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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두꺼비 300만마리 대이동' 망월지, 생태공원 거듭날까

중앙일보 2019.09.22 05:00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농업용저수지인 망월지는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다. 매해 5월말 새끼 두꺼비 300만마리가 서식지인 욱수골로 이동한다.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농업용저수지인 망월지는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다. 매해 5월말 새끼 두꺼비 300만마리가 서식지인 욱수골로 이동한다.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2007년 3월 대구 수성구 병풍산 자락의 골짜기 욱수골. 한 등산객이 “차를 타고 등산로 입구로 향하던 중 수십 마리의 두꺼비를 차로 치었다”며 대구경북녹색연합에 신고했다. 이후 다수의 등산객이 비슷한 신고를 하며 “두꺼비가 차에 치이지 않도록 무슨 일인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그날부터 길목에 로드킬 방지 펜스를 치고 24시간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2개월 뒤인 같은 해 5월 중순 비가 쏟아지던 날. 손가락 마디만 한 새끼 두꺼비 300만 마리가 새카맣게 서식지인 욱수골로 올라가는 장관이 펼쳐졌다.
 

대구 도심속 두꺼비 산란지인 수성구 망월지
19일 국회의원 등 모여 생태공원 조성 논의
망월지, 사유지 80%로 난개발 우려 제기돼와
수성구청 "생태공원 조성위해 땅 매입할 것"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그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이후 망월지에서 해마다 2~3월이면 수천 마리의 성체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찾는 모습을 관찰해 왔다”고 말했다. 성체 두꺼비가 산란하고 60여일 뒤인 5월 말과 6월 초 사이가 되면 2~3㎝의 새끼 두꺼비 200만~300만 마리가 망월지에서 서식지인 욱수골로 이동한다.  
 
1929년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져 농업용 저수지로 이용돼 온 망월지(1만8904㎡)가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지난 6일 망월지 두꺼비 생태공원 제안서를 대구시와 수성구청에 전달했다. 이 대표는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가 난개발 위험에 처했기에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고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수성구청은 5000만원을 들여 오는 10월 두꺼비 생태공원 추진을 위한 용역을 시행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구 달서병당협위원장)과 정경윤 대구지방환경청장, 대구경북녹색연합 등도 지난 19일 망월지를 찾아 망월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망월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들은 강 의원은 “환경부와 논의해서 국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 청장도 “환경부와 협의를 해 생태공원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망월지는 수중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환경지표종인 두꺼비의 국내 최대 산란지”라며 “망월지가 대구에서도 땅값이 높은 수성구에 있고, 땅의 80%를 일반 지주들이 소유하고 있어 난개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하루빨리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농업용저수지인 망월지에서 강효상 국회의원과 대구환경청 등 지역 관계자들이 만나 망월지를 둘러보며 망월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뜻을 모았다.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욱수동의 농업용저수지인 망월지에서 강효상 국회의원과 대구환경청 등 지역 관계자들이 만나 망월지를 둘러보며 망월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뜻을 모았다. 사진 대구경북녹색연합]

망월지는 국유지 20%, 사유지 80%의 농업기반시설(저수지)로 보호받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개발 바람이 망월지까지 불어오면서 일부 지주들은 개발이 가능하도록 관할 구청인 수성구청에 저수지가 아닌 밭으로 바꿔 달라는 지목변경 소송을 걸기도 했다. 지난 7월 망월지에 900여㎡를 소유한 지주가 낸 소송의 1심에서 수성구청이 패소하면서 난개발 우려가 커졌다. 이외에 현재 유기적으로 얽힌 소송만 4건(민사 2건·행정 2건)이다. 이중 지난 11일 대구지법은 한 지주가 “근거 없이 망월지를 농업생산기반시설로 등록해 소유권을 방해하고 있다”며 낸 소송에서 지주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수성구청은 땅을 매입하면 망월지 내 사유지 지주들의 재산권 침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이듬해 7월쯤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생태공원을 만드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며 “공원에 두꺼비 생태 학습장 등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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