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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처럼 갑부가 과속하면 1억원 넘게 벌금?

중앙일보 2019.09.19 00:03 종합 10면 지면보기
정부·여당이 재산이 많거나 소득이 높은 범죄자에게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당정 협의회 뒤 “경제적 사정에 따라 벌금액을 산정하는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처벌 정도와 효과가 달라지는 불평등한 벌금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당정 협의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재산 조사 방식, 1일 벌금액 한도 등은 해외 사례와 각계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정할 계획이다.
 

당정,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 추진
재산 파악 힘든 데다 위헌성 논란
소득 뻔한 월급쟁이들도 불리
영국·뉴욕주 등 시행했다 철회

재산비례 벌금제의 정확한 학계 용어는 일수 벌금제다. 현재 한국은 총액 벌금제를 택하고 있는데, 어떤 범죄에 대해 벌금의 총액이 정해져 있고 이 액수를 모든 피고인에게 동일하게 부과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수 벌금제는 범죄의 책임을 액수가 아닌 일(日)수로 정하고, 1일에 해당하는 벌금액은 소득 또는 재산에 따라 결정한다. 예컨대 어떤 이가 범죄를 저질러 ‘3일’ 벌금형을 받고, 판사가 소득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1일 벌금을 50만원으로 판단한다면 그가 내야 하는 벌금은 150만원이 된다.
 
일수 벌금제는 1921년 핀란드가 최초로 도입한 이후 스웨덴·덴마크·독일·스위스 등 투명성이 높은 유럽 국가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의 안시 반요키 전 부회장이 과속해 벌금으로만 11만6000유로(약 1억5300만원)를 낸 사례는 유명하다.
 
하지만 현실성과 위헌성 논란이 뒤따른다. 우선 재산 또는 소득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를 논의한 201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김주현 당시 법무부 차관은 “피고인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형평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소득 자료가 부정확한 자영업자에 비해 소득이 투명한 근로소득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위공직자의 재산 신고도 못 믿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범죄자들의 재산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약식 사건(벌금형으로 결론 나는 간단한 사건)만 연간 약 70만 건인데 일일이 소득·재산을 확인한다는 건 행정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도 일수 벌금제를 1992년 도입했지만 소득과 재산 조사의 어려움 등으로 6개월 만에 중단했다. 미국도 뉴욕주 등 일부 주에서 도입했다가 철회했다.
 
남궁석 전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동일한 범죄에 대한 벌금이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달라지기 때문에 (형법 대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책임주의는 범죄 책임의 정도에 따라 벌금 등이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장 교수는 “헌법의 평등주의 원칙에도 배치된다”며 위헌 가능성도 지적했다. 반면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국민연금 부과 등을 위해 사용하는 재산·소득 자료를 활용하면 도입 불가능한 제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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