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설립 6일된 유령회사, 조국펀드 관련 WFM에 100억원 투자

중앙일보 2019.09.20 01:5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WFM 본사 입구에 붙어 있는 간판. 영어교육 업체였다가 지금은 배터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김민상 기자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WFM 본사 입구에 붙어 있는 간판. 영어교육 업체였다가 지금은 배터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김민상 기자

'조국 가족펀드' 운용사가 투자한 더블유에프엠(WFM)에 수상한 자금 조달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수년째 적자를 이어온 WFM은 지난해 12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100억원의 거금을 조달했는데 이 자금을 댄 회사가 CB 인수 직전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국 펀드' 핵심 투자사 WFM에 수상한 자금조달 정황
고금리에 CB 투자 이후 주가 급등...꽃놀이패 쥔 '유령회사'
코링크PE·우모 전 대표, 같은 조건·방식으로 CB 투자
"유령회사 뒤에 숨겨진 실소유주 있을 것...검찰이 찾아야"

지난해 12월19일 100억원 규모의 WFM CB를 인수한 팬덤파트너스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회사의 설립일자는 CB 인수일로부터 불과 6일 전인 지난해 12월13일로 돼 있다. 경영컨설팅 사업을 한다는 이 회사의 자본금은 불과 500만원, 주소지는 충북 충주시의 한 낚시터 인근 공터였다. 특히 이 회사 최대주주는 김모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바네사에이치라는 회사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씨와 연이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 A씨는 "(김씨는) 금융범죄에 연루된 적이 있다"며 "100억원대 자금을 끌어올 능력은 당연히 없다"고 말했다.
 
바네사에이치가 팬덤파트너스를 통해 인수한 WFM CB의 조건도 파격적이다. 투자자가 해마다 표면금리 6%를 받고 3년 만기가 지나면 19.1%의 수익률을 보장받게 돼 있다. 통상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어 금리가 낮고 만기보장수익률이 10%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WFM이 2014년 7월에 발행한 CB의 만기보장수익률은 6%였다. 
 
팬덤파트너스가 CB 투자에 나선 지난해 12월19일 WFM의 주가는 3505원이었다. 이후 WFM 측이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30% 넘게 줄었다고 공시했는데도 올 2월 WFM 주가는 4800원을 상회했다. 적자 회사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왔다는 '호재' 덕이었다. 그 즈음 WFM 대표로 취임한 이상훈 코링크PE 대표는 2차전지 음극재 사업 계약 소식 등을 전하며 회사 홍보에 열을 올렸다. 팬덤파트너스가 보유한 CB는 WFM 주식 1주 당 2938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라 주식 전환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WFM 관련 사건과 주가 흐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WFM 관련 사건과 주가 흐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팬덤파트너스에 이어 WFM의 우모 전 대표와 코링크PE, 엣온파트너스 등도 지난해 1월과 7월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CB 투자를 했다. 파격적인 조건도 같았다. 모두 우 전 대표가 WFM의 경영권을 코링크PE에 넘긴 2017년 10월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금융전문 변호사 B씨는 "가만히 있어도 고금리 이자를 챙기고, 주가를 부양해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시세차익을 남기는 전형적인 자금 회수 수법"이라며 "팬덤파트너스 같은 '껍데기 회사'를 만들어 구조를 복잡하게 하는 이유는 실제 수익금을 챙겨가는 사람의 정체를 숨기고 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C씨는 "검찰에서 팬덤파트너스와 바네사에이치에 대해 전방위 계좌추적에 나서면 실소유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바네사에이치 김모씨는 현재 잠적했다. 바네사에이치는 올 1월 팬덤파트너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130억원 규모의 WFM CB를 인수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당시 우 전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던 신성석유와 함께 총 155억원의 CB 인수 계획을 밝혔는데, 최근 '조국 사태'가 불거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WFM 측에 CB 발행 철회 사유, 최대주주가 이상훈 대표에서 우 전 대표로 바뀐 사실을 늦게 공시한 이유 등 3건의 불성실공시에 대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자 WFM 측은 "바네사에이치와 우 전 대표, 코링크PE 등이 모두 연계돼 있다"며 3건의 공시불이행 사안을 1건으로 병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성실공시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안을 통합해 벌점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WFM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WFM이 상장폐지 위험을 막기 위해 '꼼수'를 썼지만 바네사에이치와 코링크PE, 우 전 대표가 한통속이라는 걸 인정한 꼴이 됐다"며 "이상훈 전 대표가 바네사에이치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경위서에 대해선 어떤 내용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오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부인 이모씨가 지난해 4월 코링크PE로부터 WFM 주식 6억원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4월은 팬덤파트너스 등의 '주가 부양'이 진행되던 때로 이상훈 코링크PE 대표가 WFM 대표로 재직 중이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이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조범동씨의 부인 이모씨는 지난해 4월 5일 코링크로부터 WFM 주식 12만 주를 6억원에 장외 매수했다. 같은 달 23일 정경심씨의 동생 정모씨가 일하는 보나미시스템의 대표 서모씨도 코링크로부터 WFM 주식 3만 주를 1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주 의원은 "조국 장관의 정경심씨가 오촌조카 부인과 자기 동생 회사 대표 명의를 빌려 사들인 차명주식"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WFM을 둘러싼 수상한 CB 발행 행각과 맞물려 정경심씨가 이 과정에서 부당한 수익을 올리지 않았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