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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경제정책 그대로 가겠다…고령 취업자 증가는 불가피"

중앙일보 2019.09.20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권혁주의 직격인터뷰]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

황덕순 수석은 ’임금을 낮추고 협력업체와 나누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호응이 좋다. 오늘도 한 광역지자체 부지사가 다녀가는 등 여러 지역에서 관련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정현 기자

황덕순 수석은 ’임금을 낮추고 협력업체와 나누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호응이 좋다. 오늘도 한 광역지자체 부지사가 다녀가는 등 여러 지역에서 관련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정현 기자

또다시 통계 해석 논란이다. 추석 연휴 직전에 나온 ‘8월 고용 동향’을 놓고서다. 올 8월 취업자는 한 해 전보다 45만2000명 늘었다. 같은 달 기준으로 5년 만의 최대 폭 증가다. 정부는 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반론이 들끓었다. 늘어난 취업자의 대부분(39만1000개)이 60세 이상이었다는 게 반론의 주된 근거였다. 세금 쏟아부은 임시 일자리로 고용을 떠받친 것일 뿐, 실제 고용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뭘까. 황덕순(54)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에게 들어봤다. (※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경제정책 방향 한번도 바꾼 적 없어
고령 취업자 늘어나는 건 불가피
조선업 대응 늦어 구조조정 확대
위기 전에 선제적 사업 개선 할 것

대통령이 고용 통계 등을 제시하며 “올바른 방향”이라고 했다. 호전된 지표 몇 개를 들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는데, 그 ‘올바른 방향’의 의미가 뭔가.
“정부의 경제 정책 기본 방향은 명확하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다. 그 방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 성과 지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고용이나 소득 분배다. 이게 나쁘게 나오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걱정하게 된다. 그런데 개선되는 측면이 나타났기에 정부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한 거다.” (※경제는 올해 2%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고용이 개선됐다”고 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나.
“일단 8월 취업자 증가 폭이 크다. 사실 정부는 그것보다 15~64세 생산가능연령 인구의 고용률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본다. 이게 크게 개선됐다. 실업률도 상당히 떨어지고….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작년부터 꾸준히 상용직 중심으로 고용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에 많이 늘어난 건 월 27만원 받는 60세 이상 일자리다. 주당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도 줄곧 감소하다가 8월에서야 증가로 돌아섰다. 이걸 추세 반전이라고 볼 수 있나.
“어르신 일자리부터 설명하겠다. 지난해 이후 65세 이상 인구가 매달 전년 대비 30만 명 이상 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노인 복지가 빈약하다. 연금제도가 덜 성숙해 노인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소득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자리라는 형태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거다. 이 과정에서 고령 취업자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 이런 것까지 다 고려해서 KDI는 올해 일자리 증가를 10만 명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올 1~8월에 취업자가 평균 24만9000명 늘었다. 15~64세 취업자만 21만4000명 증가했다. 고용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50대 일자리도 늘었다. 이런 요소들을 빼고서 ‘괜찮은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우선 상용근로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34만5000명 증가했다. 둘째는 사회적 보호를 받는 일자리가 늘었다. 고용 보험 가입자가 지난해 35만8000명, 올 8월에는 1년 전보다 54만 명 늘었다. 임금상승률도 호조이고 저임금 근로자는 줄었다. 고용에 질적 개선이 있다는 중요한 지표다.”
 
주당 1~17시간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만 많이 늘었다.
“어르신 일자리의 영향이다. 20대에서도 늘고 있다. 전일제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학생 아르바이트가 증가하고 있다.”
 
36시간 이상 일자리가 줄고 파트타임이 늘어나는 게 좋은 징후는 아니지 않은가.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서비스업에서 많이 일하면서 전체 평균 근로 시간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고용 개선의) 반례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OECD 국가보다 파트타임 비중이 작다. 안정적인 파트타임 일자리,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정책 목표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제조업은 고용이 줄고 있다. 설비 투자도 계속 마이너스다.
“제조업 고용이 줄고 서비스업에서 늘어나는 건 장기적인 추세다. 아웃소싱도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에서 어떤 분야를 아웃소싱하면, 실제 하는 일은 제조업이더라도 일자리 통계에선 서비스업이 늘어난 것으로 잡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제조업 고용이 일시적으로 늘었다. 자동차·조선업 상황이 좋았다. 그랬다가 지금 다시 줄어드는 흐름에 와 있는 측면이 있다. 특히 좋았던 상황이 사라지고 다른 어려움이 겹치면서 구조조정에 등 떠밀린 게 작년이다. 이게 30, 40대 일자리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이런 분야의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거다. 중소기업은 스마트공장을 3만 개까지 지원한다. 엄청난 재원을 배분했다.” (※미래 일자리를 가늠케 하는 설비투자는 최근 9개월 연속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이 높다. 현 정부가 더 올렸다. 미국에서는 법인세를 낮춘 게 일자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핀셋 증세의 일부였다. 다른 관점에서 우리는 (기업에) 감면해 주는 게 많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 같은 거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지난해 음식·숙박·도소매 같은 분야에서 일자리 수십만 개가 없어졌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이뤄지기 전부터 그로 인해 어떤 변동이 나타나는지 모니터링하고 매번 분석했다. 적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선에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용이 줄지는 않았다는 게 분석 결과다. 다만, 음식업·소매업 등에서 일부 영향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지역·업종·규모별로 차등 적용해 달라고 한다.
“국가 전체적인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데, 과연 지역·업종별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까. 뒷받침할 통계나 신뢰 인프라도 부족하다. 또 광역 단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면, 임금이 높은 곳을 찾아 이동이 생길 수 있다. 규모별로 차등하면 기준 규모 이상으로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기준 아래로 고용을 줄일 수도 있다. 고용 전체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난에 허덕인다.
“올해 들어 청년 고용률은 개선되는 흐름에 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다만 취업하지 못한 청년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청년확장실업률’은 올해 들어 사상 최악인 24~25%를 오르내렸다. 8월엔 21.8%였다)
 
앞으로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되나.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축을 유지하면서 2017년 10월에 발표한 로드맵을 이어 나가겠다. 소방과 생활안전 같은 민생 공무원을 늘리고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해 공공 일자리를 81만 개 이상 만든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자영업자 보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또한 제2벤처붐과 규제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
 
경기 침체로 고용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고용 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겠다. 조선·자동차는 악화하기 전에 대응해야 했는데, 시기적으로 늦어 구조조정을 크게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위기가 예상되는 업종이나 지역에서 미리 업종 전환 등을 통해 사전 대응하겠다. ‘선제적 사업구조 개선’이다.”
 
◆황덕순 수석
1984년도 대입 학력고사(지금의 수능에 해당)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노동연구원에서 사회안전망 관련된 연구를 주로 했다. 청와대 근무는 노무현 정부 때에 이어 두 번째다. 2003년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행정관으로, 2005년에는 비서관으로 일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데 대해 “정책 연구자가 직접 정책을 할 수 있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

 
권혁주 논설위원
기록·자료조사=장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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