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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대 제약사들, '닮은 꼴'들에 한 방 먹었다

중앙일보 2019.09.19 06:00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글로벌 거대 제약사(이하 빅 파마ㆍBig Pharma)인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전 세계에서 올 한해에만 210억 달러 어치(약 25조원)가 판매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존하는 의약품 중 단연 1위인 초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적수가 없을 것 같던 휴미라 매출 전선에 최근 이상이 생겼다. 애브비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 휴미라의 미국 외 매출은 10억7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6억6400만 달러)보다 35%가 줄었다. 이 약의 미국 내 매출은 37억9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5억2100만 달러)보다 7.7%가 늘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미국 외 시장에서 판매가 줄면서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 시장이 미국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들에 더 관대하다. 때문에 유럽 시장의 판매 추이가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주요 오리지널신약의 2분기 유럽 내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오리지널신약의 2분기 유럽 내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리지널 바이오신약 실적 줄줄이 악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임랄디. 세계 1위 매출을 자랑하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임랄디. 세계 1위 매출을 자랑하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휴미라처럼 빅 파마가 개발한 오리지널 바이오 신약의 실적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들과 효과는 비슷한데 가격은 25~30% 선인 바이오시밀러들이 오리지널 약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체를 이용하거나 생물공학 기술을 이용해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신약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만드는 복제약을 말한다. 생물유래물질을 이용해 독성이 낮으며 난치성 또는 만성질환에 뛰어난 효과를 가진다. 휴미라도 지난해 10월 유럽 내 특허가 만료된 뒤 삼성바이오에피스(임랄디), 암젠(암제비타), 산도즈(하이리모즈) 등 4종의 바이오시밀러와 혈투 중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오리지널 바이오 신약은 또 있다. 올 2분기 미국 머크(MSD)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도 올 2분기 매출이 98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억5700만 달러)보다 37.6%가 줄었다. MSD 레미케이드의 분기 매출이 1억 달러 아래로 집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에 덜미를 잡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7%(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QVIA 기준)에 달한다. 같은 기간 레미케이드의 유럽 점유율은 37%였다. 화이자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의 2분기 유럽 매출(4억2000만 달러) 역시 지난해보다 24%가 줄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오리지널신약인 레미케이드를 꺾고, 올 1분기 유럽 시장 점유율 57%를 기록 중이다. [사진 중앙포토]

셀트리온의 램시마. 오리지널신약인 레미케이드를 꺾고, 올 1분기 유럽 시장 점유율 57%를 기록 중이다. [사진 중앙포토]

 

빅 파마들의 시장 방어도 본격화 

오리지널약들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휴미라는 유럽 시장 방어를 위해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 최대 80%까지 가격을 인하하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투약받는 환자 못지않게 바이오시밀러의 선전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각국의 보험재정을 책임진 보건 정책당국이다. 
 
영국 보건부(NHS) 사이먼 스티븐스 최고 책임자는 최근 “2021년까지 제네릭(복제약) 및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하는 처방으로 매년 400만 파운드(약 5800억원)의 의약품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통한 영국 의약품 비용 절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바이오시밀러 도입을 통한 영국 의약품 비용 절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3년 전후로 경쟁 더 치열해질 듯 

전세계 의약품 시장 지역별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세계 의약품 시장 지역별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업계에서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판매가 허용되는 2023년을 전후해 오리지널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간 격돌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애브비가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휴미라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춰 시장을 지키려 했던 것처럼 글로벌 제약 거인들이 비슷한 방어 전략이 얼마든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또, 바이오시밀러들이 아직은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아직은 한계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100으로 볼 때 미국은 이 중 40.2%를, 유럽은 13.5%를 각각 차지한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S헬스, 2015년 기준). 
 
유럽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도 영역 확장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중국은 물론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시장으로까지 진출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램시마SC의 임상3상에 돌입했다. 유럽에서의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1ㆍ2상을 면제받았다.
 
익명을 원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나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유럽에선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은 유럽과 달리 오리지널 신약이 선호 받는 사(私)보험 시장이 중심이어서 앞으로 미국 헬스케어 정책 변화 방향을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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