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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 3950마리 살처분…북한서 유입 가능성

중앙일보 2019.09.17 10:17
폐사율이 80~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양돈농장의 농장주 채 모씨(59)는 16일 오후 6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신고를 했다. 돼지 5마리가 고열 증상을 보인 뒤 폐사했다는 것이다. 이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 17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이 확진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리고, 발생농장 및 이 농장의 농장주가 소유하고 있는 2개 농장의 돼지 3950마리에 대해 살처분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또 전국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48시간(17일 오전 6시 40분 기준) 동안 가축 등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동중지 대상은 돼지농장 가축ㆍ축산 관련 종사자, 사료 공장, 돼지 관련 작업장 축산 관련 종사자와 그 차량ㆍ물품 등이다.
 
농식품부는 발생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양돈농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경 10㎞ 이내에 있는 양돈농가 19가구에 대해서는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일주일 내 질병 발생 농장(번식농장)에서 농장소유주의 가족농장(비육농장)으로 돼지가 이동한 사례가 있다”며 “가족농장 두 곳의 경우 반경 3㎞ 내 약 20개의 돼지농장이 있는 만큼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정밀조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기도 파주시 소재 양돈농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 방역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기도 파주시 소재 양돈농장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 방역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돼지고기를 섭취해도 인체에는 무해하다. 그러나 돼지의 경우 한번 감염되면 최대 100%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지난 2011년 국내에서 가축 300만마리를 몰살시킨 구제역 치사율이 가축 연령에 따라 5~50%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 
 
특히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한번 발병하면 살처분 외엔 대처 방법이 없어 양돈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주로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진드기,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이다.
 
질병에 걸린 돼지는 고열(40.5~42℃)과 식욕부진, 기립불능, 구토, 피부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다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감염 후 4~7일 사이 가장 많이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향후 일주일을 고비로 본다”고 밝혔다.
 
돼지열병의 전파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해당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경로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잔반 급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농장주와 해당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근 3개월간 농장 관계자들이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발병 농가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내려온 야생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파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는 북한과는 불과 1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에서는 올해 5월 25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했다.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올초부터 로동신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기사가 수차례 보도됐고, 북한 방역 당국이 이례적으로 국제기구에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확산돼 있을 것”이라며 “발병 농가가 한강ㆍ북한과 모두 가깝다는 점을 미뤄볼 때 북한으로부터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검역본부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파견해 현재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남은 음식물의 양돈농가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접경지역의 야생 멧돼지 개체 수 조절도 하겠다”고 말했다. 또 향후 전국 양돈 농가 6309호의 일제소독과 의심 증상 발현 여부에 대한 예찰도 진행할 계획이다.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48시간 내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밝힐 계획이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베트남(올 2월), 라오스(6월) 등으로 확산하며 아시아 전체로 번지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2월까지 6개월 만에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민간연구소인 정P&C연구소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최소 10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는 등 약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상황이 마무리되기까지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사료·잔반 등에서 수개월 간 생존할 수 있다”며 “70℃에서 30분 이상 가열하거나 특정 소독제로 살균해야 사멸되는 만큼 방역을 철저히 하고, 급여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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