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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시간 근무해도 월급 200만원"…서울대 식당·카페 노조 파업

중앙일보 2019.09.20 15:54
20일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노동자 파업으로 학생회관 식당 운영이 중단돼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노동자 파업으로 학생회관 식당 운영이 중단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학생식당과 카페에서 근무하는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생긴 1989년 이후 30년 만의 파업이다. 생협은 교직원과 학생 출자로 만들어진 서울대의 비영리 법인이다.
 
20일 파업으로 인해 생협이 운영하는 서울대 학생식당 6곳과 교내 카페 3곳의 운영이 중단됐다. 생협 노조는 “당초 19일 하루 파업을 계획했지만 경영진이 임금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아 추가 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어서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최소한의 존중을 얻고자 파업합니다’라는 대자보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지지를 구했다. 노조는 “초봉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171만원, 10년을 일하면 200만원을 받는다”며 “조합원들이 일하는 학생식당 주방에는 냉방 시설이 없어 여름이면 사타구니가 땀으로 짓무른다”고 주장했다. 또 "근무 후 샤워를 할 땐 주방 내 샤워커튼으로 가려진 비좁은 곳에 있는 남녀 공용 샤워시설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일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노조원들이 교내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20일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노조원들이 교내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노조원들은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렇게는 못 살겠다. 최저임금 웬 말이냐” “휴게시간 하나 없는 카페 근무 고달프다” “에어컨을 틀어놔도 속옷까지 땀이 찬다” “주방 안에 샤워커튼 불안해서 못 씻겠다” “고된 노동 반복되어 진통제로 연명한다” “많은 것 안 바란다. 함께 먹고 함께 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식당 운영이 멈춘 이날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학생들이 보였다. 식당에 들렀다가 급히 매점에서 음식을 구매한 배수정(소비자학과 18학번)씨는 “불편하긴 해도 최저임금도 못 받으신다고 들었다.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도 성명을 내고 “생협 노동자들은 언제나 열악한 처우를 호소해 왔지만, 우리 중 누구도 파업 전까지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우리는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노동 실태가 유지됐음에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당장의 불편함을 약자의 몫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무시로 일관해도 문제없는 권력에 맞서 노동자들의 곁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는 학생처장(정효지 보건대학원 교수) 등 생협 경영진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지만 경영진은 상황 해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비조합원인 계약직 직원들을 동원해 배식을 진행했다”며 “노조와 생협 간 사후교섭이 종료된 지 9일이 지났지만 경영진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는 생협 운영에 관여하는 학교 당국과 노조가 원활한 합의를 이뤄 상황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생협 경영진과 노조는 이날 오후 3시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기본급 3% 인상 ▶명절 휴가비 지급 ▶호봉체계 조정 ▶휴게시설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생협 경영진은 기본급 2.5% 인상, 명절 휴가비 정액 연 60만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노조는 “10년 차 직원 월급을 3% 올려 206만원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한 달에 207시간을 근무한다. 시급 만 원이 되지 않는데도 학교가 이를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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