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간 손끝에 달린 푸른 별, 그 위의 생명들

중앙선데이 2019.09.21 00:20 653호 20면 지면보기
플랜 드로다운

플랜 드로다운

플랜 드로다운
폴 호컨 지음

실천항목 모은 『플랜 드로다운』
기후변화 제동 걸 청사진 제시

위기의 동물 사진집 『포토 아크』
사람 초상 사진 찍듯 눈빛 살려

이현수 옮김
글항아리
 
포토 아크
조엘 사토리 글·사진
권기호 옮김
해리슨 포드 서문
사이언스북스
 
포토 아크

포토 아크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하지만 ‘팩트(사실)’인 것 같다. 머지않아 인류전체를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르는 기후변화 말이다. 적어도 쏟아져 나오는 경고의 빈도수, 강도를 보면 그런 것 같다.
 
새로 나온 두 책은 다르다. 경각심을 일깨우되 겁주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하고 있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살펴보거나, 쉽지는 않지만 아직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자연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우리 눈앞에 재현한다.
 
644쪽으로 두툼한 『플랜 드로다운』이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소개한다면, 가로X세로 25㎝로 보통 책 크기를 압도하는 『포토 아크』는 멸종 가능성 있는 동물들의 초상화 사진을 묶었다. 어쩌면 비대한 두 책의 덩치가 그만큼 지구 환경의 현주소지가 궁색하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먼저 『플랜 드로다운』. 제목의 ‘드로다운(Drawdown)’은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달한 뒤 매년 감소를 시작하는 시점을 뜻하는 기후 용어란다. 그런 시점이 당겨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걸 실현하기 데 기여할 모두 100가지의 해법을 담았는데, 이것들의 성격이 다양하다. 풍력발전용 터빈이나 열펌프 확산처럼 과학기술과 관련된 항목뿐 아니라 산속에 가축을 풀어 기르자는 임간축산, 가족계획과 여학생 교육 같은 우리 생활 문화와 관련 있는 방안들까지 망라했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각 방안을 지금부터 열심히 실천했을 때 2050년 시점에 우리 손에 주어지는 이산화탄소 감소량(다른 온실가스도 이산화탄소로 환산했다), 실천에 들어가는 비용(비용이 마이너스인 방안도 있다!), 기존 방식과 비교한 에너지 순절감액을 숫자로 표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해법별 순위도 매겨놨다.
 
백문이 불여일견. 풍력발전용 터빈 해법을 보자. 육상 풍력발전의 경우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소 84.6기가톤, 순 비용 1조2300억 달러를 들이면 에너지 비용 7조4000억 달러를 절감해 100개 해법 가운데 2위, 두 번째로 수익성 높은 실천방안인 것으로 평가했다. 그에 비해 해상 풍력발전은 이산화탄소 감소 14.1기가톤, 순비용 5723억 달러, 순절감액이 7625억 달러로 22위에 위치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식이다 보니 관심 있는 해법들의 성적표를 일목요연하게 비교해볼 수 있다. 산만한 독자들을 환경 이슈로 끌어들이는 묘수 아닐까. 해법별 관련 기술 개발의 역사와 현주소, 단점까지 솔직하게 정리해 인터넷 백과사전보다 정제돼 있고 깊이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책 속 수많은 수치를 어떻게 얻은 걸까. 가령 전체 온실가스 중 가축 배출 비중이 측정 기준에 따라 적게는 15%, 많게는 50%까지 이른다고 저자 스스로 토로한다.(132쪽)
 
『포토 아크』에 실린 콧수염원숭이 한 쌍의 사진. 어미를 잃고 가봉의 야생동물 재활전문가에게 보내졌다. 이 동물은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지정하는 멸종 위기종 적색목록 가운데 LC(관심 대상) 종으로 지정됐다. [사진 Joel Sartore]

『포토 아크』에 실린 콧수염원숭이 한 쌍의 사진. 어미를 잃고 가봉의 야생동물 재활전문가에게 보내졌다. 이 동물은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지정하는 멸종 위기종 적색목록 가운데 LC(관심 대상) 종으로 지정됐다. [사진 Joel Sartore]

빌 클린턴이 높게 평가한 『자연 자본주의』를 쓴 바 있는 저자는 이번 책이 집단지성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22개국 70명의 연구진이 의기투합해 책 내용을 뒷받침하는 방대한 연구자료, 정확한 수학모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것들을 모아 놓은 장소가 드로다운 웹사이트(drawdown.org)다.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추산치라는 얘기다.
 
아쉽지만 단점도 보인다. 급하게 제작한 듯 번역이 성긴 부분, 앞뒤 수치가 일관성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더라도 큰 방향은 정확한, 거친 항해 나침반 같은 책 아닐까. 곁에 두고 언제든 참고하고 싶다.
 
『포토 아크』 역시 제목에 주목하자. 사진(photo)으로 구성한 아크(ark)라는 뜻이다. 아크, 방주란 무엇인가. 성서에서 노아가 생물종 멸종을 막기 위해 제작해 태웠던 거대한 배 아닌가. 멸종 가능성이 있는 동물들을 사람 초상 사진 찍듯 찍은 사진들이다. 검은 배경 아니면 정반대로 흰 배경에 동물을 데려다 놓고 말이다. 초상 사진 혹은 초상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육안에 비치는 모습과 차이 없는 100% 복제를 뜻하나? 피사체의 실체, 생물일 경우 영혼을 정지 화면에 붙잡으려는 시도 아닌가. 그러려면 그들의 눈빛을 붙잡아야 한다. 책에 실린 사진들에서, 우리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고 이 별에 도래했으나 우리 과오로 영영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르는 동물들의 초롱한 눈빛이 보인다.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이런 추천사를 썼다.
 
“사토리의 동물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그 별처럼 영롱한 눈동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 보시라. 차마 말을 잇지 못할 것이다.”
 
실은 이 구절 때문에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 속 동물 사진이 기념사진이 될지 영정 사진이 될지는 우리 하기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