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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26억…유산 나누고 떠나는 사람들 '세브란스 오블리주' 출범

중앙일보 2019.09.19 16:00
유산기부자와 가족, 연세의료원 관계자들이 19일 세브란스 오블리주 출범식을 열었다.[사진 연세의료원]

유산기부자와 가족, 연세의료원 관계자들이 19일 세브란스 오블리주 출범식을 열었다.[사진 연세의료원]

전직 사진기자 김택현(74)씨는 2015년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유산 기부에 뜻이 있던 그는 기부 의사를 아내 이지자씨에게 이야기했다. 김씨는 평소 호스피스 봉사를 다니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던 남편의 뜻을 존중했다. 30억원 상당의 자산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김씨는 진단 그해에 숨졌다. 이씨는 의과대학생 교육을 위해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순분 전 강남세브란스병원 간호팀장은 대장암 투병을 하다 2017년 숨졌다. 병마와 싸우던 중 환자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강남세브란스병원 시설 개선에 1억여원을 기부했다. 그의 기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산을 기부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형제들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유산 2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1억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재교육에 쓰인다. 1억원은 연세대 간호대학 장학금으로 기부됐다. 
 
재산을 남기지 않거나 덜 남기고 기부하는 '유산 기부'가 활발하다. 연세의료원은 18일 세브란스병원 우리라운지에서 유산기부자 클럽 ‘세브란스 오블리주’를 발족했다. 행사에는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연세대 명예교수), 황춘서씨 등 유산 기부자와 가족, 지인 등 9명이 참석했다. 
 
김 전 장관도 유산 기부자다. 2014년 연세대 간호대학에 서울 동교동 빌딩과 동산 등 26억원 상당의 자산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기부금은 간호 정책 개발과 연구 활동에 사용된다. 김 전 장관은 10억원을 연세대 간호대학과 세브란스병원에 기부한 바 있다.
유산 기부자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19일 세브란스 명예의 전당 앞에 섰다. 왼쪽부터 윤도흠 연세의료원장, 이태화 연세대 간호대학장, 김 전 장관, 김의숙 연세대 명예교수, 장양수 연세대 의과대학장.[사진 연세의료원]

유산 기부자 김모임 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19일 세브란스 명예의 전당 앞에 섰다. 왼쪽부터 윤도흠 연세의료원장, 이태화 연세대 간호대학장, 김 전 장관, 김의숙 연세대 명예교수, 장양수 연세대 의과대학장.[사진 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에는 17명이 200여억원의 유산을 기부했다. 2013년 고(故) 한동관 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시작으로 퇴임 교수들과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생, 일반인 등 9명이 유언을 통해 91억원 넘게 기부했다. 유언 공증을 통해 8명이 117억원의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기부한 유산은 부동산, 예금 등 다양하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유산 기부자들의 숭고한 의지를 계승하고 유산기부 문화의 인식 전환을 위해 세브란스 오블리주를 발족하게 됐다”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와 의학 발전에 기부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영국 등 '기부 선진국'에는 유산기부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지난해 유산기부액은 47조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약 8%다. 영국은 4조 3457억원으로 15%다. 선진국에서는 공익 실현과 사회적 자본의 축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유산기부를 실행한다. 병원에 기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존스홉킨스병원 등에 유산을 내놓는다고 한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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