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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 경로 모르는 돼지열병···北에서 온 멧돼지가 의심받는다

중앙일보 2019.09.18 13:49
 
18일 오전 10시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 한 돼지농장. 이날 오전 6시 30분 국내에서 두 번째로 폐사율이 80~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이다. 왕복 2차로 도로와 접한 농장 전방 300m 도로변에서 방역 차량이 정차해 연신 소독약품을 내뿜고 있었다.  
 
이 농장 전방 100여m 진입로에는 가축위생방역본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농장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방역 당국자들이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굴삭기도 보였다. 주변에서는 방역차량이 오가며 소독작업을 벌였다.  
18일 오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연천군의 돼지 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18일 오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연천군의 돼지 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북한과 이어진 사미천과 1㎞ 거리  

이 농장은 야산 하나를 경계로 북한과 가까운 최전방 지역에 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 지류인 사미천과는 1㎞ 거리이며, 휴전선과는 4㎞ 정도 거리로 인접해 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야트막한 야산과 논밭으로 이뤄진 우리 마을은 ‘멧돼지 천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야행성 동물인 멧돼지를 대낮에도 마을 논밭과 야산 등지에서 1주일이면 2∼3차례 본다”며 “새끼를 포함한 멧돼지 가족 10여 마리가 이동하는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멧돼지는 농작물을 파헤치는 것도 모자라 지렁이를 잡아먹기 위해 잔디밭까지 뒤덮어 놓을 정도여서 주민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야생 멧돼지는 돼지열병을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로 꼽히고 있는 마당이어서 돼지열병 발생이 늘 불안했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런데도 최전방 지역이다 보니 야생 멧돼지 포획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멧돼지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했다.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날 파주에 이어 두번째로 확진된 경기도 연천군의 한 돼지농장 앞. 전익진 기자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날 파주에 이어 두번째로 확진된 경기도 연천군의 한 돼지농장 앞. 전익진 기자

 

전파 경로 드러나지 않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경로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 18일 잇따라 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와 연천 두 농장이 지난 5월 25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한 북한과 인접한 접경지역이라는 점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게다가 두 농장은 북한과 이어진 하천이 인근에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태풍이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하는 등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야생멧돼지가 떠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파주 농장은 북한과 10㎞, 북한과 이어지는 한강과 3㎞, 임진강과 6㎞ 정도 거리에 불과하다.  
경기 연천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확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기 연천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확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올 초부터 노동신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기사가 수차례 보도됐고, 북한 방역 당국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확산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5월 북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확인된 이후 북측에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특별한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두 농장의 경우 돼지열병 바이러스 전파 경로로 추정할 만 뚜렷한 원인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두 농가 간 역학관계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농가의 농장주도 모두 최근 해외여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키로  

두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파주 농장은 4명 모두, 연천 농장은 5명 중 4명이 네팔 국적이다. 연천 농장의 다른 1명은 스리랑카 국적이다. 하지만 네팔이나 스리랑카 모두 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다. 두 농가의 외국인들은 연천 농장 네팔 국적 외국인 노동자 1명이 올해 5월 자국을 방문한 것 외에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다.
 
또 두 농장은 모두 돼지열병 전파경로 중 하나로 꼽히는 음식물쓰레기인 잔반을 먹이로 사용하지 않고 사료를 공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사료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료 운반 차량에 의해 전파될 수 있으나 두 농장을 동시에 다녀간 사료 차량이 없고, 사료 자체는 열처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오염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7일 “검역본부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파견해 현재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남은 음식물의 양돈농가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접경지역의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도 하겠다”고 말했다.  
 
연천=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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