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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보육정책도 이젠 양보다 질

중앙일보 2019.09.19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아이가 있는 집은 이것저것 고민할 거리가 많다. 어린이집을 어디로 보낼지,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직장에 계속 다닐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 아동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7시간 48분으로 희망이용시간인 9시간 6분보다 1시간 이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은 저녁 7시 30분까지 운영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유아 가정에서는 충분히 보육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까?
 
가장 큰 원인은 어린이집 지원 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아이를 늦게까지 돌보아도 보육료의 차이가 없다.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온종일 근무로 지친 교사가 당번제로 남아있는 아이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육교사는 초과 업무가 일상이 되고,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있는 영유아 가정은 교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 3월부터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다. 모든 아이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보육을 보장하고,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있어야 하는 아이를 위하여 연장보육 전담교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담교사가 활력을 갖고 늦게까지 남아있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된다. 전담교사 배치와 시간당 지급되는 연장보육료에 소요되는 재정은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어 있다. 올 5월부터 시작한 시범사업 어린이집에 가 보았더니, 4시 이후 연장보육교사가 아이를 돌보게 되자 낮 시간 담임교사는 다음날 수업준비할 시간이 생기고 아이를 돌보는데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영유아 가정은 연장보육시간을 이용하는데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이를 어디에 보내야 할지도 큰 고민이다. 다행스럽게도 올 하반기부터는 모든 어린이집이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정보를 공개한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아이들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부모가 가정 선호하는 육아정책으로 꼽힌 ‘국공립어린이집’도 매년 500개소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아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이며, 질 높은 보육으로 그 미래를 더 밝힐 수 있다. 그동안 보육의 양적 확충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이제는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여, 아이와 선생님 모두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나갈 때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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