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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 남극 불법 어업 발단

중앙일보 2019.09.20 08:35
미국 정부가 한국을 ‘예비 불법 어업국(IUUㆍ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으로 지정했다. 한국 원양선박 2척이 남극 수역 어장폐쇄 통보에도 조업을 진행해 국제기구의 남극 생물 보존조치를 위반한 것과 관련해서다. 
 
미국 상무부 산하 해양대기청은 20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하는 2019년 ‘국제어업관리 개선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한국이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된 것은 2013년 이후 두 번째다.
올해 5월 25일 남극해에서 조업중인 어선과 범고래의 모습.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는 남극 생물 보존과 지속적인 이용을 위해 남극해 어업량을 규제한다. [EPA=연합뉴스]

올해 5월 25일 남극해에서 조업중인 어선과 범고래의 모습.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는 남극 생물 보존과 지속적인 이용을 위해 남극해 어업량을 규제한다. [EPA=연합뉴스]

국제기구 어장폐쇄에도 韓 선박 계속 어업

해당 조치는 한국 원양어선 2척(서던오션호ㆍ홍진701호)이 2017년 12월 어장 폐쇄가 통보된 남극 수역에서 조업을 한 데서 시작됐다. 당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12월 1일을 기해 어장 폐쇄를 통보했지만, 해당 선박이 2~3일 추가로 조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CCAMLR은 남극해양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빨고기ㆍ크릴ㆍ빙어 등 어종에 대해 총허용 어획량을 배분한다. 해당 연도 어획량이 모두 차면 위원회는 어장 폐쇄를 통보한다. 한국은 1985년도에 CCAMLR에 가입했다.
 
해양수산부는 “한국이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당장 시장 제재가 이행되는 것은 아니어서 국내 영향은 없다”며 “그러나 향후 개선 조치에 관해 한국과 미국이 2년 동안 협의를 하며, 협의 기간 내 개선 조치가 미흡하거나 완료되지 않아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그때부터 재량에 따라 제재가 시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홍진701호는 어장 폐쇄를 알리는 이메일이 스팸메일로 분류되는 바람에 이틀간 추가로 조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던오션호의 경우 선장이 e-메일을 하루 늦게 열람해 3일간 조업을 더 한 것으로 조사됐다. 
 

美, 한국 정부 처벌 '솜방망이'…“관련법 개정해야”

 
이후 해수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해당 선박의 어구를 회수하고 어장에서 철수하도록 명령했다. 이어 2018년 1월 초 원양산업발전법 위반 혐의로 해양경찰청에 두 선박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이후 국내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경은 홍진701호를 무혐의 판단했고 지난해 7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서던오션호에 대해서는 12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해수부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8월 서던오션호에 대해 60일 영업정지와 선장에 대해 60일 해기사면허 정지를 통보했다. 홍진701호에 대해서는 무혐의가 나온 만큼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한국의 원양산업발전법이 두 차례나 개정됐지만, 징역·벌금·몰수 등 규정이 실제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아 불법 어획물이 유통됐다고 판단했다. 불법 조업으로 인해 발생한 이득이 선주에게 돌아갔다는 얘기다. 
 
현행 원양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불법 어업은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조업으로 발생한 수산물 가액의 5배 이하 혹은 5~10억원 중 높은 금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위원회 연례회의에서는 한국의 법이 벌칙조항을 두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행정적·민사적 메커니즘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3월 우리 정부에 관련 자료와 개선사항을 요구했고 해수부는 4월 문제 선박 조업 배제ㆍ어획증명제도 개선 등 개선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해수부는 “문제 선박을 2019∼2020년 남극 수역에서 조업할 수 없도록 배제했다”며 “이로 인해 약 79억원 상당의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두 선박이 남극 수역에서 얻은 부당이득 9억4000만원의 8배를 넘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또 해수부는 행정기관이 직접 불법 조업에 따른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을 7월 국회에 상정했다. 미국 해양대기청 크리스 올리버 부청장은 그러나 “미국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8월을 기준으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개정안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기회가 없어 예비 IUU 어업국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이 완료되면 차기 보고서가 제출되는 2021년 이전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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