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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놀러 가는 해외연수, 배우러 가는 해외연수

중앙일보 2019.09.19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센강 유람선·개선문·에펠탑, 스페인 베네딕도 수도원·바실리카 대성당·카탈루냐 광장.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이들 명소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는 일정이 마련됐다. 유럽 패키지 여행상품이 아니다. 지방의회 해외연수 코스다.
 
충남 천안시의회는 10월 2일부터 8일까지 5박7일간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해외연수(공무국외출장)를 떠난다. 의원 10명과 사무국 직원 3명 등 13명이 연수에 참여한다. 예산 4200만원은 모두 세금이다. 천안에 조성 예정인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제2NFC) 건립을 앞두고 축구 선진국의 우수한 사례를 둘러보겠다는 취지다. 스포츠 시설을 활용한 수익 창출과 스포츠 산업 활성화 방안도 찾겠다고 한다.
 
천안시의회는 이번 연수와 관련해 지난달 말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5박 7일간의 일정 중 연수목적과 관련, 해당 기관과 협의해 공식 방문하는 곳은 프랑스 생드니 국립경기장과 에펠탑 안전관리본부, 스페인 FC바르셀로나 경기장과 시립현대미술관뿐이다. 이들 공식 방문지를 둘러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다. 오가는 날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은 매일 개선문 등 유명 관광지를 돌아본다.
 
심사 때 “선진국에선 출장 때 이렇게 다니지를 않는다” “일과 (관광의)적절한 비율이라는 게 있는데…”라는 심사위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천안시의회는 대사관 방문을 추가했다. 기초의회의 대사관 방문은 이례적인 일로 외교부·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확정된 것도 아니고 실제 방문 가능성도 작다.
 
애초 천안시의회는 연수 장소를 프랑스와 함께 축구 종주국인 영국 2곳으로 정했다. 하지만 영국의 물가가 비싸다는 얘기가 들리자 장소를 스페인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영국으로 가면 1인당 추가 비용이 스페인보다 100만원가량 더 들어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해외연수는 선진국을 둘러보며 견문을 넓히고 우수한 사례를 자신의 지역에 맞게 활용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는 게 우선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천안시의회는 지난해 12월 미국 연수 중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몰래 다녀온 게 들통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방의회들은 해외연수 앞두고 ‘공무국외출장 심사’를 거친다. 외유성 논란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서지만 형식적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사후 보고서도 엉터리인 경우가 상당하다. 시민단체가 “심의를 통해 명분만 갖춘 뒤 단합대회 같은 관광성 해외연수를 떠난다”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외유성 해외연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례를 바꿔 계획단계부터 시민단체와 전문가를 통해 투명한 심사를 진행하고 연수 이후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신진호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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