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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폭발 구사일생한 50년 북극 탐험자 “5년내 해빙 사라져"

중앙일보 2019.09.19 07:00

50년 북극 탐사연구 피터 와담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스콧 극지연구소장을 지내고, 50여회 이상 극지를 탐사한 극지방 전문가 피터 와담스(Peter Wadhams) 석좌 교수. 신인섭 기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스콧 극지연구소장을 지내고, 50여회 이상 극지를 탐사한 극지방 전문가 피터 와담스(Peter Wadhams) 석좌 교수. 신인섭 기자

피터 와담스(Peter Wadhams·71)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북극 연구의 산 증인이다. 1969년부터 잠수함 등을 타고 북극을 탐사했다. 80년대까지는 매년 북극이나 남극을 오가며 해빙(바다 위에 떠 있는 빙하)을 연구했다. 1987~1992 스콧 극지연구소장을 지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발간된 그의 책 『빙하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Ice)』는 극지와 기후변화 연구의 고전으로 꼽힌다.
 
 와담스 교수는 경희대가 ‘세계 평화의 날(9월 21일)’을 맞아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중앙일보는 18일 그와 만나 북극의 빙하가 어떻게 녹고 있는지, 이를 통해 지구엔 어떤 영향이 끼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와담스 교수는 “여름철의 북극 해빙이 사라지며 폭염과 한파가 반복되는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보면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연구 초기인 1970년대와 비교하면 북극에 있는 빙하의 부피가 4분의 1로 줄었다. 1990년대에 이미 절반으로 떨어졌고 계속해서 얼음이 녹고 있다. 1년 내내 녹는다. 아마 5년 안에 북극의 해빙(바다 위에 떠 있는 빙하)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북극에 화물선도 운항

북극 얼음의 면적이 갈수록 줄고 있다. [NASA]

북극 얼음의 면적이 갈수록 줄고 있다. [NASA]

해빙이 사라져 화물선도 운항한다고 하던데.
“다년생 해빙이 거의 사라졌다. 다년생 해빙은 일년생 해빙보다 두껍고 강하다. 다년생 해빙이 사라지면서 항공기 착륙이 어려워지는 대신 쇄빙선은 수월하게 다닐 수 있다. 여름철에 화물선도 운항한다. 아직은 직접 북극을 지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는 북극해 중심을 관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극은 대륙인 남극과 달리 북극해에 있다. 바다 위에 있기 때문에 얼음이 녹는 정도가 남극과는 다를 것 같다.
“그렇다. 북극해는 대륙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구 전체보다 온도 상승이 빠르다. 반대로 남극 대륙은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여 격리된 탓에 온도 상승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남극의 얼음도 녹고는 있지만, 북극보다는 느리다.”
 
해빙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얼음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물이 대신 차지한다. 바닷물은 얼음보다 태양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흡수한다. 온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그린란드와 같은 주변의 육지 얼음이 녹아내리고, 결국 해수면이 상승한다. 북극해 가장자리 얕은 바다 밑바닥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퇴적층 속의 메탄가스가 분출될 수 있다. 북극해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저장돼 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100배 정도 온실효과가 크다.”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 위협

그린란드 얼음물 속을 달리는 썰매개. [스테판 올센 트위터=연합뉴스]

그린란드 얼음물 속을 달리는 썰매개. [스테판 올센 트위터=연합뉴스]

얼마 전 그린란드의 ‘썰매 개’ 사진이 이슈가 됐다. 얼음 위를 달려야 할 개들이 물 위에서 썰매를 끄는 모습이었다.  
“지난 달 그린란드에 다녀왔다. 그린란드의 빙하 역시 녹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북극 지방의 얼음이 녹는다는 것은 결국 전 세계의 해수면도 상승한다는 뜻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물에 잠기는 도시들이 많아질 것이다.”
 
 2013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때는 플라이오세(300만년 전)였다. 이 때의 온도는 산업혁명기보다 2도가량 높았다. 즉, 현재보다 1도 정도 더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당시 해수면은 지금보다 25m 높았다. 지금보다 해수면이 6m만 높아져도 해안가의 평야지대와 강 하구의 삼각주 지역은 거의 물에 잠긴다. 문제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0%가 해안지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뉴욕과 마이애미, 중국의 상하이와 홍콩,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호주의 맬버른과 시드니 등 주요 도시들이 바다를 끼고 있다.
 
당장 해수면 상승은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보는가.
“21세기 말에는 해수면이 2~4m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망치는 계속 바뀌고 있다. 과학자들은 적어도 2m 이상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육지의 빙하도 녹아내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계속 줄고 있다. [National Snow and Ice Center]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계속 줄고 있다. [National Snow and Ice Center]

해수면 상승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1m만 높아져도 해안가 주민들의 생존에 큰 문제가 생긴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안전을 유지하려면 지구 전체 해안선에 해수면 상승분만큼의 방어벽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나라는 이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곳은 불가능하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약 2000만 명이 해수면 2m높이에서 아무런 방어책 없이 살고 있다.”
 
알프스처럼 육지 한 가운데의 빙하도 녹고 있다.
“내륙의 한 가운데도 빙하가 녹으면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고대 이집트에선 나일강의 범람이 잦았다. 이것은 에티오피아 산의 눈과 얼음이 봄과 여름에 녹으면서 수량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홍수는 재앙이기도 했지만 충분한 물이 공급돼야만 농작물이 자란다. 만일 내륙의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인근 지역은 모두 가뭄에 시달릴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남의 일’로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해수면 상승은 세계의 최고 도시들을 파괴할 것이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게 될 때는 이미 재앙이 시작된 거다. 지금도 우리는 이미 늦었다.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상기후는 농작물 생산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심각한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잠수함 폭발로 구사일생

하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기후변화의 경고를 무시하는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대해선 무지한 사람이다. 그가 이 문제를 신경쓰지 않는 이유는 그의 선거 캠페인에선 석유 산업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행동하지만, 인류는 그 비용을 기후변화의 진실과 지구의 미래를 지불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제일 먼저 파리협약에 따라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사용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현재 매년 세계적으로 410억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이중 200억t 정도를 제거해야 한다. 나무를 심는 등 기존 방식은 속도가 너무 느리다. 공기를 정화기에 통과시켜 온실가스를 흡착하고, 흡착된 온실가스를 떼 내 땅속에 묻어야 한다.”
 
왜 북극 연구를 시작했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가족 중에 선원이 많았고 물리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해양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 배를 타고 간 데가 북서항로와 남극이었다. 그 때 처음 극지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 잠수함을 타고 북극에 갔을 때다. 정마 흥분되고 신났다. 그러나 6번째 잠수함을 탔을 때는 잠수함이 폭발해 동료들이 죽었고 나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Peace BAR 2019

 경희대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있어 국내 대학 중 가장 적극적이다. 경희대가 주최하는 ‘Peace BAR Festival 2019(PBF 2019)’에선 ‘기후재앙과 진실의 정치-미래세대에 미래는 있는가’를 주제로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와담스 교수를 비롯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경희대 미원석좌교수(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로마클럽 회원인 이안 던롭 박사 등이 참석한다.
 
 경희대는 1982년부터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열어왔다. 이 회의가 2004년부터 PBF로 확대됐다. PBF의 BAR은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 지구공동사회를 함께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특해 올해 ‘PBF 2019’에선 기후재앙의 실존적 위협을 다룬다. 지금의 재앙 국면을 초래한 세계사, 기후사, 문명사를 살펴보며 미래세대를 위한 담론과 정치적 해결책을 찾는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세계 지성과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해 대응하고,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세대의 미래는 있는가?”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기와 비교해 2도 이상 오르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구의 온도가 산업혁명기 대비 1.5도 아래로 묶어 두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이미 1도가 올라 있기 때문에 현재보다 0.5도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수 국가들이 당초 약속했던 탄소 저감량의 절반만 이행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미래의 지구를 위한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말이 대표적이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2018년 12월 24차 UN 기후협약 당사국총회>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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