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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야당이 ‘개혁’을 외칠수록 트럼프 재선 확률 커진다

중앙일보 2019.09.20 00:15 종합 33면 지면보기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될 가능성은 민주당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10명이 참가한 토론회가 열렸다. 내년 2월에 시작되는 예비선거의 핵심 주자들은 이미 대략 추려졌다는 얘기다. 유력 후보 중에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들어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도 유망주로 부상했다.
 

민주당에서 중도파·진보파 경쟁
급진적 후보는 트럼프 승산 높여

민주당에 통합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세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 방향은 크게 다르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트럼프를 지지한 부동층 표를 되찾아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는 샌더스와 워런은 광범위한 정치·경제 개혁을 표방한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의료보장이다.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은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그 이하 연령의 미국인 대다수는 직장을 통해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한다. 아예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도 많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험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빈곤층에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의료서비스 수혜자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한편 민간 보험회사의 피해도 최소화하려 했다. 바이든 역시 건강보험을 모든 미국 시민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워런과 샌더스는 보험 범위를 한층 적극적으로 확장하려 한다. 이들은 의료보장 때문에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건강보험 논쟁이 격화되자 다른 분야에 대한 토론에서도 열기가 뜨거워졌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에서는 터무니없이 촉박한 기한 내에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급진적인 그린 뉴딜 정책을 내놓았다. 워런과 샌더스는 대기업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인 입장이며 특히 제약회사·보험회사·은행을 비판했다. 워런과 샌더스는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민주당은 공약 못지않게 선거 전략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바이든을 비롯한 중도적 성향의 후보들은 2016년에 트럼프로 돌아섰던 중도적 부동층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 요인이 변화에 대한 열정 부족이며 이 때문에 청년층 지지를 많이 잃었다고 분석한다. 신선하고 대담한 발상을 제시하면 민주당 득표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중도주의자들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주의자들은 부동층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또한 진보파의 비현실적인 공약이 오히려 공화당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외교 정책은 미국 대선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주겠지만, 후보 토론회에서 몇 가지 경향성이 드러났다. 우선 민주당은 미국이 다자주의적이며 동맹국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한다. 그런데 무역 문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다. 일부 후보들은 현 정부의 전략 부족을 비판하며 농업과 소비재 산업 부문의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정면으로 맞설 의향을 보이고, 노동력과 환경 부문에서 한층 강경한 무역협상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실 이 모든 논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멸하지 않는 한 결국 선거는 트럼프냐, 아니냐의 판으로 갈 것이다. 중도층을 흡수할 수 없는 후보가 선출돼 다시 패배하면 전 세계는 4년 더 트럼프 대통령의 지배를 받게 된다. 모험이 초래할 대가가 너무 크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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