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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카산드라 예언…홍콩 위태, 중국에도 전염 가능성

중앙선데이 2019.09.21 00:02 653호 12면 지면보기
로버트 서바라만

로버트 서바라만

금융위기 예측은 예술(art)에 가까웠다. 투자자나 이코노미스트는 개인적인 직감에 의존해 예측했다. 적중하면 명성과 부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나 단서에도 사람마다 예측이 달랐다. 그들의 예측이 과학으로 불리지 못한 이유다.  
 

노무라 예측 모델 책임자 서버라만
적중률 67% 금융위기 경보 시스템
위기 신호 30개 넘으면 3년 내 발생

홍콩, 49개 달해 기준 훨씬 웃돌아
한국은 엔화 강세 일본보다 더 안전

그런데 2017년 일본 금융회사 노무라가 과학화에 나섰다. 복합적인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 이름은 카산드라(Cassandra). 중앙SUNDAY는 예측모델의 구조와 최근 예측 데이터, 내년 이후 경기 예측 등을 듣기 위해 노무라 카산드라 모델의 책임자인 로버트 서바라만 글로벌거시경제분석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2020년 경기침체 가능성 때문인가. 요즘 금융위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나라가 돈을 풀고 있지만, 수출 부진으로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저금리 상황인데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어 금융위기 예측에 대한 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듯하다.”
  
아시아 위기 가능성 97년 이후 최고
 
카산드라는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측하는가.
“경제 분석가들이 개인적으로 위기를 판단할 때 단순 데이터를 활용한다. 예를 들면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나 채무 불이행률 등이다. 반면 카산드라에 들어가는 데이터는 복합 지표들이다.”
 
복합지표는 무슨 말인가.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한 회사의 영업이익을 이자 총액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은 단순 데이터다. 하지만 우리는 이자보상배율이 장기적인 트렌드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를 중시한다. 환율도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주요 교역국 통화와 견준 환율을 반영한다.”
 
카산드라 예언

카산드라 예언

그 밖에 카산드라엔 집값과 금리 변수도 입력된다. 주로 기업의 실적과 부채, 부동산 담보대출, 환율 등의 데이터를 교차 비교하는 방식으로 산출한 지수 등이 카산드라의 예측에 쓰인다.
 
카산드라 모델이 ‘위기’라면 실제 위기가 발생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카산드라는 다섯 가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기 신호의 개수를 센다. 위기 신호가 30개 이상이면 3년(12분기) 이내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의미다. 1990년 이후 일어난 위기를 카산드라로 분석해보니 3분의 2 정도가 적중했다.”
 
100% 적중한 것은 아니다.
“카산드라는 금융위기 조기경보 시스템이다. 어떤 나라의 정부가 우리의 조기경보에 따라 미리 대응하면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위기 신호가 30개 이상인 나라의 정부가 3년 동안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카산드라는 나라별 금융위기 가능성을 따져보는 모델이다. 노무라는 지난해 다모클레스라는 외환위기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아래 기사 참조). 노무라는 과거 데이터를 입력해 90년 이후 일어난 금융위기 50건을 사후적으로 분석했다. 노무라는 최근 위기경보를 업데이트했다.
 
일본의 위기 가능성이 태국과 비슷하다.
“태국이 17개이고 일본이 16개이니 하나 차이다. 일본이 기자가 사는 한국(1개)보다 훨씬 많다. 일본의 위기신호는 2000년부터 15년 정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17년 이후 신호의 개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런지 이유가 궁금하다 .
“일본은 2017년 이후 부동산 값이 오름세를 보였다. 주요 교역국 통화와 견줘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일본 사례는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 1990년 초 거품 붕괴 이후 각종 데이터가 하향 추세였다. 이런 흐름에서 최근 데이터가 흐름보다 높게 나와 위기신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석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홍콩이다. 위기신호가 모두 49개에 이른다. 역사적인 기준인 30개보다 19개나 많다. 게다가 이전 분석에선 47개였는데, 두 개가 늘어났다. 기업의 돈 벌이가 시원찮은데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심상찮다. 참고로 시위 등 사회·정치 변수는 카산드라 분석 대상이 아니다.”
 
그 다음은 어디인가.
“중국이다. 중국의 위기신호는 25개다. 기준치인 30개보다 5개 적다. 흐름을 보면 중국의 위기신호는 2017년 중순에 34개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가 통화 긴축을 완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 위기신호가 줄었다. 선제적 대응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다.”
 
서바라만 대표는 중국과 홍콩을 분리해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영국계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홍콩이 중국 기업들의 돈 창구”라고 말했다. 홍콩이 금융위기를 맞으면 중국 기업의 돈 창구가 닫히는 셈이다. 위기가 중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금융 부실 탓 경제 성장 둔화 우려도
 
카산드라 예측치를 보면 전반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 가능성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높아 보인다.
“아시아 지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보면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돈 값(금리)이 쌀 때 아시아 지역 국가와 기업들이 엄청난 자금을 끌어다 썼다. 홍콩이나 중국 등의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과 부담하는 이자 규모 등에 비춰 금융 사이클의 막바지로 보인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폭발적인 위기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금융 부실 때문에 경제 성장 자체가 둔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태를 야기할 방아쇠로 서너가지 정도를 꼽는다.” 
 
그게 무엇인가.
“미국 달러 가치의 급상승, 신흥국 주요 기업의 디폴트 선언, 인플레이션 급등, 정치적 불안 등이다(서바라만은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홍콩의 시위 사태를 위기의 방아쇠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과거 경험에 비춰, 갑자기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오랜 기간 경기침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카산드라(Cassandra)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재난의 예언자’. 여성으로 아폴로신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예지 능력을 갖게 됐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로버트 서바라만 인도계 아버지를 둔 호주 출신 경제분석가다. 그는 호주 매쿼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호주 중앙은행 경제분석팀에서 일하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12년 동안 일했다. 2008년 노무라로 이적해 거시경제 분석팀을 이끌고 있다. 주요 근무지는 싱가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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