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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맞으면 1000대 때려"…다큐로 부활한 트럼프 '악마 멘토'

중앙일보 2019.09.17 05:00
트럼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로이 콘 변호사.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 'Where Is My Roy Cohn?'이 곧 미국에서 개봉한다. 포스터에 쓰인 로이 콘의 생전 사진. [소니 픽처스]

트럼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로이 콘 변호사.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 'Where Is My Roy Cohn?'이 곧 미국에서 개봉한다. 포스터에 쓰인 로이 콘의 생전 사진. [소니 픽처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멘토는 있었다. 그것도 여러 명. 그중 핵심은 로이 콘(1927~86)이라는 변호사였다. 1950년대 미국을 휩쓴 반(反) 공산주의 광풍 매카시즘의 주역이면서 마피아의 변호도 서슴지 않았던 ‘악마의 변호사’로 불린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며 행동은 콘의 작품이라는 말은 사실 미국 정계에선 자주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비아냥거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트럼프 스타일이 치밀한 학습의 결과란 얘기다. 그 주요 학습교재는 로이 콘의 말들이었다. 27살 부동산업자였던 트럼프는 아버지의 소개로 콘을 만났다. 변호사를 넘어 곧 ‘절친’이 된 콘은 트럼프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한 대 맞았다고? 그럼 1000대 때려줘.”    

“어떤 상황에서도 ‘미안하다’는 말은 하면 절대 하면 안 돼.”  

“좋은 홍보, 나쁜 홍보란 없어. 모든 종류의 홍보는 다 좋은 거야.”  

 
콘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20일 개봉한다. 제목은 ‘나의 로이 콘, 어디에 있는 거야?’(Where Is My Roy Cohn?) 
미증유의 미합중국 대통령상을 제시한 트럼프와의 드라마틱한 3년을 보낸 2019년, 미국 진보 진영이 주목하는 다큐멘터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윗에서 “내 재임 기간 끝나면 망할 신문”이라고 비난 세례를 퍼부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면을 할애해 이 다큐의 감독 맷 타이노어를 인터뷰했다. 스타 여성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가 직접 나섰다.  
 
로이 콘과 함께 한 젊은 시절의 트럼프 대통령. [영화 공식 트레일러 캡쳐]

로이 콘과 함께 한 젊은 시절의 트럼프 대통령. [영화 공식 트레일러 캡쳐]

 
타이노어는 NYT에 트럼프의 당선을 놓고 “불가능했지만 로이 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타이노어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인물이 로이 콘”이라며 “트럼프는 로이 콘을 통째로 흡수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공보국장이었지만 트럼프가 경질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이렇게 표현한다. “(매카시즘의 주인공인)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과 로이 콘이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  
 
‘악마의 변호사’ 콘은 트럼프 대통령과 르 클럽(Le Club)이라는 미국 호화 사교클럽을 중심으로 친분을 쌓았다. 주로 콘이 트럼프를 도왔다. 트럼프가 당시 흑인들에겐 부동산 임대를 하지 않으며 차별한다는 소송을 당하자 콘이 나섰고, 트럼프는 승소했다. 트럼프가 두 번의 이혼에서도 재산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콘 덕분이다. 콘은 첫 부인 이바나에게 “이혼을 할 경우 트럼프로부터 받은 모든 재산은 포기한다”는 내용의 혼전계약서까지 사인하게 했다.  
 
매카시즘 광풍을 일으킨 조지프 매카시(왼쪽) 상원의원의 측근이었던 시절의 로이 콘(오른쪽). [소니 픽처스]

매카시즘 광풍을 일으킨 조지프 매카시(왼쪽) 상원의원의 측근이었던 시절의 로이 콘(오른쪽). [소니 픽처스]

 
매카시즘을 불러일으키며 스타 변호사가 된 콘은 기독교 등 미국의 전통 가치를 열렬히 옹호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동성애자였다고 한다. 86년,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던 것도 에이즈(AIDS) 합병증 때문이었다.  
 
맷 타이노어 감독. 그가 만든 로이 콘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20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AP=연합뉴스]

맷 타이노어 감독. 그가 만든 로이 콘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20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AP=연합뉴스]

 
콘의 말년은 비참했다. 에이즈 등으로 건강도 나빠지고 명성도 예전 같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죽기 두 달 전엔 과거 비리들이 적발돼 변호사 자격도 박탈당했다. 그의 멘티인 트럼프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NYT는 “트럼프는 그때 콘을 버렸다(dropped)”고 썼다. 콘에게도 트럼프와의 인연은 결국 상처로 남은 셈이다. 콘은 “도널드 (트럼프)는 너무 유복하게 자랐어”라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그러나 콘을 잊지는 못했다고 한다. 대선 후보 시절까지 그의 사무실엔 콘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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