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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이언 북핵 경험 없어…확고해진 폼페이오 ‘원톱’

중앙일보 2019.09.20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오브라이언의 지명 소식을 전하며 ’나는 그와 오래 일했다. 일을 잘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오브라이언의 지명 소식을 전하며 ’나는 그와 오래 일했다. 일을 잘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임명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뿐 아니라 워싱턴 외교가에도 낯선 인물이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적도 없다. 그의 취임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어떤 식으로든 ‘오브라이언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교체 파장
외교가 “볼턴과 다른 팀 플레이어”
한·미 외교·국무부 라인 비중 커져
청와대·백악관 주도 소통 변화 예상
볼턴 퇴장, 북·미 어설픈 합의 우려

본업이 변호사인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직을 지냈고,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 자문역도 맡은 적이 있다. 2016년 낸 외교정책 에세이집 『미국이 잠자는 동안』에서 대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오브라이언은 표현 방식만 (전임자인) 볼턴을 안 닮았을 뿐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볼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안보 이슈에선 기본적으로 매파 성향으로 알려졌지만, 외교·안보 현안 실무에 직접 관여한 경험은 없다. 2005~2006년 유엔총회 대표를 할 때도 팔레스타인 문제와 테러 대응을 다뤘다.
  
오브라이언, 외교 현안 실무 경험 없어
 
그는 2011년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 기고에서 “중국의 해양굴기를 과소평가한다면 서방세계의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대중 강경노선을 보였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해선 특별히 파악된 입장이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오브라이언의 저서, 기고 등을 보면서 어떤 정책 성향을 보일지 가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핵 문제에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오브라이언의 협조체제 속에 폼페이오의 ‘원톱 체제’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와 오브라이언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임명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전임인 존 볼턴과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조율하고 맞춰가는 팀 플레이어라는 평가가 더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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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백악관 간 의사소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간 청와대는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긴밀히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며, 이른바 ‘하우스(The Blue House) 투 하우스(The White House)’ 채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볼턴과 달리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을 다뤄본 경험이 없어 우선 관련 업무 숙지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전망이다. 채널 자체의 활발한 가동과는 별도로 의제의 종류나 논의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핵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17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부장관 자리에 올라서도 북핵 협상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무부 부장관은 광범위한 외교 현안뿐 아니라 조직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기 때문에 겸임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 때 빌 번즈 국무부 부장관도 이란 핵 협상을 지휘한 적이 있다.
  
“비건, 부장관 돼도 북핵 협상 대표 유지”
 
지난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 확대 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 확대 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폼페이오 장관이 온전히 키를 쥐고 비건 대표의 직위도 높아진다면 향후 ‘외교부-국무부 라인’의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비건 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간 채널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두 사람은 운명공동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 본부장은 19일 비건 대표와의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북핵 협상과 관련해선 아무래도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 중심의 협상을 측면 지원할 것”이라며 “따라서 국무부와 외교부 간 관계 강화를 위해 청와대가 외교부 장관에 자율성과 권한을 더 부여하는 등 기능 재조정이나 인사 등으로 외교라인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협상 전술 간파에 능한 볼턴의 퇴장으로 북·미 간 ‘위험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한 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 본토에 대한 위협만 제거하는 선에서 합의하는 모델이다. 볼턴이라면 이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오브라이언 보좌관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불출마 입장을 밝혔는데도 끊이지 않는 폼페이오 장관의 2020년 캔자스주 상원의원 출마설도 심상치 않다. 원톱인 그가 출마를 위해 국무장관직을 내려놓으면 북한 비핵화 협상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전부터 북핵 문제 주도권을 쥐긴 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볼턴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설픈 합의를 막을 수 있는 인물로 볼턴이 꼽혔던 것은 사실”이라며 “볼턴 퇴장 이후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의 역할이 더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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