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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 트럼프’ 궈타이밍 출마 포기…차이잉원 재선 확률↑

중앙일보 2019.09.17 11:31
궈타이밍 전 홍하이정밀공업 그룹 회장이 2020년 대만 총통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궈타이밍 전 홍하이정밀공업 그룹 회장이 2020년 대만 총통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내년 1월 11일에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의 유력 후보였던 궈타이밍(郭台銘·69) 전 훙하이정밀공업그룹 회장이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63) 현 총통의 재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통 선거 반중 차이잉원 VS 친중 한궈위
궈타이밍 지지층, 차이잉원이 흡수할 듯

 
대만 중앙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궈 전 회장은 지난 16일 밤 공식 성명을 내고 “몇달 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이번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실망하게 해 미안하다”며 “대만의 경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혼란과 대립만 가중할 뿐 최선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궈 전 회장의 출마 포기로 내년 총통선거는 반중(反中) 성향의 민진당 후보 차이잉원 현 총통과 친중(親中) 성향의 국민당 후보 한궈위 가오슝 시장 간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궈 전 회장의 불출마는 같은 당이었던 한궈위 후보보다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이 궈 전 회장의 지지층을 흡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궈 전 회장은 지난 12일 국민당 탈당 사실을 밝히며 대만 총통 선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높였지만 1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궈 전 회장은 지난 12일 국민당 탈당 사실을 밝히며 대만 총통 선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높였지만 1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궈 전 회장은 지난 4월 국민당 명예 당원증을 받고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6월엔 훙하이 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하지만 7월 국민당 경선에서 한궈위(韓國瑜·62) 가오슝 시장에 패배했다. 지난 12일 궈 전 회장의 측근은 궈 전 회장이 국민당을 탈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궈 전 회장이 무소속으로라도 총통 선거에 나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하는 경우 17일이 마지막 등록일이었다. 하지만 궈 전 회장은 후보 등록 기간 종료 하루를 남기고 출마를 포기했다.
 

"중화민국이 필요로 하면"…대권도전 여지 남겨

궈 전 회장이 지난 5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한 기자회견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궈 전 회장이 지난 5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한 기자회견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총통 선거에는 불출마하지만, 궈 전 회장은 향후 대권 도전에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성명에서 “(내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포기한 것이지, 정치 참여를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내가 제안한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영원히 ‘중화민국파(派)’로, 중화민국이 나를 필요를 할 경우 나는 영원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궈 전 회장은 한궈위 후보보다 대만의 독립을 강조하면서도 차이잉원 후보보다는 친중 성향을 보여왔다. 궈 전 회장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은 ‘두 개의 독립된 정치권’이라며 “총통이 되면 대륙에는 굴복하지 않고 대만을 절대적으로 지키겠다. 대만은 민생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차이 총통은) 베이징과 대화 라인을 구축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다. 여기에 세계 최대 전자부품업체인 ’훙하이‘를 키워낸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적 인기를 다져왔다. 민진당 내에선 만약 궈 전 회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중도층의 지지에 힘입어 차이 총통을 이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4살에 자수성가…트럼프처럼 막말 유명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궈타이밍(가운데) 당시 홍하이 그룹 회장이 위스콘신 주 마운트플레전트에서 열린 폭스콘의 디스플레이 공장 착공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맨 오른쪽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궈타이밍(가운데) 당시 홍하이 그룹 회장이 위스콘신 주 마운트플레전트에서 열린 폭스콘의 디스플레이 공장 착공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맨 오른쪽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로이터=연합뉴스]

궈 전 회장은 1950년 대만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40년대 국공내전 당시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이다. 궈 전 회장은 24세 때 직원 10명을 데리고 창업해 현재의 훙하이 그룹을 세웠다. 훙하이 그룹 자회사 폭스콘은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최대 협력사이자 세계 최대 하청업체다. 궈 전 회장의 자산 가치는 4월 기준 78억 달러(약 9조2859억원)로 알려졌다.
 
궈 전 회장은 ’대만의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저돌적이면서 막말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폭스콘 사원들을 동물에 빗대기도 했다. “폭스콘은 전 세계에서 100만 명 이상 인력을 고용·관리하고 있다"며 "인간도 동물인 만큼 100만 마리 동물을 관리하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하면서다. 
 
그의 트럼프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 6월 미국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착공식과 지난 5월 백악관 방문 등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속해서 만나고 있다. 페이스북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빗대 '대만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기도 했다. 궈 전 회장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만약 (내가) 총통에 당선되면 대만 업체들의 대미 투자를 늘리고, 중국과 대만, 미국 간의 피스 메이커(peacemaker)가 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기업인 출신으로 대권까지 거머쥔 트럼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으려던 궈 전 회장은 꿈을 잠시 접어두게 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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