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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미루고, 설계안도 전면 재검토”

중앙일보 2019.09.19 12:30
서울시가 당초 내년 1월로 예정됐던 광화문광장 재조성 착공 시기를 연기한다고 19일 공식 발표했다. 설계안도 전면 재검토한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로 한 2021년 5월 완공 시점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공사와 준공 시기, 설계안은 시민·전문가,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관계 부처, 시민 반발에 한발 물러나
착공·준공 시기 시민·부처 협의해 결정
2021년 5월 완공 사실상 불가능해져
“문재인 대통령이 교통 불편 해소 당부”
행안부, ”교통난 해소책 마련하면 협조”
전문가, “정부·여론 떠밀려 원래 취지 잃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서울시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광화문광장 조성 변동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은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착공과 준공 시기는 시민, 관계부처 등과의 소통·공감의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공모에서 당선된 설계안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한다고 했다.  
광장 재조성 시기와 계획에 대한 행정안전부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또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 착공할 경우 도로 통제, 먼지 비산 등으로 악화할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 시장은 이같은 발표 배경엔 정부와의 공감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말에 문재인 대통령, 진영 행안부 장관과 만나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과의 소통, 교통 불편에 특별히 신경쓰라’는 당부 말씀을 했다. 관계 부처간 협력이 중요하고, 정부·서울시와 논의기구를 만들어서 이야기하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후 이달 초 이낙연 국무총리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박원순 시장, 진영 행안부 장관 등이 회동을 갖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보다 소통을 확대하면서 진행하자”는데 합의했다고도 한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이 사실상 착공 연기를 수용했다”며 “중앙정부도 소통 확대를 전제로 서울시가 주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공동 협력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광화문광장. 뉴스1

광화문광장. 뉴스1

서울시의 이날 발표에 대해 행안부 측은 “서울시가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교통난 해소 대책을 마련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라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울시가 아직 구체적인 교통난 해소 구체안을 제시해 오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시의 공사 연기는 예측됐던 일이다. 이달 초부터 박 시장의 발언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면서다. 박 시장은 지난 7일에 있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9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개막 행사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서울시 혼자만의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중앙정부와 약간의 갈등도 있다”며 “워낙 중요한 공간이다 보니 그만큼 장애도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의 의사와 합의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절차와 방식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행안부, 일부 시민단체 등과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가 지난 1월 21일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김부겸 당시 장관이 이틀 뒤 “청사의 앞마당과 뒤편을 빼앗기는 것인데, 이러면 청사 자체를 못 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진영 장관 취임 이후인 지난 7월과 8월 행안부는 서울시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대표성 있는 시민단체·전문가의 참여 속에 추진돼야 한다” “전반적인 사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민연대·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도 “서울시가 단기간에 사업을 마치는 데 매몰돼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국민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마다 서울시는 2021년 5월 완공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달 긴급브리핑을 통해 “서울시로선 행안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실무적인 반영이 이뤄졌지만 행안부가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시민과 관계 부처의 반발에 한발 물러난 것이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서울시가 시민 의견을 듣고 시기를 늦춘 점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단순히 정부와의 갈등 피하기나 총선을 고려한 결정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 임기 내에 꼭 성과를 보여 주려고 하거나 큰 예산을 들여 광장을 뜯어고치려고 하지 말고, 5~10년이 걸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현재의 광장을 잘 ‘활용’할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한 사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론에 떠밀려 계획이 축소·변경되면서 당초 재구조화의 취지와 목적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기에 청와대가 옮겨 온다, 안온다하면서 많은 시간을 버렸다. 그리고 정부종합청사를 그대로 두면 초기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은 사실상 백지가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임선영·박해리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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