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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볼턴 후임에 국가안보 '신인' 오브라이언 앉힌 5가지 이유

중앙일보 2019.09.19 08: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일정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일정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한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국가안보 및 정보 분야에서는 이름이 덜 알려진 인물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상원 정보위원회 관계자도 "오브라이언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할 정도다.

국가안보·외교·정보 분야에선 신인급
볼턴식 의견 충돌 피하는 "안전한 선택"
기본은 매파, 트럼프 눈에 든 '아부맨'
"대북 협상은 폼페이오가 이끌 가능성"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거쳐 트럼프 행정부까지 간간이 공직을 맡았지만, 본업은 변호사다. 2016년 고향 로스앤젤레스에 세운 작은 로펌 ‘라슨 오브라이언’의 파트너다.
 
국가안보 현안이 산적한 지금 트럼프가 ‘신인급’인 오브라이언을 임명한 이유는 뭘까.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 주범으로 지목한 이란에 강경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예정이고,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4차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부, 국방부를 비롯해 정보 부처를 조율하며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사안에 대해 조언하는 자리다. 의회의 승인 과정이 불필요해 오브라이언은 이날 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5개의 키워드로 오브라이언의 임명 배경을 짚어본다.
 

① 이제 이견은 없다

 
오브라이언 임명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갈길 바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파벌을 만들지 않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대선 정국에서 백악관과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 북한 핵 문제, 아프간 협상 등을 다룰 때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기존 외교·안보 라인과 의견을 맞출 국가안보보좌관을 골랐다는 뜻이다.
 
이란과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서 트럼프에 제동을 걸었다가 결국 경질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오브라이언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사람” “진짜 진짜 좋은 사람” "훌륭한 팀 플레이어"라고 평한다. 외교·안보이슈에서는 기본적으로 매파 성향이다. 2012년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함께 일한 외교·안보 전문가 켄트 루켄은 “안보 문제에서는 매파여서 중국에 강력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2016년 발간한 외교 정책 에세이집 『미국이 잠자는 동안』에서 대이란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폴리티코는 “오브라이언은 표현 방식만 볼턴을 안 닮았을 뿐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볼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턴과 함께 일한 인연도 있다. 2005~2006년 부시 행정부 때 볼턴은 주유엔 미국 대사로, 오브라이언은 유엔 총회 미국 대표로 뉴욕에서 함께 일했다. 저서『미국이 잠자는 동안』 뒤표지에 인쇄된 추천사도 볼턴이 썼다.
 
지난주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인 로버트 오브라이언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잇다. 2016년 발간한 오브라이언의 저서에 볼턴이 추천사를 썼다. [AFP=연합뉴스]

지난주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인 로버트 오브라이언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잇다. 2016년 발간한 오브라이언의 저서에 볼턴이 추천사를 썼다. [AFP=연합뉴스]

 

② 폼페이오 손들어 준 트럼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 언론은 오브라이언은 품페이오 장관이 미는 후보자 중 한 명이었다고 전했다. 오브라이언이 임명되면서 폼페이오 장관에 힘이 실리게 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폼페이오 장관과도 의견 충돌을 빚었다.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폼페이오와 오브라이언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고 한다.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임명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말했다.
 
당분간 북핵 협상은 폼페이오 장관이 주도하도록 짜인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오브라이언이 북한 문제와 관련한 주요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주장이다.
 
롬니 후보 캠프에서 오브라이언과 함께 일했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금처럼 대북 문제를 이끌고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할 때 관여할 것"이라며 "새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당시 국무부 인질 담당 대통령 특사가 범범 행위로 스웨덴 경찰에 체포된 미국인 래퍼 ASAP로키를 구하기 위해 스웨덴 법정에 나타났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스웨덴에 급파됐다. [AFP=연합뉴스]

지난 7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당시 국무부 인질 담당 대통령 특사가 범범 행위로 스웨덴 경찰에 체포된 미국인 래퍼 ASAP로키를 구하기 위해 스웨덴 법정에 나타났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스웨덴에 급파됐다. [AFP=연합뉴스]

 

③ 트럼프 치적 홍보 

 
오브라이언은 지난해 5월 말 국무부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에 임명됐다. 전 세계에서 납치되거나 억류된 미국인의 협상 석방을 담당했다.
 
인질 석방은 트럼프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공적 중 하나다. 자신을 “최고 인질 협상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럼프는 18일 오브라이언에 대해 “그는 인질 협상에서 매우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터키에 억류됐던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런슨,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 예멘에 인질로 붙잡힌 미국인 엔지니어 등 20여명의 미국인 인질이 풀려났다.
 
오브라이언이 가장 최근에 관여한 인질 협상 업무는 엉뚱하게도 스웨덴에서 체포된 미국인 래퍼 ASAP 로키를 풀려나게 하는 일이었다. 형사 사건으로 스웨덴 경찰에 체포돼 수사받는 연예인을 구해오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브라이언을 급파했다. 
 
적성국이나 전쟁 중인 나라가 아닌 스웨덴에서 수사받고 있는 래퍼를 구하러 인질 담당 특사가 파견된 데 대해 "다른 나라 사법 개입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④ 아부만큼 좋은 건 없다

 
트럼프는 인질이 미국으로 돌아오면 백악관으로 불러 격려하는 언론 행사를 연다. 예멘에서 납치된 석유회사 엔지니어 대니 버치를 군사 작전을 통해 구출해 왔을 때도 기자들을 불렀다. 이때 발언 기회를 얻은 오브라이언은 카메라 앞에서 트럼프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최상급 칭송이 전해졌다.
 
"대통령님 지원이 없었다면 모든 인질과 억류자들의 귀환은 없었을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양보하지 않고, 포로를 교환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대통령님이 전 세계에 퍼뜨린 의지와 선의를 통해서 미국인을 집으로 데려오는 탁월한 성공을 이뤘습니다.”(지난 3월 오브라이언)
 
흡족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브라이언의 말을 종종 인용했다. 조금 더 과장했다. 지난 4월 오브라이언이 한 말이라며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질 협상가다. 지난 2년간 인질 20명이 돌아왔고, 많은 경우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어떤 대가도 지급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브라이언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했다고 한다.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오브라이언과 면담한 뒤 그의 용모와 태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가 면담 뒤 “이 자리에 딱 알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⑤ 행정부 최고위직 모르몬교도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모르몬교도 중에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직에 오른 공직자라고 WP가 전했다. 오브라이언은 20대 때 가톨릭교에서 모르몬교로 개종했다.
 
오브라이언의 임명은 트럼프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모르몬교계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WP는 보도했다. 애리조나주 등 모르몬교도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투표 인구 계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리조나주는 미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꼽히는 곳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과 엘리자베스 워런을 압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20여년 만에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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