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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농업 개도국' 특혜 내려놓나···정부 "10월 최종 결정"

중앙일보 2019.09.20 13:54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우리나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처음 공식 회의 안건으로 올렸다. 개도국 지위 포기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WTO에서 다른 개도국이 우리나라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져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국익을 우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농업 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기로 하고 선진국보다 관세를 덜 부과받는 대신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등 특혜를 얻어왔다. 홍 부총리는 “글로벌 경제와 연관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WTO 체제 유지ㆍ강화와 역내 무역체제 가입이 불가피하다”며 “국내 제도를 글로벌 통상규범에 맞게 선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WTO 개도국 지위 포기)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익을 우선으로 하되 우리 경제 위상, 대내외 동향,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요인을 종합적으로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변수는 농수산업계의 반발이다. 개도국 혜택을 박탈할 경우 한국이 직격탄을 맞는 분야라서다. 농업 분야에서는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에 따라 의무 차이가 크다. 선진국은 개도국 대비 관세율과 농업보조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놓을 경우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농산물 시장을 보호하거나 보조금을 통해 국내 농산물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 당장 농민단체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홍 부총리는 “개도국 특혜 이슈는 해당 국가들이 기존 협상을 통해 확보한 특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적용받을 수 있을지에 관한 사안”이라며 “농업계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우리의 경우 농산물 관세율이나 WTO 보조금 규모 등 기존의 혜택에 당장 영향은 없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쌀 관세화 검증 협상 결과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WTO 개도국 특혜 관련 동향 및 대응 방향, 쌀 관세화 검증 결과 및 향후 추진계획 외에 글로벌 통상규범 동향 및 대응 과제, 신남방 3개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동향 및 향후 계획 등 4가지가 안건으로 올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트위터를 통해 “WTO 개도국이 불공평한 이득을 얻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향후 90일 내 WTO 개도국 기준을 바꿔 개도국 지위를 넘어선 국가가 특혜를 누리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을 겨냥한 트윗이지만 한국도 거론했다. 여기 따른 ‘데드라인’은 다음 달 23일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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