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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전 가스터빈 5대국가 됐다…두산중 "10조원 수입대체"

중앙일보 2019.09.19 09:55
지난 18일 창원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에서 가스터빈의 중심축인 '로터'가 크레인에 의해 하우징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지난 18일 창원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에서 가스터빈의 중심축인 '로터'가 크레인에 의해 하우징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지난 18일 오후 창원시 귀곡동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조립공장, 항공기 엔진 서너 개를 합해놓은 듯한 크기의 거대한 가스터빈 로터(압축기·블레이드 등으로 연결된 터빈의 중심축)가 크레인에 의해 옮겨지고 있었다. 터빈 조립 마지막 단계로 로터가 하우징(덮개)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 장면이다. 이상언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프로젝트매니저는 "여기까지가 공정의 95%"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전용 가스터빈이 국산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 조립 행사를 열었다. 2013년 가스터빈 개발에 뛰어든 이후 6년 만으로 총 1조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  
 
독자 개발한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을 겪는 두산중공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가스터빈 개발은 200여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산업 새로운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내 가동 중인 149기의 가스터빈이 모두 수입산이라는 점에서 이를 대체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부품 수만 4만여 개에 달해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마하 1.3~1.4의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1500도 이상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소재가 핵심 기술이다. 또 복잡한 형상의 고온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능력, 대량의 공기를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 기술 등이 필요하다. 이광열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개발·설계 상무는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보다 훨씬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며 "두산중공업의 기존 핵심부품과 협력업체 협업을 통해 국산화율 93%의 한국형 모델을 개발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니켈 초합금 소재 부품은 유럽에서 수입했다. 
 
가스터빈이 조립을 마치고 올해 성능시험에 들어가 성공하게 되면 한국은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에 이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다섯 번째 국가가 된다. 발전용량은 270MW로 25만 가구에 전력을 보급할 수 있다.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의 숙원 사업이었다. 목진원 파워서비스BG 부사장은 "2000년대 후반, 원천기술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가스터빈 사업을 마지막 플랜으로 삼았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한국형 모델을 생산한 의미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2013년 이탈리아 기업 M&A를 추진했다. 하지만 "가스터빈은 국가적 전략사업"이라며 팔려 하지 않았다. 독자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스터빈을 독과점한 해외 4개사는 "2차대전 때 제트엔진을 만들어보지 않은 나라에서 가스터빈 개발은 힘들 것"이라고 단정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의 시작이었다. 목 부사장은 "21개 대학과 중소기업 협업 등을 통해 설계부터 시작했다.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첫 작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S1' 모델은 단순 효율 40%, 복합 효율 60%로 미국·독일 등에 뒤지지 않는다. 이 상무는 "2030년까지 신규 복합발전소에 한국형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또 설계를 마친 후속 모델 'S2'는 380MW급으로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럽·미국에 이어 뒤늦게 가스터빈에 뛰어든 일본은 2011년 자체 모델 개발 후 단숨에 글로벌 강자로 도약했다. 2013년 간사이전력 히메지 발전소에 6기의 대량 공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56기를 수주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후속 모델로 개발 중인 S2의 대량 제작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형 가스터빈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가스터빈 S1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는 500WM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2026년 이후 국내외 수주를 통해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주요 사업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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