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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너 같으면 한국에 투자하겠냐”

중앙일보 2019.09.18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박수련 산업1팀 기자

박수련 산업1팀 기자

“부패한 재벌보다 더 나쁜 게 뭘까. (한국의)주식투자자라면 아마 ‘강남좌파’라고 답할 거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의 아시아담당 칼럼니스트 슈리 렌의 15일(현지시간)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부 예산을 풀어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재벌 자본주의’의 폐해 이상으로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내민 통계는 국내 민간투자 증가율. 기업이 미래를 위해 투자한 금액이 얼마나 늘었나 보여주는 숫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투자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부터 쭉 내림세다. 2017년 3월 16.2%로 정점을 찍은 이 숫자는 2년이 지난 올 3월말 -7%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민간 투자는 이미 위축돼 있었다. 정부가 글로벌 무역전쟁과 수출 의존도 높은 산업구조를 탓할 수 없는 이유다.
 
기업의 돈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 기업은 지난해 478억달러(56조8800억원)를 해외에 투자했다.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다. 대기업만 나가는 게 아니다. 올해 창업 100주년인 경방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과 광주광역시에 있던 섬유공장 문을 닫았다. 경방 관계자는 “공장 폐쇄로 줄어든 물량은 베트남공장서 만든다”며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들어오는 돈은 줄고 돈이 빠져나가기만 한다는 게 문제다.
 
투자자가 보낸 시그널은 꾸준했다. ‘한국이 투자할 만한, 활력있는 시장인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신고기준 98억 7300만 달러, 지난해 상반기보다 37.3% 줄었다.
 
국내외 벤처에 왕성하게 투자하는 벤처투자자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올봄 미국서 투자자를 쭉 만났는데 ‘한국 경제가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한국인을 거의 못 봤다. 이런 나라에 너 같으면 외국인이 투자하겠느냐’고 되묻는 거다.”  
 
매출 1000억원대 규모로 사업하는 한 외국계 석유화학 기업은 최근 본사로부터 내년 국내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삭감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급등한 것도 힘들지만 준조세 성격의 사회보험료가 매년 가파르게 올라 투자 여력이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신승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서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현 경제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투자자가 보내온 숫자를 봐야 할 때다. 이게 현 정부의 진짜 성적표다.
 
박수련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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