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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삽질일기] 뉴욕 텃밭을 덮친 할머니, 근대의 ㄱ자도 싫다는 런던녀

중앙선데이 2019.09.21 05:01
보고 싶은 가을꽃 있냐고 SNS 친구들에게 물었다. 구절초가 4표로 가장 많았다. 소국 2표, 그 중 한분은 부산에 사는데 연보랏빛 꽃을 보고 싶단다. 과꽃 2표. 맨드라미 3표. 강진에 사는 아저씨는 맑은 하늘 아래 살랑거리는 바다갈대를 말했다. 맨드라미 3표. 붓꽃·분꽃·채송화·달리아·백일홍·달맞이꽃·봉숭아 각 1표. 첫사랑을 그려달라는 아저씨는 대책이 없다. 쪽꽃도 1표가 나왔는데 이게 뭔가 해서 물어봤다. 여뀌보다 마디가 조금 길고 꽃송이도 크단다. 그러니까 한 핏줄이라는 얘기다. 놋젓가락나물꽃을 주문해서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분이 있고 아저씨 아니랄까봐 술꽃을 그려내라는 이도 있다. 자신을 그려달라고 한 분과 가을인데 접시꽃이 보고 싶다고 한 분은 여성이다. ‘저도 가꾸면 꽃이 될까요’ 라고 물어온 아재도 있다. ‘오늘은 네가 꽃이다’며 나태주의 시 한 구절을 보낸 이도 있다. 뿜을 뻔했다. 당연히 아저씨다. 이 많은 청을 다 들어줄 수가 없어서 그냥 내키는 대로 그렸다.

보고 싶은 가을꽃 있냐고 SNS 친구들에게 물었다. 구절초가 4표로 가장 많았다. 소국 2표, 그 중 한분은 부산에 사는데 연보랏빛 꽃을 보고 싶단다. 과꽃 2표. 맨드라미 3표. 강진에 사는 아저씨는 맑은 하늘 아래 살랑거리는 바다갈대를 말했다. 맨드라미 3표. 붓꽃·분꽃·채송화·달리아·백일홍·달맞이꽃·봉숭아 각 1표. 첫사랑을 그려달라는 아저씨는 대책이 없다. 쪽꽃도 1표가 나왔는데 이게 뭔가 해서 물어봤다. 여뀌보다 마디가 조금 길고 꽃송이도 크단다. 그러니까 한 핏줄이라는 얘기다. 놋젓가락나물꽃을 주문해서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분이 있고 아저씨 아니랄까봐 술꽃을 그려내라는 이도 있다. 자신을 그려달라고 한 분과 가을인데 접시꽃이 보고 싶다고 한 분은 여성이다. ‘저도 가꾸면 꽃이 될까요’ 라고 물어온 아재도 있다. ‘오늘은 네가 꽃이다’며 나태주의 시 한 구절을 보낸 이도 있다. 뿜을 뻔했다. 당연히 아저씨다. 이 많은 청을 다 들어줄 수가 없어서 그냥 내키는 대로 그렸다.

<뉴욕에서 온 편지> 2탄입니다. 
(아래 기사는 지난주에 나간 1탄)

관련기사

맨해튼에서 텃밭을 10여 년 가꿔온 손병욱 선생과 나눈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손 선생이 말하는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뒤쪽에는 런던의 텃밭 이야기도 있습니다.   
  
텃밭을 그만두고 난 뒤 열 받아서 일을 벌일까도 생각했어요. 텃밭에 찾아왔던 뉴욕타임스 기자랑 안면도 있고요. 뉴욕시나 뉴욕주에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하면 어찌 됐건 조사를 하겠지요. 여기는 차별에 민감하거든요. 저랑 같이 밭을 접은 라파엘이 친구 변호사를 통해서 가든 클럽을 고소하겠다고 했어요. 라파엘은 유대인입니다. 어쩔까 하다가 제가 그냥 잊어버리자고 했어요. 시간 낭비에다 정력소모라고요. 오히려 잘됐다고 달랬지요. 그 밭을 떠난 지도 몇 년 됐네요.  
얼마 전에 친한 회원이 전화했어요. 회장이 바뀌었으니 다시 밭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싫다고 했지요. 되지도 않는 규칙을 만든 밭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간다 해도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이 남아 있잖아요. 
그래도 그 밭에는 여전히 친한 친구들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이란에서 온 머쑤드예요. 한번은 머쑤드가 이란 관련 사업을 같이하자더군요. 
이란 친구 머쑤드 밭에 쓸 자재를 사러 온 홈디포. 토마토가 타고 올라갈 지지대(trellis)에 쓸 각목 10개와 흙 20포대를 샀다.

이란 친구 머쑤드 밭에 쓸 자재를 사러 온 홈디포. 토마토가 타고 올라갈 지지대(trellis)에 쓸 각목 10개와 흙 20포대를 샀다.

이게 쉽지 않아요. 미국 재무성(Department of the Treasury)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미국 시민이 이란과 뭐를 하면 몇백만 달러 벌금에 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대요.  
통통한 아저씨 머쑤드와 작은 아들. 본래 있던 흙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다 파내고 유기농 흙을 사다가 부었다.

통통한 아저씨 머쑤드와 작은 아들. 본래 있던 흙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다 파내고 유기농 흙을 사다가 부었다.

머쑤드가 밭에 지지대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예전 밭에 가봤어요. 아들 둘을 꼬맹이 때부터 봤는데 몇 년 새 훌쩍 컸더군요. 저를 보고 Uncle Byung 하며 반가워합니다. 장남 자봉과 같이 일하다가 맥주도 같이 마시고 담배도 나눠 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요. 한국 같으면 열여섯짜리 애랑 환갑 넘은 아저씨가 어울리기 힘들겠지요. 자봉은 내가 편한지 아빠한테 못하는 얘기도 하더군요. 학교에서 삼각함수 배운다고 해서 우리가 만드는 삼각 지지대 높이를 계산해보라고 했어요. 나아가서 미적분에 미분방정식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제가 공돌이 티를 냈어요. 자봉이 불쑥 대마초를 핀다더군요. 여기서는 대마를 pot 혹은 grass라고 해요. 공식적으로는 marijuana 또는 cannabis라고 쓰지요. 거기서 더 나가지 말라고 조언을 해줬지요.  
토마토와 오이 지지대를 만들려고 땅을 파고 있는 머쑤드의 큰아들.

토마토와 오이 지지대를 만들려고 땅을 파고 있는 머쑤드의 큰아들.

 
내친김에 미국의 대마초 정책을 얘기해볼게요. 한국과 달리 관대하고 법으로 허용하는 주가 많아요. 찾아보니 현재 50개 주 중에 33개 주가 의료용으로, 11개 주는 오락용으로 허용하고 있네요. 의료용(medical use)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지만 오락용(recreational)은 담배처럼 제 나이만 되면 살 수 있지요. 중독성은 담배가 대마보다 훨씬 센 것 같아요. 헤로인이나 아이스(methamphetamine)처럼 중독성 강한 마약들은 절대로 손을 대면 안 되겠지요. 뉴욕대(NYU)에서도 매년 마약남용으로 죽는 학생이 나온다니 말이지요. 뉴욕과 뉴저지는 몇 년 전부터 의료용을 허용했는데 올해는 오락용 허용도 추진 중이에요. 뉴욕은 몇 년 전부터 경찰이 잡지도 않아요. 그 덕에 오히려 범죄율이 떨어지고 세수가 많이 늘었다네요. 미국령인 사이판과 괌도 오락용을 허용하지요. 대마초로 만든 쿠키랑 버터도 있어요. 대마초 관련 회사들 주식도 거래되고요. 캐나다는 모든 주에서 오락용 대마가 합법입니다.  
대마초를 법으로 허용한 미국의 주. 녹색은 의료용·오락용 모두 허용. 하늘색은 의료용만 허용.

대마초를 법으로 허용한 미국의 주. 녹색은 의료용·오락용 모두 허용. 하늘색은 의료용만 허용.

 
주식이 거래되는 대마초 관련 회사들

주식이 거래되는 대마초 관련 회사들

텃밭을 그만두고 나서도 농사를 아주 때려치우지는 않았어요. 저는 놀고 있는 땅만 보면 저기다 뭘 심으면 좋을까 생각해요. 채소 씨를 여기저기 뿌려놓고 솎으러 다니지요.  
집 가까운 곳에 오래된 성공회 성당이 있어요. 문을 닫은 뒤 나이트클럽으로 바뀌었지요. 한번 가봤는데 내부는 원형을 거의 살리고 조명과 스피커들을 달았더군요. 입장하는 줄이 엄청 길고 안내원이 여러 명이었어요. 그런데 사건 특히 마약 관련한 사고가 많이 터져 문을 닫았어요. 그 뒤 이 건물 빈 땅에 씨를 뿌렸는데 최근에 사람들이 다시 들락거려요. 물어보니 누가 17년간 리스를 했대요. 또 이상한 게 들어오면 시끄럽고 밭을 일굴 수 없을 테니 걱정되더군요. 공사하는 인부에게 먹을 거 심어놨다고 하니 옮겨 심는 게 좋겠다고 해요.  
집 근처 이스트 리버. 문 닫은 교회건물에 심어놓은 채소를 살펴보고 일광욕도 하려고 찾았다. 강 건너가 맨해튼. 이곳도 맨해튼이지만. 지나가는 배들 구경하며 놀기 딱 좋은 명당이다. 갈치젓, 마늘종 장아찌 안주에 맥주 한잔 있으면 그만이다. 바로 뒤에 들깨를 심어놓은 교회가 있다.

집 근처 이스트 리버. 문 닫은 교회건물에 심어놓은 채소를 살펴보고 일광욕도 하려고 찾았다. 강 건너가 맨해튼. 이곳도 맨해튼이지만. 지나가는 배들 구경하며 놀기 딱 좋은 명당이다. 갈치젓, 마늘종 장아찌 안주에 맥주 한잔 있으면 그만이다. 바로 뒤에 들깨를 심어놓은 교회가 있다.

 
저 앞 벽돌 건물이 교회 건물이다. 손 선생의 채소 보물창고.

저 앞 벽돌 건물이 교회 건물이다. 손 선생의 채소 보물창고.

이스트 리버 선탠 장소 앞을 지나가는 서클라인. 뉴욕 명물 중의 하나다.

이스트 리버 선탠 장소 앞을 지나가는 서클라인. 뉴욕 명물 중의 하나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해요. 이거저거 물어보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열심히 답해줘요. 지금은 없어진 리더스 다이제스트 잡지에서 여러 나라 도시의 친절도 조사한 걸 봤어요. 길 가다 물건을 떨어뜨리면 뒷사람이 주워주는가, 뒷사람을 위해서 문을 잡아주는가… 배려의 정도를 잰 거지요. 뉴욕 사람들이 일등 먹었어요. 여기서는 신호등이 바뀌고 앞차가 움직이지 않아도 대부분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려요. 제가 운전할 때 한 번은 인도에서 누가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급하게 경적을 눌렀더니 소리가 안 나더군요. 일 년이 넘도록 쓰질 않아서 망가진 줄도 몰랐어요. 여기 토박이나 오래 산 사람들은 대개 친절해요. 오히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센 척하려고 그러는지 퉁명스럽지요. 서남아시아 출신자가 운전대를 많이 잡는 옐로 캡이 험하게 달리는 것도 그 때문 아닐까 해요.  
 
뉴욕에는 아일랜드계, 그러니까 아이리시도 많아요. 이유가 있지요. 컴퓨터 교육을 받으러 아일랜드 더블린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때 환경을 보니 감자처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 빼고는 농사가 힘들어 보였어요. 그런데 감자 역병이 돌아 1840년대 후반기에 100만 명이 넘게 굶어 죽었어요. 더는 살 수 없게 되자 또 100만 명 이상이 북미로 건너왔지요. 케네디 대통령 선조도 이때 왔어요.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예이츠 같은 아이리시 문인이 많은 이유가 그 땅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기 때문 아닐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해봤네요. 아일랜드는 영국에게 수난을 많이 당했지요. 어찌 보면 한국이 제국주의 일본에 당한 것 이상이에요.  
이 사람들 덩치는 또 왜 그리 큰지 웬만한 사람들은 술을 못 당해요. 뉴욕 소방대원과 경찰에는 아이리시가 아주 많아요. 9·11 때 우리 동네 소방대원 다섯 분이 희생당했어요. 대부분이 아이리시일 겁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이 무너지고 나서도 한 달 넘게 연기가 나더군요. 뉴욕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분노가 치밀더군요. 아파트 창문으로 내내 그 광경을 보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그 건물에서 일하던 우리 동네 사람들도 많이 당했습니다. 또 얘기가 샜네요.  
 9·11 테러 당시 맨해튼. 저 앞 연기 나는 데가 무너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

9·11 테러 당시 맨해튼. 저 앞 연기 나는 데가 무너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

 
교회 건물이 공사를 시작했어요. 식당이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잔디와 풀을 깎는 사람이 있기에 얘기를 했지요. 저기 내가 심어놓은 깻잎 말이야, 한국 상점에 가면 10장 1묶음에 3달러가 넘어. 그 친구가 놀라더군요. 들깨가 자라는 곳을 알려주니 자기가 보장은 못 하지만 최대한 지켜주겠다고 그래요. 얼마 전에 공사 중인 식당 주인을 처음 만났어요. 젊은 커플인데 아주 나이스 하더군요. 바가 딸린 식당을 할 거라며 내부를 구경 시켜주데요. 들깨 얘기를 또 했지요. 작물을 지키려는 노력, 제가 생각해도 처절합니다. 그랬더니 저한테 되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요. 식당 앞에 조그만 텃밭이 있으면 보기 좋지 않겠니? 하고는 깻잎을 따서 냄새 맡아보라고 줬어요. 그냥 먹어도 되냐고 물어요. 잘라서 같이 맛을 봤어요. 여자가 very interesting 하며 좋아하더군요. 남자가 즉석에서 더 심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깻잎이 살아남은 스토리입니다. 내년에도 계속 식당 앞 텃밭에서 농사를 지었으면 좋겠네요.
 
풀밭이 된 교회 빈 땅. 그 사이에서 들깨가 자라고 있다.

풀밭이 된 교회 빈 땅. 그 사이에서 들깨가 자라고 있다.

아, 한 가지 더, 저도 털려봤어요. 때려치운 동네 텃밭 시절 이야기입니다.  
한번은 한국 할머니가 오시더니, 아유 깻잎이 참 잘 자랐네~ 좀 따가도 돼요? 하기에, 네 맘껏 따가세요 했지요. 다음날 와서 보니 들깨 수십 그루가 작은 잎 몇장 빼고는 죄다 없어졌어요. 대만 서 있는 거예요. 아니, 주인 먹을 건 좀 남겨놔야지. 동네에 한국 사람이 거의 없어 반가워서 그리 말했는데. 그 많은 깻잎을 다 뭐 하시려고 그랬는지 기가 막히더군요. 주위에 선심을 썼겠지요. 여럿이 나눠 먹었으면 됐지요 뭐.
 
별 거 아닌데 꽤 길게 이야기했네요.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전 밭의 풍경. 앞쪽 풍성한 들깨를 할머니에게 탈탈 털렸다.

예전 밭의 풍경. 앞쪽 풍성한 들깨를 할머니에게 탈탈 털렸다.

 
<뉴욕에서 온 편지 1탄>을 보고 런던에 사는 SNS 친구 김지민님이 연락을 해왔다.  덕분에 런던의 텃밭 얘기를 들었다. 런던은 90년대 후반부터 도심 양봉을 가장 먼저 시작한 도시다. 시내 여기저기 텃밭이 있고 빌딩 옥상 곳곳에도 작은 정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채소를 기르고 벌을 키운다. 도심 벌통이 3천 개가 넘는단다. 꿀은 프리마켓이나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고 유명 셰프들이 사가기도 한단다.  
작은 밭들이 모여 있는 런던의 커뮤니티 가든

작은 밭들이 모여 있는 런던의 커뮤니티 가든

저 끝에 있는 것처럼 주인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밭도 있다. 농기구를 넣어두고 간단히 한 끼 정도 해먹을 수 있는 주방기기도 있다. 쓰지 않을 때는 잠그고 다닌다.

저 끝에 있는 것처럼 주인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밭도 있다. 농기구를 넣어두고 간단히 한 끼 정도 해먹을 수 있는 주방기기도 있다. 쓰지 않을 때는 잠그고 다닌다.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해요. 런던 곳곳에도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이 있어요. 한국의 주말농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는 집 뒤에 조그만 땅을 일궈서 채소를 키워요. 농사짓던 첫해에는 벌레들에게 무를 몽땅 뺏겼어요. 대처방법을 몰라 벌레가 파먹은 자리에 심고 또 심기도 했지요. 영국 할아버지들이 로즈메리·라벤더·박하 같은 허브 식물을 심어보라고 하더군요. 자기네 식으로 퇴비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주고요. 그런데 그분들이 제 밭에 심은 들깨 근처엔 해충이 없는 걸 보고 신기하게 생각해요. 다음 해부터는 모종을 나누어주었지요. 텃밭을 함께 가꾸는 교포들이 많아요. 탈북민도 있고 중국 동포도 있어요. 교포들이 많이 사는 뉴몰든(New Malden)의 한국 상점에는 텃밭에서 키운 부추·쑥갓·미나리 같은 채소가 나와요. 대개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죠. 독일에서 키운 한국 채소와 동유럽에서 키운 한국 참외도 팔리고요. 평양에서 온 외교관이나 주재원들도 다녀가지요. 겉으로 봐서는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요. 어릴 때 먹던 근대 된장국이 생각나서 창가 화분에 씨를 심어봤어요. 잎이 작아 샐러드용으로는 쓸만한데 국거리로는 부족하더군요. 텃밭에 옮겨심었더니 잘 자라요. 삶아서 냉동실에 넣고 겨우내 국 끓여 먹었어요. 저의 근대 사랑을 본 탈북민 한 분은 근대의 ㄱ자도 싫대요. 북한에 있을 때 식량이 부족해 된장 물에 곡물과 근대를 넣어 허기를 메우고 살았대요. 같은 음식이 누구에겐 추억이, 누구에겐 고역이 되기도 하네요.”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일교차가 요즘엔 겨울무 등을 심기도 한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일교차가 요즘엔 겨울무 등을 심기도 한다.

밭을 보면 쥔장의 출신지를 알 수 있다. 해바라기·메론·덩굴호박·양배추를 키우면 대개 영국인이다. 부추·깻잎·쑥갓·미나리·배추 같은 채소가 있으면 한국사람이다. 남이나 북이나 같다.

밭을 보면 쥔장의 출신지를 알 수 있다. 해바라기·메론·덩굴호박·양배추를 키우면 대개 영국인이다. 부추·깻잎·쑥갓·미나리·배추 같은 채소가 있으면 한국사람이다. 남이나 북이나 같다.

갖가지 콩이 자라고, 사과·배·자두는 물론 무화과도 있다. 옥수수는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모두 좋아한다. 변비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아주까리도 있다. 약국에 가면 아주까리기름을 살 수 있다.

갖가지 콩이 자라고, 사과·배·자두는 물론 무화과도 있다. 옥수수는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모두 좋아한다. 변비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아주까리도 있다. 약국에 가면 아주까리기름을 살 수 있다.

 
어디서나 흙에는 이야기가 있고, 삽질에는 국경이 없다. 
 
그림·글=안충기 아트전문기자 newnew9@joongang.co.kr 
사진=뉴욕 손병욱, 런던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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