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 한 돼지농장. 이날 오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돼지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이다. 농장으로 통하는 진입로에는 가축위생방역본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방역 당국자가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200여 m 떨어진 도로변에 있는 농장 앞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방역 당국자들이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주변에서는 방역차량이 오가며 방역소독을 벌였다.
이 농장 대표 채모(59)씨는 “매일 농장을 방역소독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막기 위해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먹이지도 않았는데 왜 발병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하는 야생 멧돼지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농장을 운영하는 가족은 물론 외국인노동자 4명도 올해 들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고, 외국인노동자가 해외 우편물을 받은 적도 없으며, 이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국이 아닌 네팔 출신”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수의사를 통해 고열 증상으로 폐사한 어미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는 곧바로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며 “초동방역 대책이 잘 추진돼 추가 발병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심 증상 확인 후 곧바로 방역 당국에 신고”

경기 파주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첫 확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기도 방역 당국은 “다행히 첫 발생 농장에서 어미 돼지만 폐사한 점으로 미뤄 발병 초기에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다른 돼지 질병과 달리 어미돼지가 먼저 폐사한 뒤 새끼돼지나 비육 돼지에 폐사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축산 방역 당국은 파주 전 지역 돼지 농가의 이동제한 조치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방역을 벌이고 있다. 파주 발생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돼지 농장이 없으며, 3∼10㎞ 에 19개 농가가 1만8380마리를 사육 중이다. 파주시 전체에는 91개 농가가 10만600여 마리를 사육 중이다. 북한과 인접한 파주, 김포, 연천 등 3개 시·군에는 경기도 전체(1321개 농가 220만 마리)의 12%인 26만 마리(192개 농가)가 사육되고 있다.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9/17/0b255cc7-c30b-416d-9a90-750f8664ff6e.jpg)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멧돼지 떠내려와 전파했을 가능성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수칙. [경기도}
경기도는 이날 긴급 방역 조치에 나서는 등 조기 차단과 추가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어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이날 오전 6시 30분 ASF 발병이 확진됨에 따라 이재명 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경기도 돼지열병 방역대책본부’를 구성해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도는 ASF 발생농장에 방역 지원본부와 파주시 방역팀(4명)을 투입해 통제와 소독 등 초동조치를 마쳤다.
파주=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