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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 여아에 성행위 강요…성노예 탈북여성 "고객은 韓 남성"

중앙일보 2019.09.19 16:07

NYT 탈북여성 인터뷰…성 착취 현실 고발

중국으로 건너온 탈북여성 대부분이 인신매매를 당한 뒤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으로 건너온 탈북여성 대부분이 인신매매를 당한 뒤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연합뉴스]

탈북여성 이진희(가명·20)씨는 지난달까지 2년 넘게 중국 지린성 허룽시의 한 아파트 원룸에 갇혀 있었다. 쉬는 날 없이 정오부터 새벽 5시까지 컴퓨터 웹캠 앞에서 채팅창에 접속한 온라인 고객이 원하는 성적 행위를 해야 했다. 이른바 ‘사이버 성매매’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씨를 비롯한 북한 여성 10여명은 각각 일주일에 820달러(약 100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인 업소 사장에게 맞았고, 밥도 굶어야 했다.
 
고객 대부분은 한국 남성이었다. 이씨를 불쌍히 여긴 일부 고객은 성매매 업주에 돈을 보내 이씨가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동안 쉴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고객이 비인간적 성적 행위까지 강요했다. 이씨가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욕하는 이도 있었다. 이씨는 “아플 때도 일해야 했지만, 탈출도 어려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창틈으로 밖을 보는 것 뿐이었다”고 말했다.

고객 다수 韓남성…"쓰레기"라 욕하기도

탈북여성 김예나(왼쪽), 이진희(모두 가명)씨는 중국에서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지난달 탈출해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망명했다.[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탈북여성 김예나(왼쪽), 이진희(모두 가명)씨는 중국에서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지난달 탈출해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망명했다.[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으로 건너온 탈북여성 다수가 인신매매를 당한 뒤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사이버 성매매에 동원됐다가 지난달 라오스로 탈출한 탈북여성 2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집중 조명했다.
 
NYT에 따르면 매년 수천 명의 북한 여성이 중국에서 일하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국경을 넘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씨처럼 성매매 업소에 끌려가 사이버 성매매나 실제 성매매를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농촌의 미혼 남성에게 팔려간다. 
영국 런던에 있는 북한 인권단체 ‘코리아 퓨처 이니셔티브(Korea Future Initiative)’가 지난 5월 공개한 ‘성노예: 북한 여성의 중국 내 매춘과 사이버섹스, 강제결혼’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여성의 약 60%가 성매매 업소로 팔려가고 있다. 
보고서는 “9세 아이까지 카메라 앞에서 각종 성행위를 연출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며 이를 시청하는 유료 고객은 다수가 한국 남성”이라고 밝혔다.

착취 대상은 北 '고난의 행군' 세대

영국 런던에 있는 북한 인권단체 ‘코리아 퓨처 이니셔티브(Korea Future Initiative)’는 지난 5월 ‘성노예: 북한여성의 중국 내 매춘과 사이버섹스, 강제결혼’ 보고서를 공개했다.[코리아퓨처이니셔티브 홈페이지 캡처]

영국 런던에 있는 북한 인권단체 ‘코리아 퓨처 이니셔티브(Korea Future Initiative)’는 지난 5월 ‘성노예: 북한여성의 중국 내 매춘과 사이버섹스, 강제결혼’ 보고서를 공개했다.[코리아퓨처이니셔티브 홈페이지 캡처]

중국에서 성 착취를 당하는 탈북 여성 대부분은 이씨처럼 19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났다.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 시기다. 가족 생계를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국경을 넘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의 이씨도 중국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2017년 18살에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갔다. 
하지만 일터에 도착한 이씨가 마주한 것은 컴퓨터였다. 인터넷 채팅 업무를 할 것이란 중국인 업자의 말과 달리 그는 사이버 성매매를 해야 했다. 이씨와 동향인 김예나(가명·23) 씨도 중국에서 버섯 따는 일을 할 것으로 알고 지난해 11월 중국에 왔지만 역시 성매매 업소로 향했다.

북한 압송 공포…장기 적출 위험까지

중국에서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받는 북한여성들 중에는 목숨을 걸고 건물에서 탈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다시 붙잡힌다. 대다수는 북한으로 압송될까 두려워 탈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사진 CNN]

중국에서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받는 북한여성들 중에는 목숨을 걸고 건물에서 탈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다시 붙잡힌다. 대다수는 북한으로 압송될까 두려워 탈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사진 CNN]

NYT는 탈북 여성들이 성매매 업소에서 함부로 탈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에 붙잡히면 북한으로 압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북한으로 압송되면 곧바로 노동 수용소에 투옥돼 고문을 받는다. 김씨는 “업소 생활이 끔찍하게 싫었지만, 북한으로 가는 건 더 싫었다”며 “어떻게든 돈을 벌어 한국에 가고, 이후 북한에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려오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성매매 업주는 김씨에게 "8만 위안(약 1350만원)의 빚이 있다"며 좀처럼 김씨를 풀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탈북 여성들은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성매매 업소 사장이 같이 일하던 탈북 여성 중 한명이 장기 적출을 위해 인신매매범에게 끌려갔다며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도 “탈출을 하려던 동료 여성 2명이 업소 사장에게 붙잡힌 뒤 심하게 맞았고, 탈출에 성공한 또 다른 여성들도 사장에게 뇌물을 받은 중국 경찰에 붙잡힌 뒤 업소로 다시 끌려왔다”고 말했다.

한국 목사와 연락 닿아 행운의 탈출

탈북여성 김예나(왼쪽), 이진희(모두 가명)씨는 중국에서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지난달 탈출해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망명했다. 가운데 남성은 이들의 탈출을 도운 천기원 목사.[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탈북여성 김예나(왼쪽), 이진희(모두 가명)씨는 중국에서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지난달 탈출해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망명했다. 가운데 남성은 이들의 탈출을 도운 천기원 목사.[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김씨와 이씨는 운 좋게도 지난달 업소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고객으로 온라인상에서 만났던 한 한국 남성이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에 연락해 두 사람의 존재를 알렸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탈북자 도피를 돕는 일을 해온 천 목사는 고객으로 가장해 김씨와 이씨의 업소로 가 한 사람 당 4000달러(약 480만원)를 업소 사장에게 주고 지난달 중순 이들을 빼냈다. 10여일 뒤 중국 국경을 통해 라오스로 간 김씨와 이씨는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망명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북한 여성들이 중국 일대에서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 천 목사는 “중국 성매매 업주는 북한 여성에게 마약까지 투여하며 일을 시키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인신매매업자들이 탈북 여성들을 더욱 쉽게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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