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1세 할머니…13세 여중생…5년간 10명 성폭행·피살

중앙일보 2019.09.19 00:05 종합 2면 지면보기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불리며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 부터 91년 4월 까지 5년간 경기도 화성시 일대 4개 읍ㆍ면에서 여성 10명이 성폭행ㆍ살해된 사건이다. 이 사건들의 공소시효는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제249조)에 따라 마지막 범행 후 15년이 지난 2006년 만료됐다. 장기 미제 사건이 되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던 사건은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스타킹 결박, 재갈 범행수법 비슷
8차 때 범인 잡았지만 모방범죄
유일한 생존자 “20대 남성” 진술

 
피해자들의 신원은 여중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으나 범행 수법은 비슷했다. 희생자 모두가 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렸고 ▲스타킹 등을 이용해 두 손을 결박했으며 ▲옷을 벗겨 재갈을 물렸고 ▲흉기로 시체를 모독했다는 점이다. 맞선을 보고 돌아가던 아가씨, 야근하는 남편와 야식을 먹고 돌아오던 새댁 등이 희생됐다. 범인은 주로 버스 정류장과 피해자의 집 사이로 연결된 논밭길이나 오솔길 등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이 대개 야간에 단독으로 이뤄져 목격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관련기사

당시 총 10차례의 범행 중 9건은 미제로 남았다. 8차 사건의 경우 범인이 검거됐으나 처음부터 범행을 벌인 진범이 아닌 모방범이었다. 1차 사건은 86년 9월 19일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귀가하던 이모(71)씨가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새벽에 벌어진 단순 뺑소니 사고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 여 만에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2차 피해자인 박모(25)씨가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에서 가슴에 흉기 상흔을 입은 채 알몸으로 발견된 것이다. 범인은 버스를 기다리던 박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 이후 경찰은 화성경찰서에 수사본부를 만들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두달 여 뒤에 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20대 여성 피해자(3ㆍ4차)가 이틀 간격으로 발견됐고 ‘화성연쇄살인사건’ 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이듬해인 87년 1월에는 5차 피해자인 여고생 홍모(18)양이 스타킹에 결박돼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경기지방경찰청까지 수사를 확대했지만 4달 뒤 또 다른 피해자(6차)가 나왔다.  
 
88년 9월 7차 피해자 안모(52)씨가 블라우스로 양손이 결박된 채 발견된 이후 약 열흘 만에 8차 피해자 박모(13)양이 발견됐고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한 범인으로 윤모(22)씨를 체포했다. 그러나 DNA분석 결과 모방 범죄로 드러났고,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이후 90년 11월 15일 최연소 피해자인 김모(13)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듬해인 91년 4월 3일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발견된 권모(69) 씨의 시신을 마지막으로 범인은 자취를 감췄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1년 간격으로 이어지던 범행이 멈추자 당시 “범인이 사망했다”,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결국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사건이 미궁으로 빠졌다.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특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따르면 지난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DNA를 분석 의뢰한 결과, 증거물에 나온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수사 전담반을 꾸려 관련 용의자를 상대로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1991년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2㎞이내에서 6년 동안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뉴스1]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특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따르면 지난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DNA를 분석 의뢰한 결과, 증거물에 나온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수사 전담반을 꾸려 관련 용의자를 상대로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1991년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2㎞이내에서 6년 동안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뉴스1]

 
당시 경찰은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범인이 20ㆍ30대에 성격ㆍ충동조절 장애가 있고 혼자 살며 친구는 거의 없는 왜소한 남성일 것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과학 수사가 도입되지 않았을 때였고 목격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탓에 진범은 잡히지 않았다. 경찰이 여러번 용의자를 지목하긴 했지만 증거 불충분ㆍ알리바이 확인 등의 이유로 번번이 풀어줬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2차와 3차 사이인 86년 벌어진 미수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는 범인이 ‘키 170cm 정도의 20대 후반 남성’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동원된 경찰 인원이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280명ㆍ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