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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겟돈 맞는 정의선 1년…“변화 거부하면 타협 없다”

중앙일보 2019.09.1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CES 2018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자동차]

CES 2018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자동차]

지난 3일, 현대자동차 노사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단체 협상에서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현대차그룹 어떻게 달라졌나
8년 만에 임단협 무분규 타결
1세대 경영진 퇴진, 순혈주의 깨
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 다 걸어
세계 차 합종연횡선 변방 지적도

이를 두고 자동차 업계에선 “정의선 체제가 해묵은 노사 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12년 만에 파업에 나서고 세계 자동차 업계가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을 맞은 상황에서 고질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의미다.
 
현대차 노사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노조 핵심인 울산공장 조합원의 평균연령은 50대다. 정년을 앞둔 상황에서 임금인상보단 고용안정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다. 국내 생산비중(44%) 감소로 파업으로 인한 사측 타격도 예전 같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성장을 위해 노조에 적지 않은 빚을 졌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다르다. 변화를 거부하면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정범구 독일대사,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상품본부 부사장(오른쪽부터)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지난 10일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정범구 독일대사,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상품본부 부사장(오른쪽부터)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수석부회장에 취임한 지 14일로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은 현대차 52년 역사에서 가장 격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 1년 동안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1세대 경영진’의 퇴진이다. 최초의 외국인 연구개발본부장에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임명되는 등 ‘순혈주의’가 깨졌다.
 
임직원 직급체계 개편과 복장 자율화 등으로 조직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제조업체가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겠다’(정 수석부회장, 지난해 9월 인도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는 말대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전문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한다.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 조직이 안정된 건 아니란 분석이 많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통 가능한 구조로 바꾼 것은 가장 큰 변화”라면서도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인력의 융합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현장에선 출신이 다른 인력끼리의 혼란이 적지 않다.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가 현대차의 장점이었는데 지금은 ‘패스트’가 빠진 팔로어란 느낌도 든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분기별 영업이익

현대차 분기별 영업이익

올해 들어 실적이 개선됐지만 ‘운이 좋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의 기저효과(base effect)가 강했고 환율까지 도와줬다는 얘기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운도 실력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하반기 이후 나올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실적이 향후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차 준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동남아 우버’ 그랩에 3100억원을 투자하고 인도 차량호출 기업 올라에 3300억원을 투자했다.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국내 스타트업 코드42에도 투자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판매 5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가 합종연횡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토요타-소프트뱅크, 우버-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폴크스바겐-포드 등 굵직한 연합이 이뤄지고 있다. 막대한 R&D 비용을 아끼고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아직도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 무엇인지, 누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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