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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처제 살해 때도 치밀하게 은폐…증거 이 잡듯 뒤졌다"

중앙일보 2019.09.19 11:17
살인의 추억. [중앙포토]

살인의 추억. [중앙포토]

경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50대 남성 이모씨가 청주 처제 강간·살인 사건 때도 잔혹하고 치밀한 범행 수법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1994년 당시 청주 서부경찰서 형사계 감식 담당이었던 이모(62)전 경위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A씨가 화성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범행 수법이 굉장히 잔혹하고 치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 전 경위는 충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근무하다가 지난 6월 정년퇴직했다.
 
당시 사건 수사팀 막내였던 이 전 경위는 이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경위를 비교적 또렷이 기억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전 경위에 따르면 이씨는 1994년 1월 청주시 흥덕구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A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여 성폭행한 뒤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그는 "이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해 증거를 찾는데 며칠 밤을 새웠다"며 "사건 현장 등을 이 잡듯 뒤지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실마리는 "사건 당일 이씨 집에서 물소리가 났다"는 제보에서 풀렸다. 제보를 바탕으로 이씨 집 정밀 감식을 벌여 미량의 피해자 혈흔을 발견했고, DNA 검출에 성공했다고 이 전 경위는 설명했다. 1994년은 과학수사 초창기로 충북에서 DNA가 범죄 증거로 채택된 첫 사례였다. 이후 피해자 시신 부검 결과 수면제 성분도 검출됐다. 이 전 경위는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복역 중이다. 당시 1, 2심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우발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파기환송했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화성 연쇄살인사건 현장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를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지난 7월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해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 중에 있다"고 전했다.
 
반 본부장은 국과수에 현장 증거물 감정 의뢰 경위에 대해 "DNA 분석 기술 발달로 재감정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DNA 감정과 수사기록 정밀분석 등을 통해 DNA 일치 대상자와 화성 연쇄살인사건과의 관계를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최근 이뤄진 경찰의 1차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를 찾아가 조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
 
반 본부장은 이씨가 당시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 외에 추가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이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에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씨가 나머지 화성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확답을 피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사건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씨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나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경찰은 향후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이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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