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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엔진보다 어려운 기술…두산중, 가스터빈 만들었다

중앙일보 2019.09.20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 18일 창원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에서 가스터빈의 중심축인 ‘로터’가 트레인에 의해 하우징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지난 18일 창원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에서 가스터빈의 중심축인 ‘로터’가 트레인에 의해 하우징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지난 18일 오후 창원시 귀곡동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 항공기 엔진 서너 개를 합해놓은 듯한 크기의 거대한 가스터빈 로터(압축기·블레이드 등으로 연결된 터빈의 중심축)가 크레인에 의해 옮겨지고 있었다. 조립 마지막 단계로 로터가 하우징(덮개)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 장면이다. 이상언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프로젝트매니저는 “여기까지가 공정의 95%”라고 말했다.
 

세계 5번째로 기술 국산화 눈앞
국내 가동 149기는 모두 외국산
2030년까지 10조 수입대체 효과

두산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전용 가스터빈’이 국산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 조립 행사를 열었다. 2013년 가스터빈 개발에 뛰어든 후 6년 만으로 총 1조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
 
독자 개발한 가스터빈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200여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국내 가동 중인 149기의 가스터빈은 모두 수입산이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부품 수만 4만여 개에 달해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음속의 1.3~1.4배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1500도 이상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소재가 핵심 기술이다. 또 복잡한 형상의 고온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능력, 대량의 공기를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 기술 등이 필요하다. 이광열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개발·설계 상무는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보다 훨씬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며 “기존 핵심부품과 협력업체 협업을 통해 국산화율 93%를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니켈 초합금 소재 부품은 유럽에서 수입했다.
 
올해 한국형 가스터빈 성능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에 이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다섯 번째 국가가 된다. 발전용량은 270㎿로 25만 가구에 전력을 보급할 수 있다.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의 숙원 사업이었다. 2013년 이탈리아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하지만 "가스터빈은 국가 전략사업”이라며 팔려 하지 않았다. 두산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S1’ 모델은 효율과 성능에서 미국·독일 등에 뒤지지 않는다. 이 상무는 "2030년까지 신규 복합발전소에 한국형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설계를 마친 후속 모델 ‘S2’는 380㎿급으로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창원=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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