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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장사 안돼 일당도 못 주는데 조국 장관 시키니 더 열 받지예”

중앙일보 2019.09.18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조국 사태’ 이후 사흘간 지켜본 부산 추석 민심 

추석 맞은 부산역. 추석을 앞두고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신용호 기자

추석 맞은 부산역. 추석을 앞두고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신용호 기자

부산은 2012년 19대 총선까지 보수의 땅이었다. 19대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정도가 민주당이 기억할 만한 일이다. 그랬던 부산이 20대(2016년) 총선에서 변했다.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를 합쳐 6명의 당선자를 냈다. (※한국당 11명, 바른미래당 1명)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6석을 지키거나 넘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총선 승리다. 반대로 부산이 흔들리면 민주당은 원내 1당을 장담할 수 없다. 부산은 내년 총선 정국의 방향을 가를 잣대다. ‘조국 사태’ 이후 민심 취재를 위해 추석 연휴(11~13일) 그곳을 찾았다.
  

부산은 내년 총선 방향 가를 잣대
자영업자, 생활고에 조국 사태까지
대통령에 대해 막말까지 할 정도
여당 의원도 “조국 여론 안좋아”

시장 민심은 험했다
 
지난 12일 부산국제시장은 추석을 앞두고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신용호 기자

지난 12일 부산국제시장은 추석을 앞두고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신용호 기자

13일 오전 11시, 국제시장 인근 아귀찜 가게에서 이태윤(72)씨가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추석날인데도 영업을 할 모양이었다. “실례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기자를 소개하자 그는 “이리 앉으소”라고 한다. 그러면서 믹스 커피 한잔을 내왔다. “요즘 여기 민심이 어떻습니까”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가 말을 받았다.
 
“나는 문 대통령이 순방을 나갈 때 가슴이 뭉클했던 사람인데 요즘 갈수록 이상합니더. 일단 살기가 너무 어렵고예, 장사가 안 돼 직원 일당을 못 준다 아임니꺼. 다 최저임금 때문이라예. 거기다 조국 같은 사람을 장관 시키니까 열을 더 받는기지예. 여기는 한·일관계가 경기에 영향을 주는 곳인데 그것도 엉망입니더. 대통령 흠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예. 아니 그냥 엉망입니더.” 그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자 옆에 있는 아내가 “와 거다 화를 내노”라며 말렸다.
 
지난 11일 해운대 재래시장은 추석을 앞두고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신용호 기자

지난 11일 해운대 재래시장은 추석을 앞두고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신용호 기자

조금 뒤 남포역 근처에서 만난 직장인 정지은(27)씨도 민심을 묻는 말에 또박또박 자기 뜻을 전했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찍었지예. 그런데 요즘 후회를 많이 함니더. 엄마도 요즘 나하고 똑같은 생각이라 하고예. 조국 장관이 호감형이긴 했지만, 너무 불신이 커진 상황 아입니꺼. 여러 정부 정책 때문에 (돌아설까) 고민이 많았는데 조 장관이 돌아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심니더.”
 
현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화가 많이 나 있으려니 했지만, 막상 만나는 이들의 분노는 훨씬 컸다. 특히 자영업자의 불만이 높았다.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이란 직격탄으로 상처를 입은 상인들에게 조국 임명 강행은 그야말로 다시 뿌린 소금이었다.
 
추석 연휴 부산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사진은 민주당 김해영.

추석 연휴 부산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사진은 민주당 김해영.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습니더. 조국 장관 건만 해도 뉴스를 보면 거짓말만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런 사람을 장관 시키는지 알 수가 없어예.” (잡화점 운영 주용구씨, 61)
 
“지금 정부라면 없는 게 차라리 낫습니더.”(커피숍 김태현씨, 40)
 
“지금이 추석 전날인데 아직 마수걸이도 못 했어예. 대통령에 대해 100% 다 불만입니더. 주변에 ‘내 손가락을 잘라야지’하는 이들이 한 둘 아닙니더. 막말까지 나온다 아입니꺼.”(한복점 송모씨, 62)
 
국제시장, 서면시장, 그리고 남포동 일대 상인들의 대답은 마치 자판기 같았다. 누르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더 열거하기가 어렵다. 요즘은 비판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택시 기사들의 전언이다. 김영호(64)씨는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이 늘었지예. 조국 문제 이후 더 그런 것 같습니더”며 “심지어 사회주의로 가는 거 아니냐는 손님도 있어예”라고 했다. 박대성(72)씨도 “조국 때문에 얘기하는 사람들 중 80%는 욕을 함니더”라고 전했다. 직접 경험도 했다. 부산역 인근 포장마차 여사장에게 “민심이 어떠냐”고 묻자 곧바로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날아왔다.
 
물론 여권에 여전히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면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지선(34)씨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꺼. (장관에 임명됐으니) 지켜보면 되지예”라고 말했다. 부산역에서 만난 이영남(67)씨도 “조국 임명이 무리수라는 생각은 있지만, 대통령 의중을 잘 아니까 밀고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예”라고 했다.
  
부산대생 10명 중 7명이 “조국 임명 반대”
 
추석 연휴 부산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사진은 한국당 조경태.

추석 연휴 부산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사진은 한국당 조경태.

12일 오전엔 부산대를 찾았다. 추석 전날이라 캠퍼스는 한산했고 날씨가 흐려 가끔 빗방울이 날렸다. 부산대에선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세 차례 열렸다. 학생들 개개인의 의견은 어떨까. 반나절 정도 캠퍼스에 머물며 10여명의 학생과 얘기를 나눴다. 그중 10명이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분류하면 조국 임명 반대가 7명, 찬성이 1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잘 모르겠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민주당 지지자지만 이번 사안은 별개다. 대통령 임명 강행은 실망스럽다. 경제는 더 불만이다. 사실 내 취업분야가 공대인데 정원이 박살 났다. 우리 학교에 들어온 조 장관의 딸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했는데…. 불공평하지 않냐.”(공과대 4학년 이모씨)
 
“조국 임명을 보면서 잣대가 다르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전 정권과 다른 게 뭔가.”(사회과학대 4년 김모씨)
 
“별 하자가 없다. 사법개혁이 중요하다.”(공학계열 석사 과정 박모씨)
  
하태경 “부산 민심은 뒤집어졌다”
 
추석 연휴 부산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사진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추석 연휴 부산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 여야 의원들. 사진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부산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도 민심을 들어봤다. 각자의 지역구에서 그들을 만났다. 세 의원은 핵심 당직인 각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특히 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지난 16일 이해찬 대표 면전에서 진영논리를 비판하며 “절대 선이 존재하느냐”고 지적해 화제를 모았다.
 
부산 민심은 어떤까.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해운대갑)=“부산은 뒤집어졌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때 이미 뒤집어졌고 ‘대통령이 경제를 하나도 모른다’고 한 지도 오래됐다. 조국 정국이 이런 분위기를 더 심화시켰다. 지역구를 다녀보면 문 대통령은 안 되겠고 한국당은 못 미덥다는 분위기다. 중도가 다 돌아섰다. 경제 무능이 큰 원인이고 조국 사태를 통해 정권의 도덕성 문제까지 갔다. ‘무능한 데다 썩었네’다. 전에는 ‘꼬라지 봐라’(꼬락서니 봐라)였는데 지금은 ‘뒤비뿌라’(뒤집어 버려라)라고 한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사하을)=“설보다 민심이반이 심하다. 유권자들이 ‘이게 너희 나라냐’라며 분노하고 있다. 맘대로 하라고 대통령 뽑아 준거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 경제가 심각하게 안 좋은 데다 조국 장관 임명 강행과 맞물려 더 안 좋다. 보수는 체제를 부정하진 않는데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로 가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대통령에 대한 막말이 심각하다. 민망할 정도다.”

민주당 김해영 의원(연제)=“부산 민심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과 여야가 싸우지 말라는 당부 두 가지다. 자영업자분들 특히 부산이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다. 경제가 어려운 게 핵심이다. 서민 경제가 좋았으면 조국 논란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조국 장관 관련해선 여론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일부는 검찰 개혁을 이번 기회에 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검찰 개혁을 잘 완수하면 민심은 달라질 거다.”
 
지난 총선과 지금 분위기를 비교하면, 그리고 내년 총선 전망은.
하태경=“보수의 분위기가 더 좋은 거 같다. 지난 총선 때 보수는 당시 여당(새누리당)의 진박 논란 때문에 망했다. 그때보다는 민주당 심판 분위기가 커졌다. 다만 야권이 개혁적으로 재편해야지 한국당이 그대로 나서면 승산이 없다.”

조경태=“여권의 입장에선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지난 총선 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어서 기대감이고 있었고, 총선이 중간평가 성격이 있으니까 상승세를 좀 탔다. 지금은 여당이 하락세다. 그게 중요하다.”

김해영=“지난 총선보다는 상황이 낫다. 부산에서 지역주의는 어느 정도 극복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동안 노력한 분들이 많다. 내년 총선은 진영 대결이 아니라 인물 대결이 될 것이다. 한국당을 대안으로 인정 안 한다.”
  
에필로그
  
부산 민심이 앞으로 더 악화할지 개선될지는 모를 일이다. 가장 큰 변수는 조국 장관 관련 수사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여권은 내상을 크게 입었다. 과연 이를 잠재울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16일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률 통계를 두고 한 말이지만 이런 인식은 국민이 느끼는 경제 상황과 거리가 멀다. 기자를 만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불만을 쏟아낸 부산 상인들이 이 말을 듣고 뭐라 했을까. 예상하자면 끔찍하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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