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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물갈이론···이해찬, 중진 모아놓고 "신뢰 못받는 분들"

중앙일보 2019.09.20 05: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윗옷을 벗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윗옷을 벗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에서 인적 쇄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역의원 불출마 문제가 공론화하면서다.

이해찬, 중진 향해 "신뢰 못 받는 분들 아닌가"
현역 교체율 19대 27.0%→20대 33.3%→21대 ?
현재 룰론 불출마에 하위평가 더하면 40명선
세대교체 통한 세력교체 쇄신 가능성

이미 직간접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불출마설이 나오는 의원만 해도 이해찬(7선), 문희상(6선), 원혜영(5선), 박영선·진영(이상 4선), 김현미(3선), 유은혜(재선), 서형수(초선), 김성수·이수혁·제윤경·최운열(이상 비례대표) 의원 등 줄잡아 10여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과 백원우 부원장까지 선제적으로 불출마 입장을 정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 폭과 속도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세대교체론으로 번질까=사실 과거 총선 때마다 현역 교체율은 30% 안팎에 달했다. 역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현직의원 교체율은 ▷16대(2000년) 29.0% ▷17대 27.7% ▷18대 22.8% ▷19대 27.0% ▷20대 33.3%였다. 민주당은 이미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현역의원을 대폭 교체하고 ‘어벤저스’라고 불린 신인 그룹을 수혈해 원내 1당에 오른 만큼 내년 총선에서도 쇄신 폭이 적잖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 신진 양성을 위한 다선의원 교체론, 86그룹 백의종군론 등이 그 예다.  
 
역대 정권에서 집권 3년 차에 총선을 맞은 여당은 늘 쇄신전략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1995년 당시 집권당 민주자유당 간판을 내리고 신한국당을 창당한 뒤 대대적인 인재영입에 나섰다. YS 정부 실세로 통한 김현철씨가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주도했다. 김문수·이재오·정의화·홍준표 전 의원이 이때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더군다나 민주당의 이번 물갈이는 세대교체를 겨냥한 인적 쇄신의 흐름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출마가 거론되는 의원들 상당수가 중진급이기 때문이다. 신진 정치인 집단영입이 세대교체 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해찬 당 대표가 18일 국회혁신특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회 신뢰도가 2.3%라고 한다”면서 중진들을 향해 “여기 계신 분들도 다 신뢰를 못받는 분들 아닌가 싶다”고 농담조로 말한 것도 현역 물갈이설이 나온 와중이어서 뼈있는 얘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 중진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한 4선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시스템공천’ 한다고 해서 대표가 되었으니 옛날 방식(인위적 쇄신)으로는 안 할 거라고 본다”면서도 “툭 하면 중진 용퇴론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도 “진짜 고인 물은 따로 있다. 다선의원들이 그냥 놀면서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세대교체는 세력교체?=세대교체는 곧 주류 세력의 교체를 의미한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인적 쇄신 흐름이 이어지는 건 곧 차기 대선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지도부 핵심 인사는 “이 대표 머릿속은 우선 2022년 대선 승리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불가역적인 개혁의 완성을 위해 2022년 재집권으로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 2020년 총선 승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다만 당의 안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공천은 최소화하되 자진 용퇴 등 자연발생적인 공석 지역구, 특히 당세가 취약한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에는 상징성 있는 후보군을 대거 내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경제·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의 새 피를 수혈해 TK·PK에 우선 배치하고  ‘유능한 정당’ 이미지로 포지셔닝(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민주당 보고 과거 ‘운동권 정당’이라고 했는데 그런 얘기 안 나오게 하는 게 지상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외부인재 영입 전략이 순탄치는 않은 상태다. 영입 1호로 거론됐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충북 지역 차출설이 돌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행 공천룰로도 쇄신 가능=민주당은 여전히 ‘기획성 물갈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최측근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이 2016년 김종인 비대위 시절 ‘정무적 고려’란 이유로 날아간(낙천) 적이 있잖은가”라며 “이 대표는 집권 여당이 공천에서 흔들리고 잡음이 나고 균열이 생기면 끝이란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친문 핵심 의원도 전날인 18일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제가 누구 보고 (총선) 나가라 마라 이런 얘기 절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86세대 등 특정 그룹이나 지역을 겨냥한 인위적 물갈이를 거듭 부인하는 건 “여당 집안싸움은 필패로 가는 길”이라는 경험칙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표 측근 당직자는 “집권당이 내부에서 싸우면 자멸한다는 건 우리나 2016년 ‘진박 공천 학살’을 겪은 자유한국당이나 겪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아랫줄 오른쪽부터), 송철호 울산시장, 이해찬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아랫줄 오른쪽부터), 송철호 울산시장, 이해찬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작년 8월 전당대회 때부터 거론한 시스템공천이 인적 쇄신의 물꼬를 틔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7월 ▷모든 현역 의원 경선을 의무화하고 ▷청년·여성ㆍ장애인에 가산점 10~25%를 부여하며 ▷의원평가 하위 20%의 감점비율을 10%→20%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천룰을 확정했다. 민주당 의원 128명 중 20%인 25~26명은 20% 감점을 안고 경선 레이스를 뛰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역대급으로 현역에 불리한 룰”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는 26일 보좌진 대상 국회의원 최종평가방법 설명회를 열고 11월 5~14일 의원 다면평가를 벌인다. 이어 12월 여론조사 결과 등을 취합해 내년 1월 초 평가를 마치고 하위 20%를 가릴 예정이다. 자발적 불출마 의원 10여명과 하위 20% 25~26명이 모두 교체된다면 물갈이폭은 40명 안팎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주류 한 의원은 “이 대표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역구 253곳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유능한 장수가 돼라. 그러면 불이익 안 준다. 이기는 사람이 우리 편’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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