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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장밋빛 핀테크 정책 발표장서 나온 기업인의 절규

중앙일보 2019.09.20 00:10 종합 34면 지면보기
핀테크 산업을 키우겠다는 금융위원장 주최 행사에서 국내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 창업자가 금융 당국(금육감독원)을 사업 걸림돌로 지목하며 “추진하던 신사업을 중단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하는 믿기 어려운 장면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를 마련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면전에서 “(금융 당국이) 불가능한 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별한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성적 이슈라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업 진출 포기를 시사한 비비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얘기다. 기업가가 규제 당국에 이처럼 공개적으로 불만을 내비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게다가 발언이 나온 장소가 정부 초청으로 업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행사장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치과의사 출신의 이 대표가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로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첫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미상장 스타트업) 기업이자 국내 핀테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으로 ‘글로벌 50대 리딩 핀테크 기업’에 꼽힌 대표주자다. 그런데 최근 제3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업 인가에 난항을 겪은 탓인지 이 대표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발목 잡는 당사자로 지목된 금감원은 절차대로 진행중이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 3월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당시 신한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자금력에 의구심이 일었던 탓에 당국으로선 인가를 내주기 쉽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해프닝을 단순히 한 기업가의 부적절한 불평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오히려 정부가 앞에선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줄곧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현장에선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여전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봐야 한다.
 
이날 금융위는 장밋빛 플랜을 쏟아냈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이르면 연말부터 3000억 원 규모의 핀테크 혁신펀드를 가동하고, 핀테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내년 3월까지 100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겠다고도 했다.
 
그간 정부 도움 없이 혁신적 아이디어와 대담한 도전으로 국내 핀테크 산업을 키워온 선두주자조차 투자 포기를 고려할 만큼 규제 관성이 여전하다면 정부가 아무리 번드르르한 계획을 내놔도 결국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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