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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메디컬 실용 연구로 승부, 아산 스탠퍼드대로 만들 것

중앙선데이 2019.09.21 00:32 653호 2면 지면보기

[양영유의 총장 열전]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

충남 아산은 충무공 이순신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충무공의 묘와 기념관, 현충사가 있다. 충무공이 영국의 넬슨 제독에 버금가는 세계 해전사의 영웅이듯 아산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는 대학이 있다. 21번 국도 옆 아산시 순천향로의 순천향대다. “대학 소재지는 지명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브랜드를 특성화해 어떤 인재를 키워내느냐가 미래의 승부처입니다. 충무공의 창의와 도전정신, 따뜻한 리더십이 순천향 인(人)의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 어디 있느냐보다 특화 중요
충무공 창의·도전정신이 자양분

혁신 현장 ‘인더스트리 인사이드’
VR 의학 실습, 3D 프린터로 출력

4차 혁명시대 ‘셀프 티칭’ 경쟁력
대학간 시설·교수·학생 공유할 만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이 학예관 2층에 있는 ‘미디어 인사이드’ VR스튜디오에서 ‘의료수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가상 의학 실습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이 학예관 2층에 있는 ‘미디어 인사이드’ VR스튜디오에서 ‘의료수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가상 의학 실습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서교일(61) 총장은 부드러우면서 강단 있게 충무공론을 강조했다. 문명사적 전환기인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급감 시대를 맞아 “혁신만이 살길이다(Innovate or die)”라는 의지가 확고했다. 의사 총장으로서 따뜻한 나눔 교육을 실천하는 앙뜨레프레너 대학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다.
 
아산·천안에는 대학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인 사실상의 수도권입니다. 종합대만 11개가 있어요. 연간 30만 명 밑으로 떨어진 저출산 쓰나미가 그런 장점을 삼킬 수 있어요. 아산의 순천향대가 아닌 아산의 SKY대학, 아산의 스탠퍼드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어요.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신입생 전원 기숙사생활, 교수 2명 재학생 1명이 돌봐
 
16세기 충무공의 정신이 인공지능(AI)시대에도 관통하는군요.
“거북선도,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도 숱한 도전 끝에 만든 창의물 아닙니까. 1999년 세계 유일의 이순신연구소를 만들어 매년 세미나를 열고 충무공 정신을 전파하는 까닭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과 창발성, 휴메인 리더십이 요체입니다. 교육혁명을 통해 그런 리더를 키우려 합니다.”
 
서 총장은 직접 혁신 현장을 소개했다. 산업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더스트리 인사이드(industry inside)’였다. 인사이드는 캠퍼스 내 현장을 의미한다. 팩토리·미디어·헬스케어·마켓 등 4개가 있다. 학예관 2층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서 총장은 의료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실행해 가상현실(VR) 인체의학 실습을 재현했다. “카메라 102개와 204개 LED 조명 아래서 촬영한 전신 데이터를 보며 실습합니다. 바이오메디컬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산실이지요.”
 
서 총장은 24시간 개방하는 팩토리 인사이드도 소개했다. 입구에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270개 조각으로 만든 ‘헐크’ 작품이 있었다. 서 총장은 “설계와 스캔, 출력까지 3D로 장비가 갖춰져 있어 학생들이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순천향인을 지역 대학생으로 생각하지 마시라”며 웃었다.
 
캠퍼스 시설이 좋아 놀랐습니다.
“시설보다 더 중요한 건 학습방식입니다. 학생이 주체적·능동적·협동적 교육 주체가 돼야 합니다. 교수는 학습 환경을 디자인해주고, 학생은 스스로 학습하는 게 핵심입니다. 저는 순천향의 교육혁신을 실행교육, 즉 ‘TLST(Teaching Less for Self Teaching) 학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융합창업학부의 ‘웰니스 융합전공’이 대표적입니다. 창업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자기주도학습으로 진행하는 게 특징이죠. 지난해는 학기별로 4개 과목을 시행했어요. 2025년 웰니스 산업 인력 수요가 100만 명 이상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퍼스트 펭귄’ 전략입니다.”
 
학생이 파이오니어가 되라는 메시지죠.
“맞아요.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협력을 중시하는 4차 혁명시대에는 셀프 티칭(self teaching)이 중요해요. 캐나다 워털루대는 교수강의 50%를 글로벌 인턴십으로 바꿨고, 창업교육으로 유명한 미국 뱁슨(Babson)칼리지는 기업가 정신 커리큘럼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어요.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교육으로 어떤 브랜드 파워를 갖느냐가 명운을 가르죠.”
 
좋은 말씀이지만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역 대학이 위기입니다.
“특성화로 돌파해야지요. 우리는 중장기 발전계획 ‘유니토피아(UniTopia) 2030’에 의지를 담았어요. 교육·연구·산학협력·글로컬·경영 등 5개 영역입니다. 1단계(2019~2022)는 실용연구기반 혁신과 학습자 중심 인프라 확충, 2단계(2023~2026)는 융합 실용연구 국제허브 구축, 3단계(2027~2030)는 융합·실용 연구경쟁력 상위 10% 진입과 브랜드 가치 글로벌화입니다.”
 
서 총장은 순천향대의 출발점이 의대인 만큼 ‘바이오메디컬’ 글로벌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센터 육성을 위해 순천향의생명연구원(SIMS)을 설립해 기초와 임상을 연계하는 ‘중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건강 맞춤 미래 프로바이오틱스 플랫폼 구축사업(140억원), 오믹스기반 정밀의료 기술개발 사업(121억원) 등 굵직한 국가 과제도 따냈다.
  
학교 땅에 산업체 유치 허용했으면
 
최고가 있어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바이오메디컬이 승부처입니다. 기초보다는 중개·실용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2011년에 연구 특임교수제를 도입해 순천향의생명연구원에 활기를 불어넣었죠. 현재 6~7명인데 20명으로 확대할 겁니다. 대형 국가 연구프로젝트인 당뇨합병증 연구센터 등이 선두에 섭니다. 실용연구를 잘하는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와도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있어요. 10년 후를 기대해 보세요.”
 
올해 건학 41주년을 맞은 순천향대는 6만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현재 9개 단과대, 5개 대학원에서 1만2000여 명이 공부하고, 전국 4곳(서울·부천·천안·구미)에 부속병원이 있다. 건학이념인 ‘인간사랑’ 실천을 위한 휴메인 봉사정신을 강조한다. 서 총장도 직접 국내외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나눔에 동참한다. 재학생의 75%가 수도권 학생인 순천향대는 학습중심 커리큘럼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부터 세계 최초로 교양과목인 열차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이 길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2015년부터는 희망 신입생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기숙형 학습공동체 SRC(Soonchunhyang Residential College)를 운영하고 있다. 학과별 전공교수와 건강지도 교수, 재학생이 신입생 1명을 돌보는 ‘토탈 케어’ 시스템이다.
 
SRC 외에 또 다른 혁신 복안이 있나요.
“미국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처럼 지역과 함께 발전하도록 캠퍼스타운을 조성하려 합니다. 메이오는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는 데 실용연구를 많이 합니다. 메이오가 생기기 전까지 로체스터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메이오가 지역을 먹여 살리고 있어요. 직접 고용인구만 2만 명이 넘어요. 우리도 ‘스타트업 파크’를 조성해 젊은이들의 연구타운을 만들려 합니다.”
 
지역 대학의 모델이 될 것 같네요. 공유대학도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학 간 시설·학생·교수를 공유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예컨대 국문과 학생 수가 60명에서 30명으로 줄면 두 대학 학생을 한 명의 교수가 가르치면 됩니다. 이공계는 더 경제적일 수도 있어요. 교육부가 규제를 풀고 대학이 신뢰를 쌓으면 가능합니다.”
 
입시를 포함한 정부의 교육정책에 총장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순천향대의 입학정원은 2352명입니다. 74.4%를 수시로, 25.6%를 정시로 선발합니다. 정부가 입시 문제를 건드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잘 가르치는 게 중요하잖아요. 한 가지 제안하면, 교지(校地)의 경우 운용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산업체나 산업단지 유치를 자유롭게 허용해줬으면 합니다. 정부의 교육정책이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바뀌기를 희망합니다.”
 
42세에 ‘의사 총장’…선친은 ‘뇌졸중’ 용어 만들어
서교일 총장은 의사 집안의 3녀 1남 중 막내다. 순천향대 설립자인 선친 서석조 박사는 국내 처음으로 ‘뇌졸중’ 용어를 만든 신경내과 명의였고 고모도 의사였다. 장인과 장모, 처남도 의사다. 가풍일까. 당뇨병 권위자인 서 총장에 이어 아들도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다. 아내와 딸(공학도)만 의사가 아니다.  
 
의사가 된 것은 초등 2학년 때 아팠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점심 당번이라 주전자에 물을 떠 오는데 갑자기 걸을 수가 없었어요. 다리가 퉁퉁 부어올랐죠. 1년 동안 앓았고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요. 아버지가 ‘질병은 하늘이 고치는 것이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다’라고 하셨어요. 그 일을 계기로 나도 따뜻하고 신뢰받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요즘도 쭉 봐오던 환자들이 찾으면 진료한다. 의사가 안 됐으면 교육자가 됐을 거란다. 2001년 42세에 ‘의사 총장’이 됐으니 둘 다 이룬 셈이다. 학생은 불씨 같은 존재이므로 빛을 발할 때까지 도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따뜻하고 차분한 리더십이란 평. 세계인과 함께 인간사랑과 앙뜨레프레너십을 실천하는 글로벌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다. 1959년생, 서울대 의대 학·석·박사, 미국 남가주주립대 전임의.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17일 발간된 월간중앙 10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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