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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수사했던 표창원이 밝힌 범인 못 잡았던 이유

중앙일보 2019.09.19 21:05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중앙포토]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현재 무기징역수 복역 중인 이모(56)씨가 지목됐다. 화성 연쇄살인은 총 10차례 발생했는데, 이씨의 DNA는 5번째와 7·9번째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쇄살인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DNA 분석 기업 도입 안돼 증거물 유실"

이같은 수사결과에 연쇄살인사건 9차 현장에 있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나무와 숲·들판이 확연하게 기억난다. 너무 참혹했다"며 "화성 사건이 터진 후 범인을 잡지 못한 데에 실망하고 현장을 떠났었는데,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표 의원은 "분노를 넘어서 도저히 감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도대체 어떻게 인간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나 하는 느낌들이 경찰관 전체에 퍼져 있었다"며 "30년간 무력감 때문에 영국 유학 때 책도 쓰고 이 사건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검거라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가능한 일인가 불신도 들지만 그냥 추측이 아니라 DNA가 일치한다고 하니 이제 안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쇄살인범을 왜 잡지 못했나"라는 질문에 표 의원은 "초동 조치가 잘 안 지켜진 것도 있고, 당시에는 연쇄살인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건이 커지고 정권에 부담되니까 사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지역 파출소장 들이 이 사건이 연쇄성이 아님을 드러내기 위해 빨리 시신을 치우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8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은 18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표 의원은 "수사 인력도 너무 많이 투입됐다. 서로 정보를 나누고 합동 수사를 하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여러 팀이 수사를 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당시 영국에서 개발된 DNA 신원확인 기법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일본에 DNA 수사 기업이 있었서 분석을 의뢰했지만, DNA 검출에 실패했다"며 "화성 사건을 계기로 DNA 수사 기법이 도입됐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 확보할 수 있었던 DNA 증거들이 많이 유실됐다. 다행히도 영국의 수사기법이 알려진 후 현장 증거물을 보존했고, 그 결과를 용의자 이씨를 지목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5번째의 발생 시점은 1987년으로 용의자 이씨의 나이는 당시 24살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당시에도 범인은 젊은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며 "범행수법 자체가 지나치게 거칠었다. 추운 날씨에서 야산이 오래 잠복해서 기다렸던 점, 심야에 오랜 시간 범행을 하고 다음 날 작업활동을 했던 점 등 때문에 20대의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용의자 이씨는 31살이던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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