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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이어 연천도 뚫려…발생경로 오리무중 추가 확산 우려

중앙일보 2019.09.19 00:04 종합 6면 지면보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틀째인 18일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포천시 일동면 돼지 밀집사육단지 소독 현장을 방문해 방역담당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총리는 ’ 신속하고 단호하게 (돼지열병을) 진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틀째인 18일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가 포천시 일동면 돼지 밀집사육단지 소독 현장을 방문해 방역담당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 총리는 ’ 신속하고 단호하게 (돼지열병을) 진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10시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의 한 돼지농장. 이 농장 앞 100여m 진입로에는 가축위생방역본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농장 앞 300m 도로변에선 방역 차량이 정차해 연신 소독약품을 내뿜고 있었다. 농장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환경부 “멧돼지 원인 가능성 희박”
“북서 내려온 축산분뇨 탓” 주장도
농가 반경 10㎞내 돼지 9만마리
통제초소 세우고 차단방역 총력

이 농장은 야산 하나를 경계로 북한과 가까운 최전방 지역에 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 지류인 사미천과는 1㎞, 휴전선과는 4㎞ 정도 거리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야트막한 야산과 논밭으로 이뤄진 우리 마을은 ‘멧돼지 천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야생 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로 꼽히고 있는 마당이어서 늘 불안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18일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연천군 백학면 소재 A농장에서 폐사한 돼지를 정밀검사한 결과 ASF로 확진됐다. 경기도는 A농장과 인근 농가 등 2곳에서 사육 중인 돼지 4700마리를 살처분할 계획이다.
 
A농장 반경 3㎞ 이내에는 3개 농가가 돼지 5500여 마리를 사육 중이다. 반경 3~10㎞ 내에는 60개 농가가 돼지 8만7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경기도는 인근 도로 등 6∼7곳에 통제초소를 설치하는 등 차단 방역에 나섰다.
 
경기 연천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확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기 연천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확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농식품부는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발생 경로를 파악 중이지만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다만 파주와 연천의 두 농장 사이에선 역학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농장은 북한과 이어진 하천이 가깝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태풍 링링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는 등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야생 멧돼지가 떠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번 ASF 발병이 야생 멧돼지 탓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8월 이후 경기 북부 지역에서 수집한 멧돼지 시료 76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ASF 음성 판정이 나왔다. 특히 ASF가 처음 발생한 파주 농가는 신도시 인근 평야 지대로 주변 구릉지와 단절돼 멧돼지 서식 가능성이 작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야생 멧돼지가 사육돼지에게 ASF를 옮긴 사례는 러시아에서 보고된 2건 외에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경기도 북부와 인천 강화군 등 7개 시·군에서 멧돼지 총기 포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를 총기로 포획할 경우 바이러스 확산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멧돼지 이동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북한 지역에 내린 폭우로 축산분뇨 등이 떠내려와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발병 농가가 잔반사료 등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축산용수 사용도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축산안보 관점에서 남북이 협력하는 방안을 시급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천 농장의 네팔인 1명이 지난 5월 본국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지만 네팔은 ASF 발생 국가가 아니다.
 
1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뉴스1]

18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뉴스1]

농식품부는 파주·연천과 함께 포천·동두천·김포·철원 등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 내 양돈농가에 대해선 돼지 반출 금지 조치를 3주로 연장했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ASF 대응 관련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1주일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며 “파주·연천 등 발생 지역과 인근 시·군을 중심으로 특단의 방역 관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은 ASF가 확산하면 양돈 산업이 초토화할 정도로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급성 ASF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백신·치료제도 없고 한번 발병하면 살처분 외엔 대처 방법이 없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비교해도 바이러스가 살아남는 기간은 ASF가 훨씬 길다. ASF 바이러스는 실온에서 18개월, 냉장에서 6년이나 존속한다. ASF는 사람에겐 전염되지 않는 질병이다.
 
ASF가 휩쓸고 간 농장에는 바이러스가 재발할 위험이 높다. 현재 중국 내 ASF 발생 농가 80%가 재발 위험 때문에 돼지를 다시 키우는 것을 포기한 상태다. 지난해 민간 연구기구인 정P&C연구소는 국내에 ASF가 유입되면 약 1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종식까지는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방역 당국과 양돈업계는 2010~2011년 구제역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당시 전국적으로 35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고 3조원의 피해를 봤다. 돼지고기 가격이 40% 정도 뛰면서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햄 같은 돼지 가공품의 가격이 5~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연천·세종=전익진·최모란·허정원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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