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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카 사채시장 갔지만···"마늘밭 묻지않는한 돈 추적가능"

중앙일보 2019.09.18 17:37
불법사채 명함들 [중앙포토]

불법사채 명함들 [중앙포토]

 
검찰은 조국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가 웰스씨앤티의 투자금 10억3000만원을 명동 사채 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꾼 정황을 포착했다. 웰스씨앤티는 조씨가 실질적 대표로 있었던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회사다. 
 
10억 상당의 수표를 손에 쥔 조씨는 왜 사채시장 문을 두드렸을까. 사채 시장은 제도권에서 밀려난 저신용자에게 고금리에 돈을 빌려준다.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갖춘 ‘큰손(사채업자)’을 중심으로 기업을 상대로 부동산ㆍ주식ㆍ채권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기도 한다. 관리·감독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지하경제인 셈이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6년간 일한 임모(41)씨는 “깨끗한 돈이면 은행으로 가지 수수료까지 떼이면서 사채시장에서 돈을 바꾸겠냐”고 말했다. 그는 “수표마다 고유번호가 있어서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꾼 순간 수표 발행인은 물론 돈을 찾는 사람, 담당했던 은행 창구 직원까지 돈의 이동 경로를 모조리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채시장에 들어온 순간 돈의 꼬리표는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사채업자 명의로 은행에서 현금화하기 때문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명동에 어음할인 업체를 찾아가면 액면가 10억원짜리 기업 어음을 10% 할인해 인수하듯이 10억원 수표도 수수료로 1억원 떼고 인수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적사항이 남지 않기 때문에 자금 추적을 피할 때 쓰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금융 종사자는 “고객이 급하다고 하면 가짜 수표가 아닌지 확인한 뒤 그 자리에서 30%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채시장 관계자들은 “조씨가 돈의 꼬리표를 없애기 위해 손해를 무릅쓰고 현금화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검찰 조사에서 조씨는 이 돈의 용처를 감추기 위해 수표를 건넨 웰스씨앤티의 최모(54) 대표에게 연락해 ‘말 맞추기’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대표가 공개한 통화 녹취록을 보면 현금다발은 다시 익성 등 펀드가 투자한 기업 쪽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돈의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기는 힘들다. 자금세탁방지법이 강화되면서 고액 현금 거래는 시스템으로 추적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일 동안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입ㆍ출금하거나 고액 현금을 특정인과 빈번하게 주고받으면 의심거래로 인식하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고액 현금 거래 보고 제도는 2006년 도입 당시 의무 보고 기준이 5000만원 이상이었다가 2008년 3000만원, 2010년 2000만원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인하됐다. 지난 7월에는 1000만원 이상으로 한층 강화됐다.  
 
조씨가 현금화한 10억원 상당의 자금도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순간 FIU에 포착된다. 조씨의 현금 흐름에 대해 FIU 관계자는 “확인해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FIU 업무를 잘 아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표를 사채시장에서 현금화하더라도 장롱이나 마늘밭에 숨기지 않는 한 다시 금융회사로 들어오면 곧바로 대량 현금거래로 포착돼 검찰이 자금 흐름을 역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흐름을 감추기 위해 애써 수수료까지 부담하면서 수표를 현금화했지만 FIU의 고액 현금거래 보고제도를 뚫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염지현ㆍ강광우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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