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타고 코펜하겐 한 바퀴, 이게 바로 ‘휘게’ 구나

중앙일보 2019.09.20 00:02 종합 22면 지면보기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전 세계 최고의 자전거 친화도시로 꼽힌다. 강남·서초구만한 도시 면적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375㎞에 달하고, 시민 62%가 자전거를 타고 직장과 학교를 다닌다. 뉘하운 인근 자전거·도보 전용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전 세계 최고의 자전거 친화도시로 꼽힌다. 강남·서초구만한 도시 면적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375㎞에 달하고, 시민 62%가 자전거를 타고 직장과 학교를 다닌다. 뉘하운 인근 자전거·도보 전용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최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행한 신조어다. 뼈 빠지게 일하며 돈 한 푼 더 버는 것보다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자는 주장인데, 이 분야에 특출난 나라가 있다. 유엔 행복보고서 세계 1위를 단골로 차지하는 덴마크다. 이달 초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여행했다. 코펜하겐 시민처럼 자전거 타고 도시 뒷골목을 헤집었고 그들과 어울려 빵을 나눴다.
  

덴마크 사람처럼 여행하기
관광객도 부담 없는 자전거 천국
북유럽 미식의 메카에서 맛 체험
소형 보트로 운하 구석구석 누벼

강남·서초구 면적에 자전거 길 375㎞
 
코펜하겐은 작다. 면적이 88㎢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한 정도다. 도시가 완벽한 평지여서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 걷기에 먼 거리는? 지하철·버스가 있지만 자전거를 탄다. 코펜하겐은 그야말로 자전거 천국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만 375㎞에 달한다. 시민 62%가 자전거로 학교와 직장을 다니고, 매일 평균 3㎞를 자전거로 이동한다. 3년 전 전 세계에 ‘휘게(편안함·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 열풍을 일으킨  『휘게 라이프』의 저자 마이크 비킹은 이렇게 말했다.
 
“코펜하겐을 찾은 여행자라면 꼭 자전거를 타보길 권한다. 자전거야말로 우리 행복에 기여하는 소중한 존재다.”
덴마크의 국민 작가 안데르센이 잠들어 있는 아시스텐스 묘지. 공동묘지인데도 공원 같다.

덴마크의 국민 작가 안데르센이 잠들어 있는 아시스텐스 묘지. 공동묘지인데도 공원 같다.

 
가이드가 동행하는 자전거 투어에 참여했다. 다운타운을 벗어나 20분 만에 프레데릭스버그(Frederiksberg) 지역에 들어섰다. 그림 같은 코펜하겐 과학대 캠퍼스를 관통했다. 대학 밖에도 초록 융단 깔린 공원이 많았다. 가이드 로먼은 “누구나 걸어서 15분 안에 공원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뇌레브로(Nørrebro)로 가는 길에 들른 아시스텐스(Assistens) 묘지에서는 덴마크 국민 작가 안데르센을 만났다. 소박한 비석 앞에 볼펜이 여러 자루 놓여 있었다.
 
다운타운을 지나 크리스티안스하운(Christianshavn) 섬으로 들어갔다. 운하를 따라 달리다 지난 7월 완공된 자전거·도보 전용 다리 ‘릴레랑게브로(Lille Langebro)’에 닿았다. 물결 모양 다리와 수백 년 묵은 건물이 현대적인 덴마크 건축센터와 어우러진 모습이 기묘했다.
  
쓰레기 소각장 지붕에 스키장
 
코펜하겐에서는 보트 투어를 꼭 해봐야 한다. 대형 유람선 말고 소형 보트를 타면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코펜하겐에서는 보트 투어를 꼭 해봐야 한다. 대형 유람선 말고 소형 보트를 타면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운하 도시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 말고 보트도 타봐야 한다. 소형 보트 투어 업체 ‘헤이 캡틴’의 ‘숨은 보석(Hidden gems)’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뉘하운에서 배를 타고 도시 북쪽 노어하운(Nordhavn)으로 향했다. 최근 3년 새 근사한 건축물이 많이 생기면서 주목받는 항구다. 1400개 태양열 패널을 얹은 유엔 건물, 시멘트 창고를 개조한 사무실, 예술작품 같은 놀이터를 들인 공용주차장 옥상이 눈에 띄었다. 항구 주변에선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가이드 샘은 “코펜하겐에는 지붕을 놀리는 건물이 없다”며 “건축가들은 단지 예쁜 건물이 아니라 주민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운하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청소년들.

운하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청소년들.

바다 건너편에 거대한 굴뚝에서 쉼 없이 연기를 내뿜는 건물이 보였다. 10월 개장 예정인 ‘코펜힐(Copenhill)’이다. 쓰레기 소각장 기능을 유지한 채 건물 옥상에 500m 길이의 스키 슬로프와 달리기 트랙, 암벽등반장을 갖춘 혁신적인 건물이다. 코펜하겐 관광청 주세페 리베리노 홍보 매니저는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에 처음 생기는 스키장”이라고 자랑했다.
연기 나는 건물이 오는 10월 개장 예정인 코펜힐이다. 쓰레기 소각장 지붕을 스키장으로 만든 기상천외한 건축물이다.

연기 나는 건물이 오는 10월 개장 예정인 코펜힐이다. 쓰레기 소각장 지붕을 스키장으로 만든 기상천외한 건축물이다.

 
코펜힐 인근 길거리 음식 시장 ‘레펜(Reffen)’도 뜨고 있다. 40개 점포가 20개국 음식을 판다. 덴마크 핫도그, 인도 커리, 멕시코 타코를 먹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점한 식당이어서일까. 길거리 음식이라고 얕볼 수 없는 맛이었다.
  
현지인 집에서 맛보는 가정식
 
덴마크는 북유럽 미식을 선도하는 나라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예약하기 힘든 식당이라는 ‘노마’를 비롯해 레스토랑 18곳이 22개 미쉐린 별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별 없는 훌륭한 식당도 많다. 4시간짜리 푸드 투어에서 확인했다. 가이드 마리아는 “2004년 내로라하는 북유럽 셰프들이 코펜하겐에 모여 ‘새로운 노르딕 음식’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뒤 미식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고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이때부터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대표 음식 스뫼레브뢰.

덴마크 대표 음식 스뫼레브뢰.

푸드 투어는 전통시장에서 시작해 맛의 거리로 떠오른 ‘미트패킹 디스트릭트’까지 이어졌다. 아만스 델리(Aamanns deli)에서 먹은 ‘스뫼레브뢰(Smørrebrød)’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덴마크 정통 오픈 샌드위치인데 호밀빵과 짭조름한 고기, 신선한 채소, 진득한 드레싱이 출중한 조화를 이뤘다.
 
낯선 이와 어울려 밥을 먹는 ‘압살론’ 커뮤니티 디너. 셰프가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낯선 이와 어울려 밥을 먹는 ‘압살론’ 커뮤니티 디너. 셰프가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옛 교회 건물을 활용한 사교장 ‘압살론(Absalon)’에는 매일 저녁 180명이 모인다. 낯선 이와 둘러앉아 밥을 먹는 ‘소셜 다이닝’을 즐기기 위해서다. 코펜하겐 직장인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토마토 양념에 절인 소고기를 먹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숫자 몇 개가 기억에 남는다. 덴마크 법정 노동시간은 주 37시간, 한 해 휴가는 최소 25일이란다. 괜히 ‘워라밸’ 선진국이 아니다.
 
‘밋 더 데인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현지인 집에서 '휘게'를 경험할 수 있다. 디자인 감각이 남다른 덴마크인의 집 구경을 하는 재미는 덤이다.

‘밋 더 데인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현지인 집에서 '휘게'를 경험할 수 있다. 디자인 감각이 남다른 덴마크인의 집 구경을 하는 재미는 덤이다.

현지인 집에서 저녁을 먹는 ‘밋 더 데인스(Meet the danes)’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2001년 프로그램을 만든 아넷 웨버의 집에 가봤다. 버섯 볶음과 타르트도 맛있었지만, 낯선 이를 환대해준 웨버 부부의 마음씨 덕분에 잊지 못할 밤을 보냈다. “‘휘게’란 양초를 켜고 비싼 덴마크 디자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좋은 감정을 나누는 모든 것”이란 아넷의 말이 계속 생각난다.
 
여행정보
한국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직항은 없다. 핀에어를 타고 헬싱키를 경유하는 게 가장 빠르다. 화폐는 덴마크 크로네를 쓴다. 1크로네 약 180원. 외환은행에서 환전하는 게 낫다. 현지에서는 유로를 안 받는다. 물가가 비싼 편이다. 자전거 투어(2시간30분) 299크로네(약 5만원). 대중교통 이용권과 97개 박물관·관광지 입장권을 포함한 코펜하겐 카드가 있으면 편하다. 홈페이지에서 산 뒤 공항이나 중앙역에서 카드를 받으면 된다. 3일권 99유로(약 13만원). 코펜하겐 관광청 홈페이지 참조.  

 
코펜하겐(덴마크)=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