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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연 유도하는 ‘중간단계 정책’이 미흡하다

중앙일보 2019.09.18 00:08 종합 29면 지면보기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제3회 아시아 위해(危害) 감축 포럼이 얼마전 서울에서 열렸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싱가포르 등 18개국 100여명의 공중보건·의학·과학 및 규제분야 전문가들이 각국의 건강 위해 감축 사례를 발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담뱃값 인상에도 흡연율은 제자리
유해물질 줄인 제품으로 금연 유도

건강 위해 감축이란 알코올이나 담배 등 중독물질의 ‘당장 근절’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대체물로 전환해 결국 끊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개념이다. 무조건적인 근절 강요만으로는 중독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로 인해 건강에 끼치는 해로움을 점진적으로 최소화하자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최근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건강 위해 감축 개념을 금연 정책에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영국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대비 95%쯤 덜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전자담배를 활용한 금연정책을 시행해 실제로 성인 흡연율 감소에 효과를 봤다.
 
미국은 ‘위험 감소 담배 제품 신청제도(MRTPA)’를 통해 건강 위해 요소 발생 감소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대체재를 인정, 일반담배와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2025년까지 자국 성인 흡연율을 5%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건강 위해 물질 발생을 줄인 대체재를 금연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국가 정책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22.6%로 줄었던 흡연율은 2017년 22.3%로 제자리걸음이다. 매년 상당한 비용을 금연 정책에 사용하고 있지만, 뚜렷한 흡연율 감소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금연을 강조하는 현행 정책을 재검토할 단계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흡연에서 금연으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중간단계의 정책이 미흡하다. 담배를 끊으려 해도 당장 끊기 어려운 현실적인 애로를 호소하는 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따라서 흡연자를 위해 공중보건학적인 측면에서 세계적 금연 정책의 흐름인 건강 위해 감축 정책의 도입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
 
담배로 인한 피해는 흡연자의 유해물질 흡연뿐 아니라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으로 인한 2차 피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담배 유해성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일반담배 대비 유해물질 발생을 크게 줄인 제품들이 개발 및 시판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건강에 덜 유해한 담배로 전환할 경우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학계 의견도 있는 만큼, 흡연자들에게 유해물질 발생을 줄인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청소년이나 비흡연자에 대한 흡연방지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출시된 다양한 향이 가미된 전자담배들로 인해 비흡연자가 흡연을 시작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과 여성 흡연율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이에 대한 정책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담배 규제 기관이 이원화 또는 삼원화돼 있어 담배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나 총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담배 규제 법안을 식품의약청(FDA)이, 영국은 보건부 산하 ‘의약품 건강관리 제품 규제청’(MHRA)이 전담해 관리하고 있다. 의학·약리학·보건학적으로 담배 유해성 관련 자료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이 전담하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담배 위해성 관리를 전담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담배 위해성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의 금연 정책이 과연 최선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건강 위해 감축 정책을 도입해 장기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선진국 사례를 우리도 주목하기 바란다.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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