던 차남 헌터 바이든(49)에 관해 뒷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1일 “트럼프가 통화 도중 여덟 차례 자신의 개인 고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해 헌터를 수사해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아들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알기를 원한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 부자 수사 청탁 의혹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내진 않았다. 대신 바딤 프리스타이코 외무장관이 "대화 내용을 알고 있으며 어떤 외압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 부자 수사 청탁 의혹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내진 않았다. 대신 바딤 프리스타이코 외무장관이 "대화 내용을 알고 있으며 어떤 외압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헌터 바이든은 2014년 4월부터 5년 간 우크라이나 부리스마(Burisma) 홀딩스의 이사로 재직하며 매달 8만 달러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바이든 의혹의 핵심은 부통령이던 2016년 우크라이나 측에 아들 회사인 부리스마를 수사하려던 당시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미국이 10억 달러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해 결국 사임시켰다는 내용이다.
반면 바이든은 부패한 인물인 쇼킨을 상대로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반부패 차원에서 압력을 행사해 우크라이나 의회가 불신임투표에서 해임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5월 후임 검찰총장도 “바이든과 아들 헌터와 관련해 어떤 부패 혐의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쇼킨이 최근 "바이든의 압력이 아니었다면 사임할 이유가 없었다"고 트럼프 편에 가세하면서 의혹은 되살아났다. 진상에 따라선 바이든에게 불똥이 튈 수 있는 셈이다.
 
친(親)서방 정책을 내걸고 당선한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당시 미국의 지지가 절박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원하는 백악관 초청은 물론 미 의회가 통과시킨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도 보류하고 있었다. 통화도 취임 두 달 뒤에야 이뤄졌다. 백악관이 공개한 통화 요약문엔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양국 경제·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앞으로 만날 것을 고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소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가 이뤄진 뒤 약 일주일 만인 8월 3일 줄리아니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안드리 예르마크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났다. 커트 볼커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 특별대표가 회동을 주선했다. 
줄리아니는 회동에서 바이든 뒷조사 외에 폴 매너포트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 본부장과 관련해 미국 민주당 측에 정보를 제공한 우크라이나 관리들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추가로 부탁했다. 우크라이나의 친(親) 푸틴계 정치인ㆍ재벌의 돈을 받아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매너포트의 범죄 정보를 입수한 민주당의 불법 혐의를 캐달라고 한 것이다. 이에 예마르크 보좌관은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정상회담 성사를 거듭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은 9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폴란드 바르샤바 방문을 계기로 성사될 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허리케인 도리안을 이유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신 보내면서 불발됐다. 펜스 부통령은 젤렌스키와 만나 “우크라이나 부패 척결과 군사 원조가 직결돼 있다”는 트럼프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집행했고, 이어 뉴욕 유엔총회 기간인 25일 젤렌스키와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1일 아이오와주 데모인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트위터에서 수사 청부 의혹에 대해 "내가 자신을 꺾을 것이라는 데 절망한 트럼프가 외국 정부의 도움까지 구하고 있다"며 "이는 권력남용일뿐 아니라 대통령직의 모든 기본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1일 아이오와주 데모인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트위터에서 수사 청부 의혹에 대해 "내가 자신을 꺾을 것이라는 데 절망한 트럼프가 외국 정부의 도움까지 구하고 있다"며 "이는 권력남용일뿐 아니라 대통령직의 모든 기본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얼개는 비슷하지만, 트럼프가 직접 외국 정상에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의 뒷조사를 청부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민주당 하원 정보·외교·정부감독위원회는 국가정보국에 고발장과 함께 7월 25일 통화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조지프 맥과이어 국장 대행은 “법률상 의회에 보고해야할 긴급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대신 오는 26일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1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유세에서 "엄청난 권력남용"이라며 "트럼프가 왜 외국 지도자를 협박하려 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고발자가 민주당원"이라며 민주당 배후설로 반격했다. 그는 20일 기자들에 "(통화는) 완전히 적절했고, 실제 아름다운 대화였다"며 "고발자가 다른 당(민주당) 출신의 당파적 인사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뒷조사를 부탁했느냐는 질문에는 "대화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특정 국가에 '검찰이 사건에서 손 떼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를 주지 않겠다'고 한 건 수치스런 짓으로 누군가는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서도 "미국 스파이가 자국 대통령을 염탐했다"며 "바이든의 스캔들을 트럼프 스캔들로 둔갑시키려 한다"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트럼프 정상통화 최소 다섯 명 들어…최대 50명 통화록 회람
트럼프의 정상 통화 내용이 통째로 유출되거나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취임 일주일 뒤 엔리케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에게 “당신이 ‘멕시코는 국경장벽에 돈을 내지 않겠다’고 계속 이야기한다면, 당신과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발언록이 고스란히 유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신의 대선 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에 멕시코가 돈을 대게 하겠다는 주장을 니에토 대통령이 반박한 데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맬콤 턴불 당시 호주 총리와 통화록도 유출됐다. 호주가 수용중인 경제난민을 받아달라고 요구하는 턴불 총리에게 “완전히 질렸다. 오늘 하루 종일 이런 통화를 했는데 이번이 가장 불쾌한 통화였다. 푸틴과 통화가 오히려 즐거웠다”며 짜증을 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사람이 듣는 데 부적절한 발언을 했겠느냐"는 해명대로 외국 정상과 통화는 최소 5명 이상이 함께 듣는다. 국가안보보좌관과 국가안보회의(NSC) 해당 지역 선임 국장과 부국장이 통화가 이뤄지는 동안 집무실에 동석하기 때문이다. NSC 해당국 담당은 통상 하루 전 현안 보고서를 작성하고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한다. 통화와 동시에 1층 NSC 상황실에선 통역과 함께 별도로 두 명의 직원이 통화록을 작성한다.
 
이후 정상 통화록은 NSC 선임 국장의 내용 검토를 거쳐 백악관 고위 관리들과 관련 행정부처 장관 등의 배포선을 결정한다. 백악관 내부에선 통상 10~20명이 통화록을 회람하고, 행정부처 고위 관리를 포함하면 최대 50명 가량이 통화 내용을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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