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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반한 그 건물, 김중업의 역작…도심 속 대사관 구경 오세요

중앙일보 2019.09.22 06:00
도심에 자리 잡고 있지만 평소 가보기 힘들었던 주한 외국 대사관이 시민에게 개방된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기간 중 비영리 민간단체인 오픈하우스서울이 영국·미국·프랑스·스위스·이집트 등 주요 국가의 대사관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픈하우스서울 2019’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미국·영국·프랑스·스위스 등 대사관 개방
‘오픈하우스서울 2019’ 특별 프로그램

지난 19일 언론에 먼저 공개한 대사관 네 곳을 둘러봤다.  
주한스위스대사관이 지난 5월 새롭게 개관했다. 한옥을 현대식으로 해석해 친환경적으로 지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 주한스위스대사관]

주한스위스대사관이 지난 5월 새롭게 개관했다. 한옥을 현대식으로 해석해 친환경적으로 지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 주한스위스대사관]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스위스대사관은 지난 5월 새롭게 단장했다. 한옥을 현대화해 스위스 건축가와 한국의 건축사가 함께 지었다. 사면이 모두 반듯하지 않은 비정형 구조에 층고를 높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통유리로 낸 큰 창은 마치 한옥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는 느낌을 준다.
 
내부는 주로 나무를 이용했다. 화장실이나 청소에 쓸 물과 관개용 물은 빗물을 모아 사용한다.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같은 건물에 있는 대사관저에 전기를 공급한다. 친환경을 중시하는 스위스의 가치관을 알 수 있었다.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스위스대사는 직접 건물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새로 지은 스위스대사관은 국제 사회에서 점점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에 바치는 헌정”이라며 “친환경을 접목하고 한옥을 재해석한 건물은 스위스의 자긍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건축가 김중업의 걸작으로 꼽히는 프랑스대사관은 내년 재건축할 예정으로 원형을 볼 수 있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다. [사진 주한프랑스대사관]

건축가 김중업의 걸작으로 꼽히는 프랑스대사관은 내년 재건축할 예정으로 원형을 볼 수 있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다. [사진 주한프랑스대사관]

 
프랑스대사관은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인근에 있다.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프랑스 사무실에서 건축을 배운 건축가 김중업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959년부터 설계해 1962년 완공했다.
 
당시 대사관과 대사관저, 예술동이 적절한 높이와 각도로 어우러지며 한국의 한옥을 현대적으로 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재건축이 예정돼 있어 김중업이 지은 원형을 볼 수 있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달 부임한 필립 르포르 프랑스대사는 “아름다운 건물로 인정받는 프랑스대사관은 한국과 프랑스 공동의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영국대사관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사관저 건물을 원형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진 주한영국대사관]

영국대사관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사관저 건물을 원형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진 주한영국대사관]

 
덕수궁 돌담길 안쪽에 있는 영국대사관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사관 건물이다. 그 자리에 원형대로 쓰고 있는 129년 된 대사관저를 볼 수 있다. 고종이 당시 이 영국공사관 건물에 반해 석조전을 지을 때 영국 건축가를 초빙했다고 한다.
 
사무동 지하에는 ‘브로튼 바’와 ‘애스턴 홀’이 있다. 1794년 일본으로 가려다 부산에 상륙한 영국 해군 장교 윌리엄 브로튼의 이름과 초대 영국 총영사 윌리엄 애스턴의 이름을 땄다.
 
기자들에게 대사관을 소개한 닉 메타 주한 영국 부대사는 “영국대사관은 주한 대사관 중 유일하게 바를 갖춘 곳”이라며 “금요일 저녁에 외교관들은 파트너와 함께 최고급 위스키와 진을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의 관저인 하비브하우스는 한옥 양식을 살렸다.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주한미국대사관의 관저인 하비브하우스는 한옥 양식을 살렸다. [사진 주한미국대사관]

 
중구 정동에 있는 미국 대사관저는 하비브 하우스(현 관저)와 구 공사관으로 나뉘어 있다. 구 공사관 터는 1884년 조선이 최초로 외국에 판 부동산으로 기록됐다.
 
1970년대 초 구 공사관 옆자리에는 새로운 대사관저를 만들려는 논의가 시작됐다. 필립 하비브 당시 미국 대사는 국무부의 반대에도 한옥 양식을 고집했다. 1976년 완공한 하비브 하우스는 그의 이름을 땄다. 이는 전 세계 미국 대사관저 중 주재국 전통 양식을 따른 첫 건축물이다.
 
오픈하우스는 역사·종교 건축물, 개인 주택, 정원 등 평소에 가기 힘든 건축물과 장소를 일반인에 공개하는 행사다. 1992년 런던에서 시작해 뉴욕, 바르셀로나, 예루살렘 등 45개 도시로 확장했다. 오픈하우스서울은 올해 3년째로 다음 달 12~20일 본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특히 개인 주택이 많이 참여했다. 반계 운웅열 별서, 현대카드 사옥 등도 구경할 수 있다. 대사관 개방은 20~29일 진행된다. 
  
임진영 오픈하우스서울 대표는 “건물의 매력을 안 뒤에 도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며 “내가 사는 도시와 공간을 이해하고 경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많은 시민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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