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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명상과 영성이 필요한 까닭은

중앙일보 2019.09.18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킴킴은 명상가이자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전문가이다. 킴킴은 ’인류의 영적 지수가 향상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의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최승식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킴킴은 명상가이자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전문가이다. 킴킴은 ’인류의 영적 지수가 향상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의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최승식 기자

서울 강남에서 1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 기획설계자(Architect)인 킴킴(62)을 만났다. 그는 한국인이다. 최근까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핵심 부서인 ‘오피스 글로벌라이제이션’팀의 수석그룹장(Principal Group Manager)을 역임했다. 지금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그룹에서 로컬라이제이션 기획설계자로 일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설계도’를 그리는 자리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설립자인 빌 게이츠도 회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타이틀이 기획설계자였다.
 

마이크로소프트사 기획설계자 킴킴
빅데이터 확장 속도 무서울 정도
시간의 새로운 쓰임새 고민해야
참선 통해 삶의 무게중심 이동

킴킴은 일상에서 명상과 수도를 하고 있는 명상가다. 지난달 31일 서울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명상포럼’(한국명상총협회 주최)에서 ‘빅데이터(Big Data)와 불이(不二·Non-duality)’란 주제로 강연해 청중의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마주 앉은 킴킴에게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명상과 영성’을 물었다.
 
4차산업혁명의 기반으로 다들 ‘빅데이터’를 꼽는다. ‘빅데이터’의 핵심은.
“딱 세 가지다. 첫째 빅데이터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데이터 수집이다. 둘째 ‘왜?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이다. 셋째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알 수 있다. 미래를 향한 관찰이다. 그다음에는 다시 첫 번째로 돌아간다. 그렇게 돌고 돌며 갈수록 데이터가 커진다.”
 
빅데이터가 지금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에 ‘타깃(TARGET)’이란 대형 마트 체인점이 있다. 한 부모가 타깃에 가서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었다. 아직 어린 자신의 딸에게 타깃에서 아기용 티슈 할인 쿠폰을 보냈기 때문이다. ‘신청하지도 않은 쿠폰을 보내면서 우리 가족에게 모욕감을 주었다’며 따졌다. 며칠 후 그 부모는 타깃에 전화를 걸어 ‘나도 모르는 일이 우리 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며 사과했다. 알고 보니 딸은 한 달 후에 출산 예정이었다. 그걸 부모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타깃에서는 그걸 어떻게 알았나.
“빅데이터 덕분이다. 타깃은 고객 중에서 임산부 명단을 구했다. 그리고 출산일 3개월 전, 6개월 전, 9개월 전에 주로 어떤 제품을 구입하는지 데이터를 모았다. 가령 임신 초기에는 철분 등의 영양제를, 임신 3개월에는 샴푸나 로션을 향기가 없는 걸로 바꾸는 식이다. 그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타깃의 인공지능(AI)이 부모보다 먼저 딸의 임신 사실을 알아맞혔다.”
 
놀랍다. 지구상의 데이터 확장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데이터의 1비트(bit)가 8개 모이면 1바이트(byte)가 된다. 그게 1000개 모이면 1킬로바이트, 그게 다시 1000개 모이면 1메가이트. 그렇게 1000배가 될 때마다 기가바이트, 테라바이트, 페타바이트, 엑사바이트, 제타바이트, 요타바이트, 브론토 바이트 등으로 확장된다. 지구상의 모든 모래알 수는 얼마일까. 40제타바이트다. 2003년 구글의 에릭 슈미츠 회장이 3000년 동안 지구상에 쌓인 문서를 모두 디지털화했다고 발표했다. 그게 5엑사바이트였다. 미국 국회도서관 5000개 분량의 데이터다.”
 
지난달 대한민국 명상포럼에서 빅 데이터와 불이를 주제로 킴킴이 강연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대한민국 명상포럼에서 빅 데이터와 불이를 주제로 킴킴이 강연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말끝에 킴킴은 질문을 던졌다. “인류가 3000년 동안 쌓은 5엑사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산하는데 2017년에는 얼마나 걸렸을까? 하루가 걸렸다. 날마다 그만큼의 데이터가 축적되는 셈이다. 지금(2019년)은 얼마나 걸리는지 아나? 1분밖에 안 걸린다. 그럼 2020년에는 얼마나 걸릴까. 딱 10초다. 저녁 먹고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릴 때마다 빅데이터가 생산된다. 빅데이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과학자로서, 엔지니어로서 나는 그게 무섭다.”
 
왜 무섭나.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 인류는 비행기를 만들었다. 또 바다의 물고기를 모델 삼아 인류는 잠수함을 만들었다. 그런데 비행기와 잠수함은 새와 물고기보다 월등하게 강하고 빠르다. 그렇다면 인류가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자신을 모델로 삼아서 무엇을 만들어낼까.”
 
무엇을 만들어내나.
“다름 아닌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간에게는 여유가 생긴다. 인류사를 돌아보라. 시간과 여유가 남아돌 때마다 인간은 타락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잉여 시간이 인류의 영성을 위해서 쓰이지 않는다면 어찌 될까. 나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 그러니 인류의 보편적 영성 지수의 향상이 필수적이다.”
 
경북 산골에서 자란 킴킴은 스물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워싱턴주립대에서 컴퓨터학과 수학, 언어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원생 때는 ‘한글과 영어의 자동번역 프로그래밍’을 만들어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졸업도 하기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입사했다. 킴킴은 간화선에 바탕을 둔 명상을 하고 있다. 부산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이 그에게 ‘처처(處處)’라는 법명을 주었다.
 
왜 ‘처처(處處)’인가.
“앞의 처(處)는 시간을 뜻한다. ‘지금’이다. 뒤의 처(處)는 공간을 뜻한다. ‘여기’다. 그걸 영어로 하면 ‘지금 여기(Here and Now)’다. 우주가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지금’이 아닌 적이 있었나? 없었다. 모든 순간이 ‘지금’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짤막하게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영원(Eternity)’과 연결된다. ‘지금’이 바로 ‘영원’이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면서 속한 모든 공간이 ‘여기’ 아닌 적이 있었나? 없었다. 그래서 ‘여기’는 ‘무한(Infinity)’과 연결된다. 시간적 영원, 공간적 무한. 그 둘을 품은 게 ‘지금 여기’다.”
 
미국에 37년째 살면서도 시민권자가 아니다. 이유가 있나.
“나는 한국인이다. 그런데 고국에 갈 때 비자를 갖고 가야 하는 게 너무 비참하더라. 게다가 미국 시민권이 부여하는 특권이 내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더라. 영성 문화로 따지면 한국이 미국보다 한 수 위다.”
 
마지막으로 킴킴은 명상을 통한 그의 통찰을 수학 용어인 ‘f(x)’로 표현했다. “‘f’는 함수이고, ‘x’는 항상 변하는 수인 변수다. 가령 ‘x’가 소주라면, ‘f’는 컵이다. 소주는 건배를 할 때마다 소멸된다. 그런데 소주잔은 아무리 건배를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소주의 삶’을 살 수도 있고, ‘컵의 삶’을 살 수도 있다. 만약 내 삶의 무게중심이 소주에 있다면 어떨까. 건배를 한 번씩 할 때마다 소멸하고 만다. 그런데 내 삶의 무게중심이 컵에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건배를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명상이나 참선은 결국 삶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일이다. ‘소주의 영역’에서 ‘소주잔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일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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