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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피격 사우디, 美 주도 호르무즈 연합 참여로 이란에 한 방

중앙일보 2019.09.18 18:28
지난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에서 한 병사가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복서’에서 한 병사가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은 현재 미국과 이란의 갈등의 최전선이다. 동시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석유 운송로이기도 하다. 미국은 올해 호르무즈 해협에 호위 연합체를 꾸리며 한국·일본 등의 동맹국의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 한·일이 머뭇거리는 사이, 이란의 오랜 앙숙이자 미국의 우방국이 17일(현지시간) 호위 연합 참여를 선언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다. 지난 14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석유시설 두 곳이 드론과 미사일에 의해 공격을 받은 후 나흘 만에 나온 결정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드론 공격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 대(對) 이란의 갈등 전선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본격 옮겨 붙은 모양새다. 
 

원유 하루 1700만 배럴 이동하는 핵심 항로
연합체 4개 나라 확대 "이란 압박 가속화"
트럼프 "장전 완료", 펜스 부통령도 압박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167㎞의 좁고 긴 해협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동쪽이자 이란의 남쪽이다. 매일 1700만 배럴의 원유가 오간다.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며, 이란산 원유를 산업에 활용하는 한국에게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는 곳이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17일 오전 익명의 사우디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국제 해상 호위연합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사우디의 호위연합 가입은 전 세계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공급 보장, 평화 유지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PA는 또 "호위연합의 작전 지역은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오만해, 아라비아만을 포괄한다"고 부연했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갈등에서 사우디가 미국의 지원군으로 뛰어든 양상이다. 
 지난 14일 드론과 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탈활 시설 위성사진. [AP=연합뉴스]

지난 14일 드론과 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탈활 시설 위성사진. [AP=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호위연합 참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에게 사우디가 주는 선물인 셈이다. 미국은 지난 17일 폼페이오 장관을 사우디에 급파했고, 사우디는 미국과 이번 공격에 사용된 무기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사우디 국방부는 18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에 맞춰 아람코를 공격한 무기가 이란제라는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군 관계자는 사우디의 호위연합 참여와 관련한 AP통신의 질문에 확답을 내놓지 않았으나 부인도 하지 않았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에는 이미 호주와 바레인·영국이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사우디가 가세하며 구성 국가는 총 4곳으로 늘어났다. 호위연합 내에서 사우디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레인이 미 해군 5함대 사령부와 공조하고 있는 만큼 사우디의 역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우방국들의 참여를 가장 반기는 곳 중 하나가 사우디인 상황에서 사우디의 직접 참여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사우디 피격 사태 이후 사우디의 호위연합 참여 결정이 나오면서 대(對)이란 압박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호르무즈 해협의 갈등은 이란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취한 유화 정책을 전면 부정하고 경제제재를 복원한 데 대한 앙갚음 성격이다. 올해 6월 이란이 미 드론이 자국 영공에 침입했다면서 격추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직접 건드린 것이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등 서방 유조선의 나포 사태가 연달아 발생했고, 일본의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호가 피격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미국은 호위연합 구성을 결정하고 동맹국에 호위연합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의 이번 결정으로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미국의 이란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이미 한국에 대해 수차례 호르무즈 파병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경질되기 전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올해 여름 한국을 찾으면서 했던 메시지는 일관됐다.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선명한 답은 내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언급하면서 16일 "전쟁 원치 않지만 준비는 돼있다"며 "장전 완료"라고 트윗을 올리면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17일 "장전 완료"라는 표현을 되풀이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유엔총회에서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17일 사우디 아람코 피격 상황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드론·미사일 공격의 시발점은 이라크 국경 근처의 이란 내 기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목표물을 빗나간 미사일에서 온전한 회로판을 찾아내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미사일이 이란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쿠드스 1(Quds 1)'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이 피격 지점인 아브카이크의 남쪽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멘은 아브카이크의 남쪽에 있다.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이 알려진 직후 친이란 성향의 예맨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공격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란은 공격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사실상 이번 공격의 책임이 이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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