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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출범 후 ‘경기 정점’…흐름 못 읽고 소주성 역주행

중앙선데이 2019.09.21 00:21 653호 10면 지면보기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와 컨테이너. [뉴스1]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와 컨테이너. [뉴스1]

정부가 한국 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공식 진단을 내놨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다. 경기가 하강기에 접어들었는데 경제에 부담을 주는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현재 경기 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역대 최장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계위원회 “2017년 9월이 정점”
내년 2월까지 최장기 수축 전망

하강 땐 감세·친기업 정책 쓰는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제에 부담
정부는 “대외환경 악화가 큰 영향”

국가통계위원회는 20일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고 ‘최근 경기 순환기의 기준순환일 설정’ 결과를 발표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현재 한국 경제가 속한 제11 순환기는 2013년 3월 경기 ‘저점’ 이후 54개월간 경기 상승세를 지속하다 2017년 9월에 경기 ‘정점’을 찍은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점 이후 24개월째 하락 추세다.
 
통계청은 구체적으로 ‘2013년 3월 저점 이후 내수 중심으로 서서히 경기 회복→2016년 4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세 강화 및 교역 확대 등으로 개선세 확대→2017년 9월 이후 조정 국면→2018년 들어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및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외환경 악화로 국내 경기 위축’이란 분석을 내놨다.
 
기준순환일(경기순환 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하는 시점)에서 말하는 경기 정점은 한국 경제가 확장(상승) 국면에서 수축(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는 꼭짓점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2013년 3월 저점(수축→확장)에서 시작한 ‘제11 순환기’에 있다.
 
2017년 3분기 정점찍고 경기 내리막

2017년 3분기 정점찍고 경기 내리막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기준으로 보면 2017년 9월(101.3)이 정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2017년 3분기(3.8%)가 정점을 찍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9.3을 기록했다. 2013년 3월 이후 역대 최저점이다. 위원회가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판단한 근거다. 역대 최장 기간 경기 상승 기간(54개월)을 깨뜨리고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날 나온 정부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도 정부는 6개월 연속 ‘경기 부진’ 판단을 내렸다. 2005년 그린북 발간 후 최장 기간 부진 판단을 이어갔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 하강 추세다. 앞으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98.4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선행 지표 하락세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보다 더 가파른 만큼 당분간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작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 7월 기존 2.6~2.7%에서 0.2%포인트 내린 2.4~2.5%로 설정한 후 최근 이마저도 어렵다고 수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9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2.1%로 낮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7%) 이후 최저로 내다봤다.
 
정부는 경기 둔화 원인을 외부 악재로 돌렸다. 안형준 심의관은 “OECD 회원국 중 경기 정점을 발표하는 나라가 몇 개 되지 않는데 (정점이) 2017년 말~2018년 초에 집중됐다”며 “독일·일본은 우리나라와 한두 달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경제 동향이 동조화하고 있는데 대외환경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부 악재가 영향을 미쳤지만 공교롭게도 현 정부 출범 직후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정부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최저임금과 법인세율을 인상하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잘못된 정책과 판단으로 경기 하강폭을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 상승·하락 국면일 때 각각 쓰는 경제정책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하강 국면일 땐 감세·친기업 정책을 쓴다”며 “정부가 실물경기 흐름을 잘못 읽고 허약해진 경제에 맞지않는 소주성 정책을 처방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허정원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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