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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그려놓은 책표지, 묘하게 끌리네

중앙선데이 2019.09.21 00:21 653호 21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책 그림으로 말하는 책 얘기
애서가들의 감성 콕 건드려
저자의 섬세한 뎃생 실력에
어느새 읽다보면 옛 생각이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제인 마운트 지음
진영인 옮김
아트북스
 
희한한 책이다. 그냥 책표지를 그려 정리해 놓았을 뿐인데(책등도 그렸다), 자꾸 눈이 간다. 한 권 한 권 그려놓은 것을 꼼꼼히 또 오래 보게 된다. 만약 사진이었다면 그냥 색인지나 정보지 쯤으로 여겼을 텐데. 저자가 세심하게 그려놓은 ‘그림’은 그만큼 살갑고 따뜻하고 힘이 세다. 웬만한 독서가라면(외국에서 오래 살았다면 더구나), 오래 전 읽었던 책의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울컥할 터다. 이 땅에서는 많이 읽지 못한 외국 원서임에도, 몇몇 아는 책 그림은 추억을 강력하게 소환한다.
 
독서를 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한동안 느긋하게 살았다는 저자는 어느 날 다이닝룸 식탁 위에서 ‘뭐라도 그리자’는 생각에 책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집에 왔다가 말했다. “이 그림들을 지금 당장 다 사고 싶어.”
 
그 뒤 애서가들과 애서가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의뢰가 이어졌고, 저자는 2008년 이래 이상적인 서가를 1000점 넘게, 책등은 1만5000권 넘게 그려야 했다. 그 내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다고 책표지 그림만으로 내용을 다 채울 바보는 아니었다. 세계의 도시마다 있는 유명 서점과 도서관을 그려 넣었고, 베스트셀러 저자의 초상화를 세밀화로 구현하는가 하면, 소설가의 책상도 그림으로 재현했다.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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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유명 작가의 개, 고양이, 공작, 마모셋원숭이 같은 반려동물의 섬세한 표정까지 그렸다(저자는 고양이 집사다!). ‘서점을 지키는 고양이들’이라는 코너에서 저자는 흥미로운 얘기를 꺼낸다. 이집트 사람들은 고양이를 훈련시켜 파피루스를 훼손하는 해충을 잡도록 했고, 나중에는 생쥐와 시궁쥐가 서점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시켰다는 것. 멋진 독립서점에 가면 안락의자에 나른한 자태로 앉아있는 고양이가 많은 이유란다.
 
저자가 나름 구분한 카테고리에 대한 자신만의 이유도 흥미를 끈다. ‘마음을 사로잡는 표지’에서 저자는 “책을 표지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나 말거나 독자들은 언제나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만 모아놓은 ‘에디션’ 코너도 재미있다. 1813년 출간된 이래 계속 새로운 에디션이 나왔는데, 시대별로 나온 표지 중 일부를 그려놓았다. 1813년 초판본에는 표지에 제목이 없었고, 1940년대 펭귄 보급판 페이퍼백은 모두가 적당한 가격에 소설을 읽게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익숙한 주황색 디자인이며, 2009년 나온 하퍼틴의 페이퍼백은 스테퍼니 마이어의 『트와일라잇』시리즈와 닮았다고.
 
나라마다 한 권씩 소개하는 ‘책으로 세계일주’ 코너에서 드디어 한국책에 대한 언급이 보인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다.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꼽혔다. 요리와 음식에 대한 책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국내 출간 도서들을 대상으로도 한번 시도해 볼 만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고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작가를 찾는 게 급선무겠다. 어려울까?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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